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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여주 명성황후 생가 옆 민가마을에는 연일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명성황후기념사업회 문화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체험교실에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3월에는 중국에서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전통혼례' 체험과 관광을 목적으로 민가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민가마을을 찾는 이유는, 바로 민가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 즐거운 '체험교실' 때문이다.

 

민가마을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전통혼례 체험과 함께 솟대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전통 연 만들기, 짚풀 공예, 비누 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민가마을의 주막에는 잔치국수, 파전 등 우리 먹거리가 있어, 보고, 즐기고, 먹는 삼박자를 온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솟대체험에 나선 '신나는 그룹 홈'의 아이들

 

17일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서 20여명의 아이들이 민가마을로 찾아들었다. 솟대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방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강사의 설명을 듣고, 저마다 처음으로 접하는 솟대 만들기에 도전을 시작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솟대를 만들어 보지만, 처음으로 하는 솟대 만들기가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온 정성을 다해 솟대를 만들고 있는 이범석(남, 인천 석남초 6년)군은 "정말 재미있어요. 이런 것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신기해요"라고 말을 하면서도 솟대 만들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열심히 강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만들기에 도전한 아이들은 결국 1시간 30여 분만에 자신이 직접 만든 솟대를 들어 보이며 환호를 한다. "솟대에 사랑과 우정을 한 아름 담아가요" 솟대를 소중히 간직하며 민가마을을 뒤로하는 어이들의 말이다.

 

이번 솟대 만들기 체험은 여주 지역자활센터인 '민들레학교'(교장 반태섭 목사)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행사다. 인천시에 있는 '신나는 그룹 홈'의 길옥연 원장과 학생들, 그리고 모자가정의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를 했다. 이번 아이들의 초청을 주관한 민들레 학교 반태섭 목사는, 일 년이면 7~8회 정도 이런 초대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사랑으로 보살펴야 할 아이들

 

인천지역의 취약아동을 초청한 민들레학교는 여주지역의 청소년 센터이다. 전국의 취약계통의 아이들을 매년 몇 차례씩 여주로 초청해, 1박 2일 동안 수학여행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저희들은 그저 모든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죠. 이번에는 인천의 그룹 홈 아이들과 모자가정의 아이들을 초청했습니다. 1박 2일로 수학여행을 떠난 것이죠. 잠자리는 옥천유스텔의 최상호 사장이 기꺼이 허락을 해주셨고, 식사제공 등은 저희 학교에서 준비 했습니다"

 

2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온 한 어머니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좋은 문화체험도 할 수 있어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아동 그룹 홈이란 학대, 방임, 가정해체, 빈곤, 위기가정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대안가정이다.

 

"첫날은 사회적기업인 이불공장을 둘러 견학을 했고요, 목아불교박물관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재미있는 놀이 시간을 갖고, 오늘은 여주향토사료관 관람과 체험을 하게 됩니다. 1박 2일 동안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추억 하나쯤은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인가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놀리고 있었다. 가끔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투정도 부려보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을 다 해내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아이들을 인솔해 온 (사)인천아동청소년 그룹 홈 협의회 길옥연 협회장은 취약계통에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룹 홈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주거공간을 구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시작한 그룹 홈에 속한 아이들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그룹 홈의 생활로 놀랄 만큼 변화

 

"저희 그룹 홈에 기거를 하는 아이들은 가정 폭력, 방임, 유기 등의 위기상황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신고가 없으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죠. 신고가 되어야만 주민자치센터나 종교, 학교 등이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해, 저희가 보호를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경찰, 신경외과 의사 등 인천시에서 위촉을 한 아동학대 판정위원들이 모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그렇게 그룹 홈으로 들어 온 아이들을 한 집에서 5~7명 정도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사례판정을 받고 오는 아이들을 위해 아파트를 임대할 때도, 1층의 놀이터가 가장 가까운 끝을 구입해서 아이들이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놀이터가 가까운 곳에 방을 얻는 것도 다 치료를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사회복지기관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은 받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이나 학습부진아 등은 아무래도 편치가 않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저희는 이런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5년 만에 이 아이들이 정상적인 아이들과 같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도 했다는 길옥연 원장.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이 반에서 1, 2등을 다투는가 하면, 부반장을 하는 아이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랑을 베풀며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아이들 스스로가 놀라울 만큼 변했다는 것. 솟대 만들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당당한 것도, 이렇게 주변에서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

 

"이제는 이 아이들이 자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만 18세가 되면, 스스로 사회의 일원이 되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보호를 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개발해 주어야죠.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이, 이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죠."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 명절 때가 되면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 주변에 행복한 가정을 보면 부러워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그룹 홈을 벗어나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작은 솟대를 하나씩 들고 민가마을을 떠나는 아이들. 그들이 앞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더 잘 보살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는 것도, 그 밝은 미소 때문이다.


태그:#민가마을, #명성황후 생가, #그룹 홈, #체험교실, #민들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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