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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휴가 때 남편과 남편친구와 함께 낚시 겸 강 쪽으로 물놀이를 갔었다. 춘천댐 상류인 강원도 사북면 신포리 근처 민박집에서 1박을 하면서 북한강 양통천이라는 앞강에서 낚시를 했다.

휴가철도 얼추 끝나가던 8월 중순에다 평일이어서 민박집은 한산 했다. 강의 깊이가 깊지 않고 물살도 세지 않아 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놀기 좋은 곳이었다. 두 남자는 강 한가운데 들어가 견지낚시를 하면서 어항도 놓았다. 그러나 견지낚시로 잡히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했고, 어항을 놓은 곳에서는 금방 금방 어항 안으로 잡고기들이 들어찼다. 두 어 시간 만에 고기 망이 그득했었다.

돌아올 시간이 바빠서 잡은 고기는 내장을 모조리 제거한 후에 약간의 소금을 뿌려 봉지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 가져온 고기는 소금기만 씻어 낸 후에 그대로 냉동실에다 넣었다. 그리고는 해가 바뀌어 20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남편은 그 고기를 언제쯤 해 먹을 수 있는지 가끔씩 내 의견을 타진했다. 오늘은 이래서 안 되고 내일은 저래서 안 되고... 갖은 핑계를 대면서 해를 넘긴 거다. 나도 냉동실에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그 덩어리를 볼 때마다 숙제 안 하고 논 초등학생 같은 마음이 되어 늘 거슬렸다. 해서 설을 넘기지 않으려고 며칠 전에 드디어 날을 잡았다. 요즘 막걸리가 대세라고 막걸리도 두 병을 장만해 놓고 친구도 초대를 했다. 같이 고기를 잡은 사람이니 당연히 이 날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냉동실에 얼음덩이처럼 뭉쳐져 있는 고기를 아침부터 꺼내서 자연해동에 들어갔다. 점심 무렵이 지나니까 거의 녹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민물고기의 비린내를 없애려면 식초를 몇 방울 떨어트린 물에다 잠깐 담가 놓으면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식초 물에 담갔다가, 일부는 도리뱅뱅이라는 것을 해보겠다고 남편보고 작은 고기만 골라서 프라이팬에 돌려 담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튀김도 할까" 하는 남편에게 '도리뱅뱅'과 매운탕만 하자고 했다(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기름에 튀긴 후에 고추장 양념에 조린 음식을 도리뱅뱅이라 부른다).

해동시키고 있는 피라미.
 해동시키고 있는 피라미.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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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겨울에는 저수지로 빙어낚시를, 여름에는 강으로 피라미 낚시를 자주 갔었다. 이런 고기들을 아이들에게 먹이려면 가시가 문제였다. 아이들에게 먹는 즐거움도 주고 싶은데 별로 억세지도 않은 가시지만 입안에서 가끔 찔리고 꺼끌거리는 느낌 때문에 먹으라면 도리질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게 하려고 생각해 낸 것이 튀김이었다.

낚시터에서 즉석으로 해 먹는 튀김은 일반적 튀김과 다르다. 아무리 작은 빙어나 피라미라도 일반 튀김으로 하게 되면 튀김옷만 잔뜩 입혀져 익혀지기에 안에 들어 있는 고기의 뼈는 억센 그대로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고소한 튀김옷만 싹 빼먹고 만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튀겼더니 아이들이 뼈 채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아 했고, 자기들도 나름 잡겠다고 강이나 저수지에서 설치면서, 낚시가 어른들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곤 했다.

튀김은 우선 튀김할 작은 고기를 그릇에 담고 소금을 살살 뿌린다. 그리고 물을 넣지 않고 밀가루와 고기를 섞는다. 이미 고기에 물기가 있으므로 그 물기로도 밀가루를 튀김옷처럼 묻힐 수 있고 물이 부족하다면 아주 적은 양만 넣으면 된다. 한마디로 튀김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하고 고기를 조물조물 버무리는 정도다. 기름도 고기를 풍덩 빠트릴 정도의 많은 양이 필요지 않다. 프라이팬 바닥만 덮을 정도로 넣고 밀가루에 버무린 고기를 올리고 앞뒤로 튀겨 내면 된다.

이렇게 튀기면 바삭한 것이 머리부터 뼈까지 씹어 먹어도 가시에 걸릴 염려가 없다. 주방도구가 협소한 낚시터에서 튀김옷이 남을까, 튀긴 기름을 어쩔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기름은 약간의 휴지로도 닦아낼 수 있기에 설거지는 집에 와서 해도 된다. 그렇게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튀김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뼈가 걸릴까 걱정하지 않고 잘 먹는다.

프라이팬에 돌려 담아 튀겨낸 '도리뱅뱅이'요리, 식용유를 넣어 익힌 다음에 식용유를 따라내도 모양이 흩트려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프라이팬에 돌려 담아 튀겨낸 '도리뱅뱅이'요리, 식용유를 넣어 익힌 다음에 식용유를 따라내도 모양이 흩트려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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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묻힌 도리뱅뱅이. 양념을 묻힌 뒤에는 약한 불에 살짝만 익힌다.
 양념 묻힌 도리뱅뱅이. 양념을 묻힌 뒤에는 약한 불에 살짝만 익힌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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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뱅뱅'은 고기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꼬리를 맞대어 돌려 얹는다. 그곳에 식용유를 고기가 잠길 정도만 듬뿍 부어 불에서 일차로 튀겨낸다. 이렇게 하면 튀기는 도중 모양도 흩트려 지지 않고 익은 후에 기름을 따라내야 할 때도 신기하게 프라이팬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 모양을 유지한다. 기름을 따라내고 '도리뱅뱅'으로 누워있는 고기에 양념(고추장,고춧가루,간장,파,마늘,참기름,깨소금,매실액기스)을 고루 바르고 다시 한 번 약한 불로 익힌다. 양념이 묻은 고기는 불에 오래 두면 금방 타서 쓴맛을 내므로 양념이 배어들 정도의 시간이면 된다. 어른들의 술안주로, 아이들의 밥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매운탕에 들어갈 야채등속
 매운탕에 들어갈 야채등속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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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 매운탕을 끓이는 동안 먼저 만든 도리뱅뱅으로 이미 입가심들을 했다.
 매운탕. 매운탕을 끓이는 동안 먼저 만든 도리뱅뱅으로 이미 입가심들을 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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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매운탕을 끓였다. 튀김이나 '도리뱅뱅'은 특별히 솜씨가 없어도 사람들 입맛에 대충 먹혀들어 가지만 매운탕은 아니다. 잘못하면 비린내가 진동할 수도 있고, 솜씨가 없으면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일단 생선을 푹 끓인 후에 뼈를 발라냈다. 작은 피라미들이라서 먹을 때 가시가 영 성가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된 국물에 각종 야채, 고춧가루와 마늘등속의 양념을 만들어 넣고 마지막으로 수제비를 떠 넣었다.

작은 딸이 "엄마 맛있다"면서 한 그릇을 뚝딱했다. 어른 남자들은 인사말(?)로 먹을 만 하다고 했다.

냉동실 문을 열 때마다 '지난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면서 내 눈과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그 물건을 드디어 탈출시키고, 초등학생처럼 '숙제 참 잘했어요'하고 도장 받은 느낌이다.


태그:#강 낚시, #도리뱅뱅이, #매운탕, #얼음 낚시, #춘천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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