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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남산도서관에 갔다. 2009년도에 매월 1회씩 진행했던 성인독서치료 모임인 함지박 1팀으로 활동했었는데, 올해도 이어서 다시 활동하게 되었다. 남산도서관에 가는 것은 소풍 가는 것이다. 매월 한 번이긴 해도, 책을 읽고 함께 책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를 마시는 것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내가 나에게 해 주는 최대의 선물인 것이다.

 

남산도서관에 갈 때는 주로 버스에서 내려 도서관 앞에서 내린 다음, 횡단보도를 건너, 가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남산 길을 걸어 계단을 올라가서,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정보원 건물을 지난 다음, 산책길을 걸어 내려갈 때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에 그 곳을 지나면, 나무의 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사계절을 느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좋지만, 꽃이 피는 봄이 제일 좋다. 날리는 꽃잎 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는 내 모습은 한 점의 풍경화다.

 

오늘은 일 년을 계획하는 날로, 이현희 사서 선생님과 다른 회원들과 함께 하는 첫 날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두레출판사 책으로 시작했다. 이 작품은 이미 방송에서 보았고, 책을 읽기도 했으나, 아마 '그저 좋구나'에서 그쳤는지 세세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앙상한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다른 엄마들과 함께 그 책을 감상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바람도 없이 따뜻한 햇살 속에서 도토리 한 알이 심어졌다.

 

ⓒ 정민숙

신념과 인내를 가진 한 사람이 해 낸 거대한 일. 부인과 자식을 잃은 양치기가 도토리 열매를 심어, 메마르고 황폐한 땅을 전쟁이 끝난 후에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거대한 숲을 만든 이야기.

 

첫 시작으로 그 책을 선택한 이현희 선생님의 의도한 바가 있었겠지만, 올 한 해를 살아가는데 이 책은 아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평소 생각하던 것들이 모습을 달리해서 여러 번 내 곁을 스치며 지나갈 때가 있다. 이 책을 여러 번 접하면서도, 내 손에 놓아두고 보지 않았는데, 오늘 또 다가 온 것을 보면서, 소장하고서 여러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시 전에 모임은 끝나고, 나는 산책길로 방향을 잡았다. M방송국 촬영차가 보이고, 기자들이 죽 모여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여 카메라도 있는 김에 같이 기다려볼까? 누가 오는 것일까? 호기심이 일었지만, 그 시간보다는 호젓한 산책길을 홀로 걸어가며 사색에 잠기는 것이 더 좋겠다 싶어 걸음을 옮겼다.

 

앙상한 가지들, 나무 사이로 새가 울며 날아간다. 청한 하늘. 구름 한 점 없다. 내가 앞으로 이 길을 몇 번이나 더 걸을 수 있을까? 20대에도, 30대에도 보이지 않던 이 길의 아름다움이, 왜 40대가 넘어서야 보이는 것일까? 이 길을 걸어와서 남산도서관으로 들어가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독서상담실로 들어가는 것. 익숙한 사서선생님이 계시고,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의 속삭임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통해 만나는 인연들.

 

신념과 인내를 가지고 해 내야 하는 것은 나무를 심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그런 것 같다. 내일이 어찌될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다음 달 3월 4일에는 한비야님의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책을 들고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나뭇가지에 순이 올라올까? 메마른 가지 사이로 점점이 흩뿌려져 있을 가장 어리고 순한 연두색을 벌써 그려본다.

덧붙이는 글 |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저/ 햇살과 나무꾼 역/ 두레아이들/ 

프레데릭백의 선물-<나무를 심은 사람>/베네딕도 미디어


나무를 심은 사람 - 개정2판

장 지오노 지음, 최수연 그림, 김경온 옮김, 두레(2018)


태그:#남산도서관, #함지박모임, #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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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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