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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2일 현재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2일 현재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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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현재 단식 19일째를 맞은 양승조 민주당 의원(50·천안갑)의 얼굴은 까맣게 떠 있었다. 덥수룩이 자라난 수염과 삭발 후 얼마 자라지 못한 까까머리가 묘하게 대비돼 그가 곡기(穀氣)를 끊은 시간을 짐작케 했다. 초췌해진 양 의원 곁에 놓인 죽염병과 빈 물병들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양 의원은 지난달 15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사실 양 의원은 지난 2005년 11월에도 같은 문제로 9일간 단식한 적이 있다. 당시 8.5kg 가까이 살이 빠졌던 양 의원은 이번엔 11kg 넘게 살이 빠져버렸다. 5년 전 단식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체중이 다시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살이 빠진 것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큰 상태다.

장기간 단식 농성이 진행되면서 양 의원의 건강에 대한 당 내외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최장기 단식 농성을 기록한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식 농성(27일)을 포함해 20일 넘게 단식 농성을 진행한 정치인의 수는 손에 꼽는다.

조기호 보좌관은 "당 지도부가 지난달 29일 양 의원의 단식을 만류하면서 잠시 기력을 되찾으시는 것 같았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몸이 더 안 좋아지셨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걱정대로 양 의원은 온풍기와 전기담요가 켜진 농성 천막 안에서도 한기를 이기지 못해 두꺼운 겨울옷과 코트를 겹쳐 입고 있었다. 양 의원은 현재 혈압은 정상 범위 안이지만 간 수치와 요산 수치가 높아져 위장약과 함께 통풍약을 복용하고 있다.

양 의원은 일단 단식 농성 최종시한을 오는 4일로 잡았다. 양 의원은 4일 민주당 대정부질문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양 의원은 장기간의 단식 농성에 대한 당 내외의 우려가 깊은 것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 일방통행식 행정에 저항하기 위해선 정상적인 의정활동만 할 수 없다"며 "현재 정부의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 정권이 언제든지 상황 반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의를 저버리는 무도한 행정에 대한 항의의 의미와 정부의 여론몰이에 흔들릴 수 있는 충남 지역민들을 다시 보듬기 위한 단식 농성"이라며 "충청도의 정치 지도자로 이 정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지역민들이 (정치인을) 뭐로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양 의원은 이어, "세종시 수정안 저지에 대한 공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자유선진당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공은 공대로 돌리면 된다"며 "행복도시 원안을 추진하는 것은 충청도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차원의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반전 위해 수단·방법 안 가릴 정권, 세종시 수정안 통과 못한다는 낙관 안 돼"

- 단식 농성이 19일을 맞았다. 몸 상태는 어떠한가.
"11kg 정도 빠졌다. 혁대를 최대한 줄여도 맞는 옷이 없더라. 세종시 문제로 처음 단식 농성했던 지난 2005년에는 8.5kg 정도 빠졌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빠질 살이 없는지 농성기한에 비해 적게 빠졌다."

- 당 내외에서 양 의원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깊다. 같은 시기에 단식 농성을 시작한 선병렬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단식 농성 15일 만에 병원에 후송되지 않았나.
"몸이 힘들고 순간적으로 어질어질하긴 하다. 걸어 다니는 게 힘들더라. 하지만 아직 버텨서 우리 의사를 확고하게 알려야 한다. 왜 저희가 삭발과 단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충남도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4일 대정부질문 때까진 버틸 생각이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2일 현재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2일 현재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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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에도 세종시 문제로 9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사실 단식의 고통, 단식 후의 불편함을 아는 상태에서 다시 단식 농성을 결정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단식 농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 일방통행식 행정에 저항하기 위해선 정상적인 의정활동으론 안 될 것 같다."

- 2005년 단식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촉구하는 것이었고 그 목적도 달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원내 투쟁이 목적이 돼야 하지 않나.
"우선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신의를 완전히 저버리는 무도한 행정에 항의하는 의미다. 두 번째는 정부의 여론몰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여덟 차례나 충청도를 방문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주호영 특임장관이나 충남을 돌면서 수정안을 선전했다. 충남 여론은 세종시 문제에서 핵심적인 변동 사안이다. 단식은 정부의 여론몰이에 따라 원안 추진 신념이 흔들리는 분들을 보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동료 의원들이 농성장을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김무성, 유승민, 김성조 등 친박계 의원들도 농성장을 방문해 양 의원을 격려했다는데.
"심지어 수정안 추진의 선봉에 서 있는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도 농성장을 찾아왔다. '건강을 생각하라'며 걱정해줬다. 친박계 의원들은 '양 의원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격려하고 있다."

-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친이 대 민주당·자유선진당·친박 대결 구도가 짜이고 있다. 이를 놓고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비등한데.
"섣부른 낙관론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있는 친이계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그런 위험과 협박에서 100% 흔들림이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정부의 파상공세가 대단하다. 임대주택을 더 짓겠다든가, 65세 이하 도민을 위한 상시 취업창구를 만들겠다 이런 식이다. 여론이 반전되면 이를 빌미로 해 현 구도가 반전될 수 있다. 현재 구도로 볼 땐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 적지만 이 정권은 언제든지 상황 반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쉽게 낙관해선 안 된다. 모든 상황을 치밀하게 살피고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민주당 있기에 자유선진당·박근혜 지금 역할 기대되는 것"

- 지역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굳건하다. 오늘 광화문광장에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대하며 삼보일배를 하던 김원웅 전 의원 일행이 전원 연행되기도 했다.
"침묵하며 삼보일배하는 게 연행 사유인가. 도로교통법 위반이려나? 참 치졸한 정권이다."

- 정운찬 국무총리의 경우 지난 1일 친이계가 주최한 세종시 토론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성숙하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정운찬 총리는 신중하지 못한 사람 같다. 사리분별력이 떨어진다.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4개월 만에 졸속안을 내놓았다. 반면 세종시 원안은 6~7년간 500번에 걸친 토론에 의해 마련됐다. 일례로 정 총리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공개TV토론(제안)에 대해 지금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국회 연설에서 야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정략적인 주장을 그만두고 진지한 토론을 하자고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 말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보궐 선거 때 세종시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얼마나 그랬나. 그런데 지금은 어떤 토론도 없이 수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심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왜 충남도민들이 1만7천여 개의 조상 산소를 이전했나. 충청도가 서울에 이은 행정의 중심지가 된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만큼 쉽게 토지를 수용한 예가 있나? 우리가 떡 하나 더 달라고 세종시 요구했고 수정안 반대하는 것 아니다. 정몽준 대표, 후안무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 연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 세종시 문제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민주당의 공이 넘어갈 것이란 분석이 있다.
"선거 측면에서만 볼 땐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16명의 자유선진당 의원이 87명의 민주당이 없다면 세종시 수정안 막을 수 있겠나. 박 전 대표 역시 민주당이 없다면 그 같은 역할이 기대될 수 있겠나. 물론 민주당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좀 더 당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는데 하는 서운함은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세종시에만 매달릴 순 없는 점을 이해한다. 그리고 누구의 공이든 상관없이 수정안 추진이 저지돼야 한다. 공은 공대로 돌리면 될 문제다. 세종시 원안 추진은 충청도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태그:#세종시, #양승조,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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