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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중 2명이 백수다. 취업정보업체 <커리어>는 지난 6일 2009년 2월과 8월 졸업자 993명 중 65%가 미취업 상태라고 발표했다. 청년 실업률은 8.1%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서다. 1년 전에 비해 0.9%가 오른 수치다. 이제 대학가를 맴도는 취업준비생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몇 주 뒤에는 2010년 2월 졸업생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이들에게 대학은 얼마나 열려 있을까?

전국 37개 주요 대학의 '졸업생 도서대출 제도'를 조사한 결과 많은 대학이 졸업생 도서 대출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1월 현재 졸업생에게 대출을 허용 하지 않는 대학은 고려대, 건국대, 서울산업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카이스트, 포스텍으로 모두 7곳이다. 졸업생 대출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경우도 많았다.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등 유명 사립대학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졸업생 도서대출 제도 현황 전국 37개 대학 졸업생 대출 제도 현황. 전화조사를 중심으로 대학도서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했다.
▲ 졸업생 도서대출 제도 현황 전국 37개 대학 졸업생 대출 제도 현황. 전화조사를 중심으로 대학도서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했다.
ⓒ 이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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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부터 100만원까지 이용요금 천차만별

일부 대학은 유료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는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기부한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연세대학교는 동문회비로 30만원을 낸 졸업생에게만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연회비로 10만원을 납부해야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치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도서 대출이 쉽지 않은 학교도 있다. 한양대는 예치금과 연회비 명목으로 33만원을 납부해야 도서 대출이 가능하다. 서강대는 23만원, 이화여대는 20만원이 필요하다. 예치금은 대학에 따라 최대 11배까지 차이가 난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 유예슬(23)씨는 "상식적으로 33만원을 내고 도서 대출을 받을 사람은 없다. 4년 동안 등록금을 내고 다닌 학교인데 졸업했다고 대출이 안 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재학 중인 김경희(23)씨는 "20만원이라는 금액은 미취업 대졸자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예치금이기는 하지만 다른 학교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졸업생 도서관 이용자수 증가 추세

학교에 따라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에서는 도서관리 문제, 장서수 부족, 재학생의 피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고려대 학술정보열람부 김효원 과장은 "졸업생 도서 대출은 관리가 어렵다. 예치금 제도를 운영해도 고가의 희귀본을 가져가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대출하지 않아도 밤10시까지 열람이 가능하다. 졸업생에게 대출을 허용한다 해도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설명은 좀 다르다. 김하나(25)씨는 2008년에 숭실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취업준비중이다. 그녀는 "대학을 나온다고 바로 취업이 되는 건 아니다. 졸업 후 일정 기간은 학교 도서관을 통해 도서 대출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에 재학 중인 송지원(27)씨도 "전공 서적의 경우 동네 도서관에서는 구해보기 어렵다. 시공건축 분야는 졸업하고 취업이 안 되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졸업생 도서 대출을 허용중인 대학에서는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주대는 2009년 3월 1일부터 현재까지 졸업생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7.6%에 달한다. 전체 대출 도서 23만권 중 약 1만7000권으로 적지 않은 숫자다. 익명을 요구한 숙명여대 학생정보서비스팀 관계자는 "공무원시험, 전문자격증 취득, 재취업 등을 위해 학교를 찾는 졸업생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연체·분실 비율 높지 않아

예치금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서강대학교 열람서비스팀 박훈복 과장은 현재 예치금이 결코 비싼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20만원은 고가의 외국 도서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이다. 장기연체나 분실 시 졸업생에게 연락 가능한 방법은 전화나 이메일 정도다. 재학생에 비해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단국대학교 학술정보봉사과 관계자는 "2008년 8월부터 졸업생 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연체·분실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예치금을 3만원만 받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주대학교 사서는 "실제로 장기 연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27일 현재 30일 이상 장기연체자는 5명이다. 하지만 졸업생도 우리 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조건 없이 도서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99년부터 졸업생에게도 무료로 도서관을 개방한 아주대는 장기연체 시 증명서류 발급을 정지시키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도서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독특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홍익대학교의 경우 예치금 제도와 재학생 보증 제도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예치금은 2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재학생이 졸업생의 보증을 설 경우 무료로 대출이 가능하다. 한동대는 교수나 교직원이 보증을 설 경우 무료로 도서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졸업생 도서대출 제도 개선 필요

졸업생 도서 대출 제도는 도서관 보유 장서수와는 얼마나 연관이 있을까.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2009년 대학 도서관 현황을 분석해봤다. 2004년부터 조건 없이 졸업생 도서대출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경희대는 62.3권으로 37개 대학 중 21위였다. 상대적으로 도서관 여건이 좋은 학교가 오히려 졸업생 복지에는 인색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 했다.

도서관 운영 현황  대학알리미 2009년 자료
▲ 도서관 운영 현황 대학알리미 2009년 자료
ⓒ 이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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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연세대 학술정보원 허영석 차장은 "학생 수 대비 장서량으로 일반화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도서 대출은 재학생을 위한 서비스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장 도서 수와 관계없이 대출이 많은 책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재학생과 졸업생이 경쟁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희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재학생이 불만을 제기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 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2월 졸업생 도서 대출이 안 되는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익구(27)씨는 "재학생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재학생들도 언젠가는 졸업생이 된다. 졸업생 대출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재학생에 비해 적은 권수를 짧게 빌려주고, 연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 "현재 제도는 졸업생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도 무료로 도서관을 개방하는 외국과는 거리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졸업생에 대한 도서 대출 제약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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