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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작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문학관> 입구 벽면에 새겨진 글이다. 이 글은 조 작가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으로 그의 철학인 '인간을 향한 한없는 사랑'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필자는 그 문구가 새겨진 벽면 앞에 애마 노쇠난테(필자의 바이크)를 세워놓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노쇠난테, 너는 이 지역의 가치를 발견해 그것을 지역민에게 돌려주는 줘 그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까지 남기면서...

 

그리고 바로 옆 소화의 집 앞에 서 있는 소설 태백산맥 관광안내도로 향했다. 굳이 태백산맥 문학관 내부를 비켜가는 것은 그동안 숱하게 드나들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모든 것은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필자의 개똥철학 때문이기도 했다.

 

 

안내도는 흡사 벌교를 알려주는 일반관광 지도처럼 보였다. 소설 태백산맥이 구석구석 묘사해 놓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따로 벌교 지도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세밀했다. 그 중에 눈에 들어오는 몇 군데를 콕 집어 머리에 담고 노쇠난테를 재촉했다.

 

홍교, 1728년 스님들이 만들었다는 다리다. 부용교, 일명 소화다리라고도 불리며 1931년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철다리, 1930년 경전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놓인 다리다. 이제 끝이다 태백산맥문학 기행에서 볼 것 다 보고 느낄 것 다 느꼈으니 돌아가면 된다.

 

뭔 소린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필자가 열거한 세 개의 다리 앞에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명상을 하면 그것이 10권으로 된 소설 태백산맥의 전부다. 다리가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것처럼 소설 태백산맥도 이쪽과 저쪽을 잇기 위해 쓴 소설이다.

 

홍교를 만든 스님들도 잇고자 했고 소화다리를 만든 일본인들도 잇고자 했다. 하지만 큰 차이점은 나를 위해 잇고자 했는가 남을 위해 잇고자 했는가에 있다. 물론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소설 태백산맥도 뭔가를 잇고자 한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나와 너를 잇는 것으로 그것은 여건과 상황이 달라 서로 층이 져 있는 모든 상황을 불문하고 잇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과 북도 너와 나이기에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아쉽다. 그렇게 모든 의미를 안고 있는 다리들이, 청자에 페인트 발라놓은 듯 복원해 놓은 홍교나 반질반질하게 콘크리트 발라놓은 소화다리나 보는 이들의 입에서 쓴 소리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극장에서 화면 잘 보이게 한다고 불을 켜 놓은 격처럼 안타깝기 짝이 없다. 소설 태백산맥도 서로를 잇자는 좋은 뜻에 딴지를 거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여기에 관광지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 벌교읍 회정리 21-5번지, 조정래 선생의 고택이다. 그런데 문이 굳게 잠겨있어 필자는 노쇠난테(필자의 바이크)와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곳을 보기 위해 '그'를 밟고 섰다.

 

그런데 남들이 봤으면 도둑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을 것이다. 안내표지판도 없는 일반 가정집을 바이크(오토바이)를 딛고 넘어가려는 폼을 잡고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까지 이곳에는 안내 표지판이 있던 곳이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집은 슬레이트 지붕에 그저 평범한 집이었다. 하지만 그 집에서 50여 년 전쯤에 한 소년이 살았고 그가 성장해 갈등 속에 살아가는 서로를 잇기 위해 소설 하나를 썼는데 그것이 위대한 소설 태백산맥이었고 그 소년이 바로 조정래였다는 사실.

 

한참을 그렇게 담 너머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더니 여기저기서 동네 개들이 합창을 한다. 조정래 작가가 저 집에 살던 50여 년 전에도 옆집에 개가 살았을까? 조 작가는 개를 무서워했을까? 개 짖는 소리에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필자가 애지중지 아끼던 바이크를 최초로 짓밟고 올라서서 봤던 그 장소 조정래 고택.

 

 

이제 좀 자질구레한 것을 보러 갈 차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벌교의 본전통거리인데 그곳에는 금융조합이나 남도여관 등도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창 문학거리 정비로 인해 먼지만 뒤집어쓰고 말았다.

 

돌아보면 오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조정래 고택을 도둑처럼 담 너머 구경한 것도 모자라 식당에 들러 "밥 좀 먹을 수 있냐"고 구걸까지 했다. 내 돈 내고 밥 먹겠다는데도 1인분은 안된다고 내 쫓는 집을 세 군데나 들렀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좀 떨어진 곳에서 순두부백반을 시켜 점심을 때웠지만... 그래서 '아직 그곳은 먼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태백산맥문학관, #벌교,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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