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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시민기자는 경기도 파주시 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김용국 시민기자는 경기도 파주시 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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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강기갑 의원 무죄,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에 이은 <PD 수첩> 무죄 판결까지. 전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웅성거리고, 각자의 정치성향에 따라 판결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어쨌건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법'이 있다.

그것은 곧 법리에 따른 판결결과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보다는 자신이 평소 생각하는 정치신념에 따라 결과를 해석한다. 때문에 좌편향된 판사가 결과에 법리를 끼워 맞췄다며 흥분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일부는 사법부 개혁까지 들먹이기도 한다.

그 반대 성향을 가진 이들도 곧바로 법에 따른 결과를 말하지는 않는다. 흔히 소신 있는 판사의 '양심적' 판단이라며 법리 그 자체보다는, 판사의 개인적 양심 즉 법 이외 분야를 거론하기 일쑤다. 이처럼 법에 의해 발생된 일이지만, 그 이외의 영역으로 논의가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법이야말로 최후의 옳고 그름을 판정해 줄 그 무엇이라고 기대했던 까닭은 아닐까.

법원을 탓하기 전, 검찰 스스로를 돌아본 일이 있는가?

책에는 일반인이 알아야 할 법 대처 요령이, 일목요연하게 쓰여있다.
 책에는 일반인이 알아야 할 법 대처 요령이, 일목요연하게 쓰여있다.
ⓒ 위즈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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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등에서는 법원은 진보, 검찰은 보수라며 대리전 양상으로 몰고 가는데, 내가 보기에 법원 자체는 오히려 보수에 가깝다. 핵심은 적어도 판사들이 자신의 성향과 관계없이 판결을 한다는 거다. 법률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고, 판사들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최소한 그 정도 구분은 한다."

<생활법률 상식사전>이란 책을 펴낸 김용국(40)씨는 법원공무원이다. 동시에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이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을 연재해 많은 성원을 받았고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 상'으로 그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번에 펴낸 책은 연재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보태 누구나 쉽게 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중앙지법, 동부지법 등을 거쳐 파주시 법원에서 현직으로 근무하는 그가 바라보는 현 세태는 어떨까. 책에 관련한 질문을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뜨거운 감자에 관한 질문이 먼저였다. 책의 마무리 작업과 때맞춰 터진 편도선염으로, 한동안 병원신세를 졌다는 그는 막걸리를 털어 넣으며 말문을 열었다.

- 검찰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오버다. 그렇게 법원을 비난하는데, 지금까지 무죄가 됐던 정연주 KBS 전사장, 미네르바 등의 사건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반성해 본 일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검찰내부의 2천명 넘는 검사 중 한사람도 그런 목소리를 내는 걸 못 봤다. 역으로 법원에서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고 검찰을 비난한 일이 있는가? 판결로 말할 뿐이다. 억울하다면 법조항에 따라 항고나 항소를 하면 될 일이지 그런 언론플레이를 할 일이 아니다."

- 사람들은 자신이 원한 결과에 따라 법원이나 검찰을 평가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강하다. 진보매체는 노동운동 진영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면 환영을 하고, 보수매체는 비판을 한다. 강기갑 의원이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에게 그런 판결이 나왔다면 과연 조중동은 어땠을까? 내가 보기에는 이동연 판사는 강기갑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다른 국회의원이었어도 같은 판결을 내렸으리라 본다.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다. 어떤 판결을 두고 "사법부의 양심은 살아있다"고 했다가 용산참사 중형같이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면 썩어빠진 타도의 대상이라고 한다. 씁쓸하다. 법원이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은 아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너무 일희일비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이 바이블은 아니지만, 활용할 가치는 있다

검찰은 언론플레이가 아닌 법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검찰은 언론플레이가 아닌 법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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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일로 일반국민들에게 '법'이란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길 듯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법을 딱딱하고 무언가를 강제한다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법의 속성 자체가 약간은 보수에 기우는 걸 인정한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데 의원들 자체가 보수적이다. 또한 법은 미래를 예측해서 미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뒤치다꺼리 하는 성격이 강하기에 세상을 앞서나갈 수 없다. 예전에는 없던 사이버 범죄가 생기니 관련 법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또 법은 장려보다는 '하지 마라'는 규제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자유를 부정하는 것에 가깝게 느껴지기 쉽다."

- 법과 그걸 다루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법을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 법원이나 검찰에 있는 이들이 다소 권위적인 면이 있다는 걸 인정은 한다. 업무가 그러니까…. 그렇다고 그들이 특정인에 대한 억하심정을 가질 이유는 없다. 때문에 예전같이 주눅들거나 나에 대해 적대적인 이들이라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연재기사에도 썼지만 법원이나 검찰을 욕하는 건 재판에 지고 나서도 늦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건 재판에 걸리면 법에 나온 대로 성실히 준비를 하는 것이다."

- 현재 법원에 일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기사에 전하기에 힘든 말도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내가 법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직접 말은 못해도, 행간으로 전해주려는 이야기들이 있다. 축구심판이 파울하지 말라고 말은 안 해도, 판정으로 힌트를 전하듯이 말이다. 사실 일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렇게 안 하면 좋을 텐데, 이러면 이길 수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런 대비를 안 하고 무조건 '법은 억압이고 권위적이다'라고 항변하는 이들이 많다.

- 연재 당시 법원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무조건 보수적인 이로 매도하는 댓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랬었다. 사실 법이 바이블처럼 받들어 모실 것은 아니지만, 그 법이라도 제대로 적용한다면 활용의 수단은 될 수 있다. 그런데 법 이야기만 나오면 '규제다·보수적이다·불리하다'는 선입견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 기분이 나쁘진 않는데, 안타깝다."

석궁테러가 잘못됐다는 신념은 바뀌지 않아

많은 독자들에게 알찬 정보를 전해주는 연재기사였지만, 그도 호된 비난을 샀던 일이 있다. 바로 '석궁테러'에 관한 것이었다. 2007년 초 '속 시원하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여론과는 달리 '판사가 양심에 따라 재판하지 않는다면 비판하라. 하지만 폭력에 굴복하라고 협박하지는 말라'라고 일갈한 기사를 게재했고, 당시 그는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혹시 그때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냐고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 석궁테러가 잘못됐다는 소신은 바뀌지 않았는지.
"과연 21세기에 대한민국 법관이 석궁을 맞아야만 할 대상인가. 물론 자질이나 인간성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테러나 극복의 대상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 판사가 이번에 강기갑 의원에 대해 무죄를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보수냐 진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왜 열심히 살아가는 수학자를 법원이 내쳤느냐가 아니라,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면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법원이 매번 '여러분이 모르는 이런 면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법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강했나 하는 반면교사의 의미는 있지만, 법원 그 자체가 극복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 그렇다면 법원이 앞으로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
"개인적으로는 법원이 보다 진보적이었으면 좋겠다. 법원에 왜 이리 좌파가 많느냐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보수에 가깝다. 좀 더 다양한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고, 근래의 판결 같은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책 <생활법률 상식사전>에는 연재 당시 부족했다고 느낀 부분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30~40%는 새로 추가된 이야기다. 재판을 직접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실전 노하우랄까.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적으로 판사나 직원을 대하는 시민들이 아직도 많다. 감정에 따라 판결하는 건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서 유리할 이유가 없다. 입사원서를 써도 성의있게 작성한 서류에 점수가 더 간다. 재판서류는 몇 장이 적당할지, 재판정에서는 어떻게 이야기 하는 것이 유리할지, 또 실제 판사의 조언 등이 새로 담겨있다."

-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이 '왜' 법을 알아야 할까?
"사람들이 주식이나 경매 등을 많이 한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한다. 그 중 10% 정도 노력만 투자하면 어지간한 법을 잘 알 수 있다. 주식이나 경매가 어렵다고 안 하나? 경제적 실익이 온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투자한다. 법은 잘못되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 달려있을 수도 있는데, 왜 그리 소홀히 대비하는지 안타깝다. 1년에 수백만 건의 민·형사 소송이 일어난다. '나는 떳떳한데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안 된다. 실제 법을 알아야 경제적 불이익도 안 당할 수 있다. 적어도 고소가 무엇이고, 민사와 형사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책을 엮었다."


생활법률 상식사전 - 당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전면 개정2판

김용국 지음, 위즈덤하우스(2018)


태그:#생활법률 상식사전,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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