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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을 놓쳐 다시보기로 본 <지붕 뚫고 하이킥>은 오늘 웃음보다 눈물을 선택했다. 오늘 이야기는 정음과 보석의 자신감 회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음은 그동안 취업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했고, 보석은 장인이 사장이라는 이유로 부사장으로 지내며 회사 직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게 된다.

 

정음은 취직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보석은 긍정의 힘으로 자신감을 되찾는다. 이중 정음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아무래도 청년백수의 현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in 서울'이 아닌 경기도 서운대를 다니는 정음은 알게 모르게 콤플렉스가 있었다. 영어 과외선생으로서도 현경이 서운대를 서울대로 오해하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어 이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또한 남자친구 지훈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것에 대해서도 자존심이 이래저래 상했으며 백번을 넘게 취업원서를 넣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매번 '불합격' 소식이었다. 이 때문에, 밝은 성격 탓에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심 정음은 자신의 처지가 초라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릴 때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곤 했다.

 

당당하게, 자신 있게 정음 백수탈출!

 

 

그런 정음이 드디어 취직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합니다"를 연신 내뱉을 정도로 기뻐했다. 정음은 영어출판 관련 회사에 취직을 한 것. 그러한 모습에 모두들 축하 인사를 건넨다. 정음도 첫 출근에 대해 기대를 한껏 하게 되고, 남자친구 지훈도 첫 출근에 응원의 선물을 준다. 정음의 취직을 축하해주기 위해 지훈은 명합지갑을 선물하고, 정음 또한 첫 월급을 타면 근사하게 한턱을 내겠다 다짐한다.

 

첫 출근 날. 한옥집 식구들 자옥과 광수, 인나와 줄리엔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응원한다. 그렇게 의욕에 찬 정음이 출근하게 됐는데 신입직원 교육 담당자는 '매번 낙방하는 당신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합격으로 시켜준 것'이라며 '영업을 담당하라' 명했다. 정음은 자신이 영업직인 줄도 몰랐지만 잘 하면 사무직으로 전환을 시켜준다는 말에 그 말을 믿고 출근을 한다.

 

특히 정음은 비록 영업직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업을 뛰느라 끼니도 제때 챙겨먹지 못했는지 지훈이 사준 초밥을 급하게 먹고, 손이 다친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일을 했다.

 

20대 대한민국 백수를 대표하는 눈물!

 

 

하지만 역시 직장생활을 어려운지 다음날 책을 많이 팔지 못했고 질책을 받게 된다. "스펙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뽑아주었는데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엎드려뻗쳐를 명하는 신입교육 담당자. 당직까지 바꾸며 정음을 기다리다가 회사로 달려온 지훈은 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쓰레기 같은 회사를 다니지 말라며 정음을 데리고 나오게 된다. 이에 정음은 말한다.

 

"그래요. 나 같은 것 받아주는 곳이라곤 저런 쓰레기 같은데 밖에 없어요. 원서 100군데 넣어도 받아준 곳이 여기라고요. 여기는 내 첫 직장이에요. 이 수많은 건물들 중 내 자리를 준 첫 직장이라고요. 더럽다고 때려쳐요? 그래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요? 내 처지 아니깐 어떻게 버텨보려고 했어요. 어떻게든요..."

 

정음이 눈물을 흘리고 이렇게 말하고 다시 돌아갔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더 이상 받아주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정음의 모습은 대한민국 청년고용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졸업은 가까운데 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 워낙 스펙이 좋은 사람도 취업을 못하고 있으니 언감생심 대기업은 꿈도 꾸기가 힘들고 중소기업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

 

사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이러한 눈물을 한 번씩은 흘려봤을 것이다. '어느 대학교인지', '토익은 몇 점인지'가 더 중요한 현실 앞에 정음처럼 잘나지 못한 대학교 출신들은 더 할 것이다. 그렇게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 취업준비생들은 아예 학교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교를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를 졸업하고도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몇 년간 공부에 몰두하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대한민국 청년들은 취업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년백수의 현실은 잔인하다!

 

 

청년백수 100만 명 시대라고 하니, 지금의 현실이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의 2009년 연간 고용동향에서도 청년층 실업자 수가 34만7000명으로 높아졌다. 청년층 실업률은 2007년 32만8000명, 2008년 31만5000명으로 개선되는 추이를 보였지만 다시금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또한 지난해 전체 실업자(88만9000명) 가운데서도 청년층(34만7000명) 실업자 비중이 39%를 점유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거나 혼자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취업준비생도 2003년 33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56만1000명으로 70.0%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음이와 같은 경우처럼 자신이 알고 지원했던 것과 달리 다른 일이 주어지는 말도 안 되는 일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사기라고 할 수 있는 일인데, 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마음고생을 한 것도 서러운데 이러한 일까지 겪게 되니 취업준비생들은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극중에서 정음은 이 정도이지만, 취업사기를 당해 돈도 벌지 못했는데 엄청난 돈을 물게 되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업직으로 알고 뽑혔지만 피라미드처럼 물품을 강매하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 구직자들의 현실은 갈수록 잔인하다.

 

숫자만 늘린다고 청년고용 해결되나?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양적인 팽창만 중요시하고 있는 정부가 아닐까. 현재 정부에서는 청년 취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청년인턴제인데, 문제는 청년인턴으로 뽑히고도 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아 다시 백수로 돌아가는 청년들이 많다.

 

물론 인턴으로 취업해 스스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거나, 다른 인턴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100%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해주지 않아 다시금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를 악용해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은 계획도 없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회사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인턴제는 청년고용대책의 미봉책일 뿐이다. 인턴제는 행정, 공공기관, 중소기업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행정과 공공기관은 인턴기간을 연장할 뿐 정규직 전환이 거의 없다고 하다. 그나마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이 있지만 그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즉,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취업 준비생들의 꿈을 잃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외려 정음과 같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으니 정부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하루 빨리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편에서는 아마도 대한민국 20대라면 누구나 정음이와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태그:#지붕 뚫고 하이킥, #정음 , #청년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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