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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현대화된 생활 양식 속에 전통문화는 점차 생활을 떠나 박물관에 갇혀 사는 처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정부 입장에서 오래 전부터 문화재 보호에 적잖은 힘을 쏟아부었지만, 그것은 정부의 보호가 없으면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허약한 전통문화의 건강상태를 역설하는 것이다.

공연과 연결되어 각급 학교도 많고 활로 개척도 많은 국악 등 예능 분야는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지만 공예 부문은 그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 생활비조차 안되는 정부 지원이나마 끊기면 당장에 공방문을 닫을 형편인 공예인이 부지기수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결국 정부의 막대한 규모의 보호정책은 그야말로 보호에 그치고 말았다.

전통 수(壽)자 문양에서 착안한 자전거 안전헬멧.2009년 전통문양 공모전 대상수상작.
 전통 수(壽)자 문양에서 착안한 자전거 안전헬멧.2009년 전통문양 공모전 대상수상작.
ⓒ design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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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토요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주최의 '문양의 재해석' 세미나는 이런 환경 속에서 공예와 디자인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술이 목적이 아닌 실용적 활용을 위한 실사구시 세미나인 만큼 현업 공예인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열렸다. 특히  세미나에서 사례로 발표된 전통문양 활용은 참가자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공예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면 좀처럼 천착하기 쉽지 않은 문양을 통해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탄생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실제 제품에 활용된 예로 2009년 전통문양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278디자인(김정우,김윤상,박은성)의 수자문양을 활용한 자전거 헬멧은 디자인과 제품 콘셉트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하나의 완성품으로서의 전통 공예품은 원래의 형태와 구조에서 크게 변형되기 어렵다. 가구나 도자기라는 상식에서 벗어나 그 안에 주목받지 못했던 문양을 통해서 마치 없었던 것을 창조한 듯한 느낌을 주는 전통문양 활용디자인은 비단 공예만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전통기와문양
 전통기와문양
ⓒ 전통공예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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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고답적 전통보존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신을 고민하는 많은 전문 공예인들에게 큰 자극이 될 수 있었다. 전통문양하면 보통 기와나 도자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비단 그런 것들만이 아니라 각자의 전통공예 부문에는 독특한 문양들이 전해지고 있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발명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또한 거꾸로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통문양에 관심을 가질 이유에 대한 역설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물질과 생각은 디자인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과 문화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전통문양 활용은 유레카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디자인을 통해서 전통공예가 새로운 활로를 찾고, 전통공예를 통해서 디자인의 새로운 출구가 되는 윈윈의 현장이었다. 기와 한 장에도 접근하기에 따라 기발한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이 참가자들의 가슴에 뜨거운 동기를 마련해주었다.


태그:#전통문양, #전통공예문화진흥원, #디자인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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