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3개월 이상 상연되고 있는 뮤지컬 <웨딩싱어>. 원래 지난 1월 말까지 상연 예정이었으나 관객들의 인기에 힘입어 2월11일까지 연장 상연된다.
 
뮤지컬 <웨딩싱어>는 원래 1998년 드류 베리모어와 아담 샌들러 주연의 동명 영화를 2006년에 뮤지컬로 다시 만든 것인데, '웨딩싱어'라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직업의 주인공이 펼치는 로맨스물이다. 이번 공연이 한국초연이며 박건형과 황정민이 주연 웨딩싱어 역을, 뮤지컬 <마이스케어리걸>로 잘 알려진 방진의가 여주인공역을 맡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대표곡 Grow Old with You는 유명하다.
 
그런데 뮤지컬 속 웨딩싱어란 과연 어떤 직업일까? 혹시 우리나라에도 뮤지컬 속에 등장하는 황정민, 박건형과 같은 역할의 웨딩싱어가 있는 것일까?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은 잘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웨딩싱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현재 웨딩싱어로 활동하고 있는 임유진씨를 만나 웨딩싱어라는 직업은 과연 어떤 것이며 실제 웨딩싱어가 본 뮤지컬 <웨딩싱어>는 과연 어떤 느낌일지, 뮤지컬 속 웨딩싱어와 실제 웨딩싱어의 삶은 또 어떻게 다른지 함께 뮤지컬 <웨딩싱어>공연을 본 후 인터뷰를 했다.
 

- 웨딩싱어를 본 전체적인 소감은?

"개인적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종의 직업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관람했다. 현직 웨딩싱어로서 뮤지컬 <웨딩싱어>의 홍보는 약간 시샘이 나기도 하지만 흐뭇하다."

 

- 한국 웨딩싱어의 현실과 같은 점은.

"본질적으로 신랑신부에게 다시 찾아올 수 없는 인생 최고의 세레모니에서 축복의 노래를 선사한다는 점은 같다."

 

- 그렇다면 현실과 다른 점은 뭔가.

"뮤지컬 <웨딩싱어>에는 '웨딩밴드'의 성격이 가미되어있다. 보통 한국에서는 1시간 간격이므로 충분히 즐길 수 없이 뚝딱 해치워야 한다. 뮤지컬처럼 여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격이 차이나므로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한국의 웨딩싱어의 반주는 MR이 주류를 이룬다. 한국의 하객들은 표정이 엄숙한 편이다. 

 

'한'이 많아서인지 한국의 히트곡들의 대부분은 슬프고 어둡다. 유리상자의 '신부에게'이후에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 많이 나왔고 이제는 '축가'로 활용돼 흥행될 것을 목적으로 발매된 곡들까지 출시되고 있다(예 : 이승기의 '나랑 결혼해줄래' 등). 개인적으로 '축가'라는 독립적인 '장르'가 생기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웨딩싱어>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약간 당황스러운 것은... 웨딩싱어가 그 결혼식의 신부와 사랑을 하고 결혼한다는 내용이다. 가상의 설정이지만 현직 웨딩싱어로서는 다소 불편하다. 왜냐하면 결혼식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신랑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할 우려가 있는 가능성은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들어 아무리 선율과 가사가 아름답더라도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스캔들이나 불미스런 사건으로 회자되었다면 축가로 선택하지 않는다."

 

- 미혼으로서 웨딩싱어를 한다는 것에 특별한 느낌은 없나?

"평생 1000번의 축가를 부르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 150회 불렀다. 1년에 보통 30회를 부른다. 아직 결혼 전이라는 것이 감정이입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개인적으로)결혼유무와 웨딩싱어의 상관관계는 크게 없다."

 

- 왜 결혼식 축가를 부르나.

"개인적으로 축가용 목소리로는 (대한민국에서 가격대비) 최고라고 생각하고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윤도현, 전인권씨의 경우 노래는 잘 하지만 축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성시경씨는 응원가나 록에 어울리지 않는다) 때와 장소에 맞는 목소리는 따로 있다."

 

- 배우들에 대한 인상은?

"황정민씨가 리액션에서 한박자 늦은 부분을 발견했지만 표정과 목소리의 떨림에서 나오는 '진정성'은 웨딩싱어로서 가장 큰 재산이다. 박건형씨가 율동에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웨딩싱어에게 '율동'은 의미가 없다. '웨딩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 웨딩싱어로서 생계가 유지되나.

"웨딩플래너를 겸업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웨딩싱어겸 플래너) 극중 결혼준비를 도와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웨딩플래너의 영역이다."

 
▲ [인터뷰]웨딩싱어가 본<뮤지컬 웨딩싱어>
ⓒ 문성식

관련영상보기

 

- 최근 자주 부르는 축가는?

"고유비의 '결혼'이며 후렴부터 하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내기 좋고 엔딩에서 축하멘트를 하기 좋다. 무엇보다 내 음성에 잘 어울린다. 축가는 여러곡보다 단 한곡이라도 확실하게 소화해야 한다."

 

- 하고 나서 가장 기뻤던 때는 언제인가.

"신부아버지가 나를 붙잡고 즉석에서 술을 따라주었을 때, 신부의 승진소식을 축가전에 한마디했는데 그게 주효했다. 축가는 자기소개 단계부터 멘트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 물론 극중 웨딩싱어가 개인감정에 못이겨 결혼식을 망치는 장면은 상상할 수도 없다."

 

- 가장 안 좋았던 축가는?

"CD플레이어 불량으로 후렴을 못부른 적이 있는데 오히려 하객들이 이해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신랑신부에게는 한라봉을 선물로 받았다. 성공적인 축가였지만 나중에 이혼소식을 듣게되는 경우 심란하다. 심지어 본식 두달만에 신부가 사망하는 경우을 겪고는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다."

 

- 가장 애매했던 축가는?

"축가 전 신부대기실에서 신부님께 인사드리고 2층발코니로 올라가서 순서를 기다리던 중 1층 신부대기실에서 문을 잠그고 친구와 흡연중인 신부를 발견한 순간 축가에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영화 <러브액츄얼리> 처럼 웨딩싱어만 2층에 올라갔고 신부대기실은 파티션으로 처리되어 천정은 뚫려있었다."

 

- 축가 연습은 어떻게 하나.

"오전 11시 예식의 경우 목소리를 트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동 중 차안에서 충분히 발성연습을 하고 전날 회식·노래방은 절대 가지 않는다."

 

▲ 뮤지컬 <웨딩싱어> 하이라이트 지난 11월 24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의 뮤지컬 <웨딩싱어>의 프레스콜 현장, 황정민과 박건형이 더블캐스팅으로 웨딩싱어 로비하트역을, 방진의가 단독으로 줄리아설리번역을 맡았다.
ⓒ 문성식

관련영상보기

 

- 축가를 잘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노하우가 있나.

"기본적인 노래실력도 중요하지만 다시할 수 없고 순간적으로 가사를 잊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아주 미세하게 MR에 목소리를 녹음해온다."

 

- 축가에 대해 컨설팅을 한다면?

"성별에 관계없이 노래를 잘하는 어린이가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노래를 잘부르는 유명인이 불러준다면 좋지만 오히려 웨딩싱어가 (신랑신부보다) 주인공이 될 우려가 있고 신랑신부와의 인연이 중요해도 기본적으로 노래실력이 중요하다. 펑크가 날 우려가 있으므로 두 팀을 준비하는 게 좋은데 신랑측 1번, 신부측 1번 혹은 솔로 1번, 중창 1번 혹은 남성 1번, 여성 1번 혹은 어른 1명, 아이 1번 혹은 발라드 1곡, 경쾌한 곡 1곡 등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주변에 노래 잘하는 지인이 없거나 있어도 스케줄이 안 되는 경우에는 전문웨딩싱어를 섭외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웨딩싱어는 그 노래의 가사를 외워서 불러야 감정이입이 된다. 그래서 노래를 지정하기보다는 가장 완성도있게 소화할 수 있는 노래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 정식으로 데뷔했나?

"디지털 싱글로 '사랑이 와서 그대를 깨울때'라는 리메이크곡이 있다."


태그:#뮤지컬 웨딩싱어, #웨딩싱어 임유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반갑습니다. 이화미디어 http://ewha.com 대표 문성식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 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