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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린 밤길은 자출족에게 고행 자체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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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부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들을 통해 수행을 쌓는 일을 고행(苦行)이라 합니다. 세속에서 벗어난 순례자나 수행자가 그런 고행의 가시밭길을 가기도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수많은 고행과 마주치고 때론 이겨내기도 합니다.

 

1년 5개월 가량 자전거만 타고 다니는 이에게도 그런 고행의 순간들은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됩니다. 아무리 자전거를 잘 탄다 해도 난데없이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나거나, 다리 힘이 쭉빠지는 육교와 계단를 마주하거나, 자전거족을 위협하는 운전자와 자동차를 만나거나, 자전거 날치기-도난을 당하거나 자기의지와는 무관한 어려운 일들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밤길 그것도 눈이 펑펑 쏟아진 어제-오늘은 자출족에게 자전거를 잠시 포기하라 합니다. 산고개 너머 도서관을 오가는 길은 많이 익숙해져 별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컴컴한 고갯길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영하의 날씨에 눈까지 얼어붙으면 정말 대략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도 맥을 못 추는 빙판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에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넘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눈이 그렇게 많이 올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나온 것이 죄라면 죄입니다.

 

어쨌거나 제설차량이 아무리 오가도 경찰들이 밤늦게까지 언덕길 눈을 치워도, 도로 위에서 미끄러져 빙빙도는 자동차들을 비웃으며 새하얀 눈을 "뽀드득 뽀드득" 실컷 밟았던 그날 밤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덕분에 자전거를 타면 20분 안에 집에 가는데 40분 가량 걸렸습니다.

 

자전거를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밤도 그 쓸쓸한 고행이 점점 다가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자출, #눈길, #밤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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