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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가전 금형 및 한방 침구를 만드는 라바기업의 전경
▲ 라바기업 전경 백색가전 금형 및 한방 침구를 만드는 라바기업의 전경
ⓒ 차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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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찌 보면 차고도 넘치는 것이 사람들인지라 몇 개의 특징들만 가지고 이 사람은 무슨 인종에 속하고 저 사람은 무슨 성격에 속한다는 등 쉽게 판단해버리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얼굴을 비롯한 외모며 성격이며 뿜어 나오는 인품까지 말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 또한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특색 있게 사업을 꾸려가지만 대부분의 관심사나 고민은 비슷했다. 바로 회사의 미래는 직원의 손으로 결정된다는 믿음이었다. 직원의 역량만큼 회사의 전망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대표고 주요 임원들이다. 그들 결정의 책임감이 가장 크며 고민의 깊이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표가 내리는 결정의 주요 전제는 '우리 직원들이 이 일을 해결할 역량이 되는가? 만약 역량에서 벗어나 있다면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지금 역량에 얼마큼의 노력을 더하면 해결 할 수 있는가?'이다. 때문에 좋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주)라바기업 양판정 대표의 고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 주변에 아는 사람 없는 외로움을 경험한 그였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상의 드릴 사람 한명 마땅치 않았던 사업 초기였다. 그래서인지 양 대표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한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양판정 대표 주변에 버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족이겠지만 그에 못지않는 사람들이 바로 직원들이다.

양 대표는 지난 2001년 7월31일에 라바기계를 설립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반드시 기술을 배워서 집안을 일으켜보겠다고 다짐한지 15년 만이었다. 군대시절을 제외한 20대를 꼬박 바쳐 배운 기술과 모은 돈 4천만 원으로 남의 공장 한켠에서 기계 한 대를 놓고 혼자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은 자신 있었지만 연고지가 아니다보니 일감을 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버텼고 지금은 삼성전자 냉장고 금형 2차 협력업체가 되어 발포 금형 부품을 만들고, 국내 최대 한방 침 제조사인 '동방침구 제작소'와 업무협약을 맺어 제품의 초기 투입부터 포장까지 생산 전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다.

설비투자는 사업 다음해인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매년 정밀 기계를 차근차근 구입하여 지금은 10여종이 넘는 정밀기계설비를 갖추게 되었다. 사업이 커지고 직원이 늘다보니 법인으로 전환하여 상호명을 (주)라바기업으로 변경하고, 2008년에는 자가 공장을 매입하여 이전을 완료했다. 이후 2009년 6월 벤처기업 및 산업안전공단 클린 사업장으로 선정됐고 7월에는 ISO-9000인증을 획득했다.

양판정 대표는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쉽게 다가서고 편하게 대해주지만 말은 쉽게 하지 않고 가려서 하는 편이었다. 가능하면 자신을 낮추려고 했고 자랑해도 될 만한 일들은 숨기려고 했다. 그는 선배 기업인을 만나거나 모임이 있으면 꼭 수첩을 펴 놓는다고 한다. 무언가라도 배우려고 하는 그 모습에 어떤 선배인들 이뻐하지 않겠으며 더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겠는가. 사람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사람에게서 길을 찾는 양판정대표의 모습이고, 그의 예의다.

회사의 위기도 사람에게서 오고 그 극복도 사람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현실을 잘 알기에 (주)라바기업은 직원 교육과 복지에 남다른 힘을 쏟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 기술습득에 힘을 쓰고 있으며, 삶의 고민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고민해주고 직원들의 인생설계까지 관심을 가져 준다. 이런 노력이 회사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 외부의 기술과 자문을 구하고 외부 교육까지 신경을 쓴다. 직원이 회사의 미래이기 때문이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안에는 많은 중소기업이 있고, 하남공단만 하더라도 수많은 금형, 프레스 회사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지방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듯, 몇 개의 대기업과 그 대기업이 정해준 파이를 많은 회사들이 작게 조각내어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만약 현실에 안주하려 생각한다면 고정된 일감으로 어느 정도 꾸려나갈 수 있겠지만, 정작 대기업이 빠져나가버리거나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위기가 닥쳐오면 속수무책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하남공단 어느 사업장도 현실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밤을 낮처럼 밝히고 기술을 익히고 개발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도움 없이도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독자브랜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미래사회에 대한 깊은 사색과 학습으로 변화될 시대를 대비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주)라바기업의 미래에 대한 대비 또한 비슷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라바기업이 조금 더 현실적인 까닭은, 회사의 운영과 미래를 사람에게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과 기술, 창업과 성장이 인생의 한 토막인 것처럼 회사의 미래도 양판정 대표와 직원들의 인생이고 꿈이고 미래인 것이다.


태그:#라바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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