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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자료 사진).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자료 사진).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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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미성숙의 악순환 속에 놔둬야 하나, 아니면 자유와 책임의 선순환 속에 둬야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 타율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학생들을 길러내야 한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생각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자율적인 자기 선택권을 보장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자는 말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초안이 지난 17일 공개됐다. 두발 자유화,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 등을 담고 있는 조례안 초안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논란이 됐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환영하는 여론도 높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조선>, <중앙>, <동아> 등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에 앞장서고 있는 곽노현 위원장은 "예상보다 보수층의 공격과 반발이 적다"며 "초안인만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해 준다면 고맙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곽 위원장은 "경기도의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하향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체벌, 특히 손찌검 금지 등 우리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안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학교 교육행정에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됐다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학교가 역동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조항 하향 조절할 수도... 두발 자유화 욕구, 상상 이상"

아래는 지난 18일 곽 위원장과 전화통화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인권조례 초안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말이 있다.
"내부적으로 많은 토론을 했다. 자문위원 13명 중 교사가 네 분이나 있다. 학부모와 교사 입장에서 할만한 논의는 다했다. 그 과정에서 보수신문들이 지적하는 이야기도 다 나왔다. 그래도 합의를 이끌어내 만든 초안이다. '인권의 원칙'에서는 물러나지 않겠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듬는 과정에서는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 두발 자유화 등 학생들 관심이 크다.
"그렇다. 두발 자유화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내 아이도 고교 1학년인데, '아빠 제발 머리는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더라."

- 도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수정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도 의회의 권한이다. 오는 2월 1일쯤에 최종안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제출하고, 교육감은 2월 7일쯤에 도교육위원회에 넘길 것이다. 앞으로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공청회를 4회 더 거치고 전문가 의견도 들을 것이다. 우리 위원회가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지적해주면 고맙게 고민하겠다."

- 앞으로 사회적 토론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논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전체적인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중요하다. 파격적인 자유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건 우리도 안다. 하지만 이제 과거 기준들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생각해보면 아주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다. 체벌, 특히 손찌검 금지 등은 결코 우리가 후퇴할 수 없다. 휴대전화 사용 문제는 우리 안에서도 크게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일단 그 정도 수준을 사회에 던져봤다."

학생인권조례 초안 13조(사생활의 자유) 4항은 "학교는 학생의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학교는 수업시간 등 정당한 사유와 제19조의 절차에 의해 학생의 휴대폰 사용 및 소지를 규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곽노현 교수(자료 사진).
 곽노현 교수(자료 사진).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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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학생복지와 권리... 학생이 참여해야 학교가 바뀐다"

- 이번 인권조례안 초안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자유화 조치보다 학생복지와 권리다. 사실 비행일탈 위기 청소년들이 많이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적절한 상담서비스를 실시하고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게 실질적인 인권이다.

그리고 학교 교육행정에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된다는 게 중요하다. 학생들의 참여가 있어야 진정으로 학교가 변한다. 학생들 목소리가 제대로, 그리고 정당하게 들리게 하고, 실제 교육행정에 반영되는 제도적 통로를 학생인권조례에 넣었다. 학생들의 참여권을 시초로 학교에 역동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 지금도 학생 참여를 위한 규정은 있지 않나.
"있으면 뭐 하나. 일선 학교에서 그런 지침을 안 따라도 문제가 안 됐다. 그래서 학생인권옹호관제도를 만들었다. 인권옹호관이 학교의 문제를 바로 조사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인권옹호관을 개별 학교에 두면 실효성이 없다. 그래서 교육청에 두게 했다. 경기도를 5개 권력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로 5명의 인권옹호관이 활동하게 된다. 또 '학생참여위원회'를 교육감 밑에 두고, 교육감이 직접 학생 의견을 들을 수 있게 했다."

- 학생 '자유화 조치'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도 큰 것 같다.
"일부 교사들이 걱정하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학생 자유화가 이뤄진 대안학교에 가봐라. 학생들 대부분 행실도 바르고, 머리도 매우 단정하다. 공교육에서 성적 하위 30%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기력하게 잠만 잔다. 그리고 중간 성적의 학생들은 개성 없이 공부만 강요받는다. 상위 30% 학생들은 공부만 한다. 그래도 상위 학생들은 보람이라도 있지, 하위 30%는 학교에 그 어떤 흥미도 없다.

언제까지 학생들을 억압하면서 이런 풍경을 방치할 것인가. 문화활동이 포함된 방과 후 활동을 체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 6개월 동안 활동했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나.
"우리 위원회는 1박 2일 연찬회를 열었고, 10번 가까운 사전협의과정을 거쳤으며 지금까지 총 17번 모였다. 각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이해당사자 그룹을 만나서 의견을 청취했다.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이렇게 열심히 활동한 위원회는 없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많은 조례 제정은 보통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고, 공청회 한 번 하는 게 끝이었다. 그렇지만 우린 그렇게 안 했다.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간신히 초안을 냈는데, 앞으로 1개월 동안 더 세련되게 수정 보완할 것이다."

-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들의 걱정이 누구보다 큰 것 같다.
"생활지도교사들이 다소 걱정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이다. 교장·교감들이 상대적으로 비판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좋아하시더라. 교사들을 만나 설문 조사를 해봤는데, 학교에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첫 번째 학교 폭력, 둘째 상담교사 확보, 셋째 학생 참여 보장이었다. 다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 어쨌든 학생인권조례안이 지속적인 공격과 비판을 받을 것 같다.
"솔직히 좀 답답하다. 학생들을 미성숙의 악순환 속에 놔둬야 하나, 아니면 자유와 책임의 선순환 속에 둬야 하나를 이제 선택해야 한다. 이제 타율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학생들을 길러내야 한다."


태그:#곽노현,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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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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