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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에 이어 경기도교육청의 핵심 정책이 다시 전국적인 이슈가 될 전망이다. 두발 규제 금지, 야간자율학습 선택권 보장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이 그것이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위원장 곽노현)는 17일 수원 도교육청에서 전체 48개 조항으로 이뤄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초안'을 발표했다.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을 추진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학생인권조례안 초안에는 ▲ 두발 규제 금지 ▲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학생 선택권 보장 ▲ 수업시간 외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보장 ▲ 대체과목 없는 특정 종교과목 강제 수강 금지 ▲ 학생인권옹호관 제도 실시 등이 담겨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파격'... "두발 규제, 야간자율학습 강제 실시 금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이는 고교 교육을 마친 성인의 눈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보편적 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 처지에서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파격적인 내용이다.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는 이 초안을 바탕으로 몇 차례 공청회를 개최한 뒤 2010년 2월 김상곤 교육감에게 최종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2010년) 1학기부터 학생인권조례를 바탕으로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두발 규제 등을 금지토록 지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는 현재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경기도의회(전체 의원 116명 중 98명이 한나라당 소속)가 학생인권조례를 처리해줄지는 불분명하다.

 

전동석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변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학생인권조례안을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의회에서 심의·의결을 한다면 쉽게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이미 지난 7월 무상급식 예산과 더불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예산을 대부분 삭감했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무상급식 실현, 혁신학교 추진과 함께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3대 정책' 중 하나다.

 

학생인권조례, 경기도의회 통과할 수 있을까

 

이번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이 학생인권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 인권 문제 전반을 둘러싼 사회적 토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기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안 문제에서처럼 김상곤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를 막아설 경우 논란은 매우 커질 수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조례 제정이 학생 인권 신장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교육청 쪽은 "학생 두발과 복장 규제는 신체적인 문제이고, 한국 사회는 이제 최소한 신체에 대한 자기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합리적인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져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교육청 쪽은 "무상급식 실현이 교육적인 당위의 문제라면, 두발 규제 금지 등은 사실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상식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경기도의회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에 정치적·정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이 인권주체로 학교에서 존중받음으로써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학생들은 그동안 두발과 복장 규제, 그리고 선택권 보장이 없는 심야자율학습 등에 많은 불만을 품어왔다.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가 지난 11월 20일 중간 보고 형태로 발표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 진행 경과'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중·고생들은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학교의 인권 침해 사례로 두발 규제(25.8%)를 꼽았다. 이어 복장 규제(18.7%)와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 과잉학습(15%), 그리고 단체기합 및 체벌(9.0%)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했다.

 

중·고생 1086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학교에 두발, 복장 규제에 관한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1080명(99.4%)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단 6명만이(0.6%)이 "없다"고 응답했다. 경기도의 거의 모든 중·고교가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고 있다는 말이다.

 

두발 검사에서 즉석 강제 이발 등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은 34.2%에 달했고, 교복치마가 짧거나 '색깔티'를 입었을 경우 54.5%의 학생들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옷을 압수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발 규제 금지,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핫이슈' 될 것"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은 현재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도교육청이 두발 규제 금지 추진 중'이라는 문자가 돌고 있다"며 "두발과 복장 자유는 학생들 사이에서 무엇보다 뜨거운 관심사"라고 말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두발 규제 금지, 야간자율학습 학생 선택 보장 등은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자신들의 부모를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신도시 등에 많이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도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학생들 머리카락 길이가 도교육감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화두는 이미 던져졌다. 대화와 토론, 그리고 선택의 문제는 시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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