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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가 '무릎팍'에서 못 다한 이야기 1부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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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화질 영상] 안철수가 '무릎팍'에서 못 다한 이야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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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씨를 처음 보니 '애걔'라는 말이 먼저 나오더군요. 텔레비전으로 볼 땐 덩치가 커보였는데, 작더라고요. 강호동씨 역시 제 얼굴이 작다고 느꼈는지 '애걔' 이랬답니다. 하하."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유쾌했다. 지난 6월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뒷얘기를 들려주며 "원하는 대답을 얻을 때까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세 차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강호동씨는 무식하게 고함만 지르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방영된 <무릎팍 도사> 안철수 교수 편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녹화 4시간 분량 중 고작 1시간만 방송돼, 그가 정말 전하고 싶었던 알맹이는 전파를 타지 못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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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홉 번째 10만인클럽 특강 강연자로 나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이라는 주제로 '편집 없는' 재미와 감동을 전했다. 안 교수는 아이폰·정치활동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아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정의 순간에 선 안철수, 무슨 생각 했을까?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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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교수가 방송에 출연한 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겪고 배운 것들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알리고,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가 맞닥뜨린 첫 번째 결정의 순간은 1995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로서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다, 사회에서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일이라 가슴 벅찼다"고 했지만, 의사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안 교수는 "과거의 실패·성공을 의식하거나 앞으로의 결과를 미리 생각하면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린다"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어떤 의미·보람·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할 때도 안 교수에겐 많은 고민이 따랐다. 프로그래머 일을 하기 위해 경영 도움을 줄 이들을 수소문했지만,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결국 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된 그는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너무 기본적인 질문을 가진 것은 업계에서 돌이켜보지도 않는 당연한 사실조차도 새롭게 바라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품은 질문과 얻은 답은 이렇다.

"왜 사람들은 모여서 일을 하나?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크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디즈니'처럼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는 수익창출이라는 상식은 타당한가? 만약 그렇다면, 불량식품을 만들어도 되나? 수익창출은 기업 활동의 결과일 뿐이다."

"어려움은 문제를 고치라고 하늘이 내려준 기회"

안철수 KAIST석좌교수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안철수 KAIST석좌교수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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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안 교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의 성공 스토리 때문이겠지만, 그의 성공이 어려움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어려움은 문제를 고치라고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말했다.

안 교수가 첫 번째 위기를 맞은 것은 안 교수도, 대한민국도 쓰러진 1997년 11월이다. 안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2년간 공부하면서 이틀에 하루 꼴로 잠을 잔 탓에 한국에 돌아온 이튿날 쓰러졌다. 한국은 'IMF 경제위기'에 접어들던 때였다.

그는 "경영이 내게 공포심을 심어준 탓에, 회사를 경영하는 데 빚을 최소화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게 됐다"며 "1999년 4월 한국에서 30만 대의 컴퓨터를 망가뜨린 CIH바이러스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준비와 기회가 만난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 교수가 끊임없이 사회적 발언을 하게 된 것도 1999년 어려움을 겪은 후다. 그는 "산업에 대한 애정으로 벤처 거품을 경고했더니 욕을 먹고, Y2K 바이러스가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용기를 냈더니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몇 년 뒤, 나의 사회적 메시지가 상식이 되는 것을 보고, 사회적 발언을 계속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매출이 정체돼 안철수 연구소가 어려움에 빠진 2003~2004년을 두고 안 교수는 "가장 많은 것을 깨달았던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편법에 대한 유혹이나 막연한 낙관론에 빠지지 말고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는 2005년 3월 최고경영자 자리를 10년 만에 사임하면서 "척박한 소프트웨어업계와 한국 경제 하에서 정직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공익·이윤추구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었다.

안철수 교수, "정치했으면 좋겠다"는 질문에...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오른쪽)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기에 앞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오른쪽)가 17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내가 걸어온 길의 풍경들'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기에 앞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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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가량의 강연 이후 40여 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무릎팍 도사>도 하지 못한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안 교수가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는 말에 안 교수는 어떤 답을 했을까?

안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제의를 받았고,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 제안을 받았지만 잘할 자신이 없고 힘(권력)을 즐기지 못하기에 거절했다"며 "실무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앞으로 정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이폰에서 대기업의 위기를 읽어냈다. 그는 "아이폰·구글 등은 회사와 개발자가 이익을 공유하는 수평적 모델인 반면, 삼성·엘지·NHN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하청기업에 일을 맡기는 수직적 효율화를 중시한다"며 "수직적 모델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 교수가 받은 가장 난처한 질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안 교수의 자문자답은 충분한 답이 됐다.

"리더십은 관리와 다르다. 관리는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돈으로 정해진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이다. 일이 중심이다. 반면 리더십은 각 구성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다. 리더는 철학·비전·실행능력을 가져야 하고,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구성원이 불행해진다. 또한 21세기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구성원으로부터 나오고, 커뮤니케이션의 반 이상은 듣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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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철수, #10만인클럽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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