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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터넷으로 한자(漢字)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 급수시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자교육 관련 인터넷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소위 포털사이트들의 한자사전 서비스들.  일반 한자사전처럼 모르는 한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자의 구성원리 등 간단한 한자지식과 용례(用例)를 설명해 준다. 또 비슷한 한자, 틀리기 쉬운 한자, 고사성어(故事成語), 숙어 등을 찾기 쉽게 배열하고 있다.

 

 내용은 비슷비슷하지만 네이버 한자사전은 필기인식기, 다음과 네이트는 한자연습장이 특징적인 서비스다.   필기인식기는 마우스로 모르는 한자를 써넣으면 그 글자와 같은 자와 비슷한 자를 보여준다. 그 중 자기가 알고자 했던 글자를 클릭하면 된다. 부수 음 획수 등이 헷갈릴 때 쓸 만한 방법.

 

 다음과 네이트의 한자연습장은 자기가 찾는 글자나, 그날그날 제시된 숙어(熟語)를 프린트하여 직접 써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필순(筆順)이 함께 제시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나름대로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인터넷 한자사전의 여러 편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이라면 인터넷 한자사전의 다음과 같은 '특성'에 특히 유의(留意)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필자의 경험담이며, 독자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모으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엉터리 자형(字形)이나 풀이가 가끔 눈에 띈다. 물론 이 사전 서비스는 유수한 출판사나 컨텐츠 제작회사가 만든 원본(오리지널) 컨텐츠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본 또는 포털 회사 중 어느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따로 따져야 할 부분이겠다.

 

 원본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원본을 인터넷으로 옮기기 위해 디지털 컨텐츠로 변환(變換)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인지의 문제 말이다. 누구의 잘못이든지, 결과적으로는 이를 믿고 공부하는 인터넷 이용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터다.

 

 예를 들어보자. 등골뼈를 의미하는 척추(脊椎)라는 단어가 있다. 척(脊)은 '등마루', 추(椎)는 '쇠뭉치'라는 뜻으로, 동시에 둘 다 등골뼈를 의미하는 글자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기둥인 이 단어의 척(脊)자가 오늘 우리가 살펴야 할 '문제의 글자'다. 

 

 네이버 등 인터넷 한자사전의 척(脊)자 풀이를 보면 이 글자의 자원(字源)으로 '회의문자, 등뼈를 본뜬 부(夫)와 月(=肉 고기)의 합자(合字)'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 부(夫)자는 '지아비'라는 훈을 가진 글자로, 척(脊)자와는 전혀 다른 글자다. 혹시나 싶어 설문해자와 설문해자 단옥재 주(注)까지 살펴도 '남편 또는 사내'의 뜻인 이 부(夫)자가 '척추 또는 등뼈'와 관련된 정황(情況)을 찾을 수 없다. 부(夫)의 '처음 글자'인 자원(字源)은 상투를 쓴 어른(큰 大자 위에 상투 모양을 얹은 것)의 상형(象形)이다.

 

 척(脊) 글자의 윗부분(脊에서 아래 月을 제외한 부분)이 좀 까다로운 글자이기는 하다. 민중서림 한한(漢韓)대자전에 실린 척(脊)자는 月[고기 肉]과 '겹쳐 쌓여있는 등뼈의 모습'을 상형한 '괴'의 합자다. 그 '괴'자에는 '등뼈가 사람 한 가운데 있는 형상'이라는 풀이가 있다. 그런데 이 '괴'자는 우리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에서 찾을 수 없다. 물론 인터넷 한자사전에도 없다.

 

 설문해자(說問解字)에서 이 '괴'자를 찾으니 '배여야 상협늑형(背呂也 象脅肋形)'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등뼈다. 겨드랑이의 갈비뼈 모양을 상형하였다'라는 뜻이다.

 

 이 '괴'자의 변형(變形)인 척(脊)자 윗부분 글자와 月(肉)의 합자가 바로 척(脊)자인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 등 인터넷 한자사전은 지아비 부(夫)자와 月(肉)의 합자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모양이 '쬐끔' 비슷하긴 하지만 살피면 금방 다른 글자임을 알 수 있다. 또 문자학적 관점으로 따져도 전혀 관계가 없는 글자다. 필요한 글자는 활자(活字)를 새로 만들거나, 아니면 그림(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설명해주는 방법이 마땅한 것일 터다.   

 

 사소(些少)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게 사소한 것이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필시 '학문' 또는 '공부'가 (필요)없는 '저품위 사회'일 것이다. 또 더 큰 문제는 이런 경우가 (한자)사전의 곳곳에 널려 있을 가능성이다. 한자교육과 문자학 연구, 집필(執筆)에 종사하는 필자의 노트에는 이런 사례가 몇 가지 더 적혀있다. 곰곰 궁리해서 곧 알려드릴 계획이다.

 

 필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왕성(旺盛)한 30대, 40대 인력(人力)들 중에 '한자 문맹(文盲)'이 퍽 많은 것 같다.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이런 디지털 변환 작업이나 한자 폰트 제작 작업, 사전 제작 업무 등의 현장 업무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들(의 무지)만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거의 50년, 우리 사회와 학교에 제대로 된 한자교육이 없었던 까닭이다. 초중고교, 심지어 대학의 선생님들조차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한다.  이제 한자 공부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들에게 마땅히 등대(燈臺)가 되어야 할 사전,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활용하는 인터넷 사전이 더 튼실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한자사전을 이용할 때는 이런 오류(誤謬)가 있을 가능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 종이에 인쇄된 사전에도 물론 이런 문제는 있을 수 있다. 이런 오류는 고쳐져야 한다. 어렵겠지만 또 다른 오류도 빠짐없이 발견해야한다.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서 전체적인 시정(是正)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 작업에 우리 신문과 함께 필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출판사 포털회사와 함께 독자 여러분의 협조와 동참이 꼭 필요하다. 필자가 일하는 시민사회신문의 한자교육기구인 예지서원 홈페이지(www.yejiseowon.com)에서 이런 사례를 널리 수집하고 있다. 편지나 전화, 이메일(yejiseowon@hanmail.net) 등으로 제보를 받고 있다. 빠짐없이 검토하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짓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사회신문 한자교육원 예지서원 누리집(www.yejiseowon.com)에도 실렸습니다. 필자는 이 신문의 논설주간으로 한자교육원 예지서원 원장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태그:#포털, #네이버, #사전, #한자급수, #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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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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