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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사 가는 길
▲ 만연사 만연사 가는 길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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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화순 쪽으로 나가면 전남 화순군 남면 유마리에 만연사라는 자그마한 사찰이 있습니다. 이 사찰은 고려시대 희종 4년(1208)에 만연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하는데 만연선사가 무등산 원효사에서 수도를 마치고 조계산 송광사로 돌아가는 도중에 무등의 주봉을 넘어 남으로 내려오다가 만연사 중턱에 이르러 피곤한 몸을 잠시 쉬어가고자 앉은 사이 언뜻 잠이 들어 꿈을 꾸었는데 16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실 역사를 하고 있는 꿈이었다고 합니다.

잠을 깨 사방을 둘러보니 어느새 눈이 내려 주위가 온통 백색인데 신기하게도 선사가 누운 자리 주변만 녹아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길로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를 하다가 만연사를 세웠다고 전해옵니다. 6.25 이전까지 대웅전, 시왕전. 나한전, 승당, 선당, 동상실, 서상실, 동병실, 서별실, 수정료, 송월료 등 3전 8방과 대웅전 앞의 큰 설루, 설루 아래 사천왕문과 삼청각이 있던 대찰이었으나 지금은 작고 아담한 절입니다.

한때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젊은 시절 부친이 화순현감으로 부임하던 때에 형님인 약진과 함께 따라와 만연사 동림암에 거처한 적이 있으며, 국창 임방울 선생이 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이곳을 찾아 피나는 연습을 하였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만연사는 광주 민주화운동 때 시민군이 화순경찰서에서 가져온 무기류를 계엄군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보관해두었던 항쟁의 생생한 역사현장이기도 합니다.

활짝 핀 배롱나무에 달린 소원을 비는 등
▲ 배롱나무 활짝 핀 배롱나무에 달린 소원을 비는 등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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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철에 올라가보니 마치 이국의 풍경 같았습니다. 누군가 조경을, 아니 꽃을 참 좋아하는 스님이 계시는 모양인지 곳곳이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안목이 놀라웠습니다. 배롱나무에는 연꽃등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대웅전을 향하는 계단 양쪽에는 봉숭아꽃 천지였습니다. 사이사이에 마치 꽃처럼 보이는 설악초의 나뭇잎이 황홀하게 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하얀 철쭉이 만발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꽃은 아주 작은데 잎은 꽃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꽃나무가 절집을 온통 등불 밝혀놓은 것처럼 환하게 비추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게 만든 쉼터
▲ 쉼터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게 만든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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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채도 많아 휴가철 쉬고 갈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언제 휴가를 만들어 쉬어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대웅전 아래채는 절집을 찾는 이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곳 정경은 마치 배낭 메고 외국여행길에 나온 것 같았습니다. 외국 대부분의 가게들은 안에서 쉬는 사람들은 길가는 우리를 보고, 길을 가는 우린 그 사람들을 보면서 서로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기막힌 발상을 했을까요. 그들은 의자를 옮겨가면서 원하는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어린 왕자가 의자를 바꾸어 앉으며 해지는 모습을 하루에도 마흔 세 번이나 봤다는 장면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절마당에 깔린 잔디
▲ 절 마당 절마당에 깔린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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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절 마당은 온통 연둣빛 잔디로 뒤덮여 있어 찬란했습니다. 감나무 밑에는 넓은 돌이 양쪽에 놓여있는데 위를 보니 감나무에 스피커가 달려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맨 처음 나를 만연사에 데리고 온 친구는 삶에 지칠 때면 찾아와 그 돌에 앉아서 그윽하게 울려 퍼지는 찬불가 소리에 마음을 씻곤 했다고 합니다. 유난히 인고가 많은 친구의 마음자리가 느껴져 마음이 아릿해졌습니다. 만연사는 크고 요란하지 않아 그렇게 아린 마음을 보듬어 어루만져주는 사찰입니다. 절에서 동쪽으로 2㎞ 지점에 만연폭포가 있고, 고요한 숲과 계곡의 물이 좋아 소풍객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배롱나무꽃은 지고 꽃등이 꽃처럼
▲ 대웅전 배롱나무꽃은 지고 꽃등이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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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에 매달린 꽃등
▲ 등꽃 배롱나무에 매달린 꽃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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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설악초가 없어졌어요.
▲ 설악초는 사라지고 여름날의 설악초가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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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을 둘러싼 여름날의 설악초
▲ 설악초 대웅전을 둘러싼 여름날의 설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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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보이는 설악초의 잎
▲ 설악초 꽃처럼 보이는 설악초의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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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가을날 다시 만연사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동안 사찰의 외모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꽃처럼 피어있던 설악초는 간 곳이 없이 사라지고 없어 아쉬웠습니다. 만연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산림욕장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 산림욕장은 그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산림욕을 할 수 있으니 아주 좋은 휴식처입니다. 특히 피톤치드가 많아 나오는 곳이라 건강한 사람은 물론 환자들에게 아주 좋은 곳입니다. 그동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만연사 갔다가 내려오면서 찾은 보물입니다.

만연사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산림욕장
▲ 산림욕장 만연사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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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와 넓은 잔디
▲ 수변공원 저수지와 넓은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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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사 가까이 있는 수변공원
▲ 수변공원 만년사 가까이 있는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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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욕장 반대편에는 저수지를 싸고 있는 넓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도심에서 가까워 많은 단체들이 소풍처럼 이곳에 나와서 모임과 점심을 하고 가기도 하는데 정겨워보였습니다. 시끄럽고 공기도 좋지 않은 곳에서 하는 모임보다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 보기도 좋았습니다.

만연사 올라가는 길에는 적송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띕니다. 이 길에 피톤치드가 많다고 친구가 일부러 데리고 와서 소개해준 곳입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 많다고 합니다. 특히 소나무와 편백나무에 아주 많은데 장성 축령산에는 편백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피톤치드는 2시부터 4시에 가장 많이 방출된답니다. 그래서 그곳에 의료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피톤치드 [phytoncide]는 1943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 처음으로 발표한 말인데,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로,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속에 가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도 이 피톤치드 때문이랍니다. 나무가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쏟아내는 것으로 이것이 다른 병원체에게는 치명적이라 하니 자연의 신비가 놀랍기만 합니다. 그래서 피톤치드가 많은 이곳은 나처럼 병원균과 싸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인 셈입니다. 

만연사는 작고 아담하지만 정겹고 유서가 깊은 사찰입니다. 어제는 때마침 어느 가족의 천도제가 올려지고 있는지 가족들과 함께 하시는 스님의 낭랑한 예불소리도 들을 수 있어 덕분에 도심에 지친 마음을 맑게 씻고 돌아왔습니다.


태그:#만년사, #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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