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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1월 11일 기사 '민노당원 공소기각한 판사 노회찬(진보신당 대표)후원회 후원금 냈다'
 <조선일보> 11월 11일 기사 '민노당원 공소기각한 판사 노회찬(진보신당 대표)후원회 후원금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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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좌파다."

딱히 어렵게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좌파'라는 말 한마디면 됩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 말만큼 사람이나 집단을 흠집내기 쉬운 말이 또 있을까요. 더구나 주류사회에서 좌파는 곧 퇴출되어야 할 대상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번주 <조선> <중앙> <동아>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을 보니 마치 사법부에도 좌파의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마치 80년대 흔하게 보던 "좌익세력 XX에 침투" 류의 기사제목을 떠올린다면 억측일까요.

이번주에 조중동이 만들어 낸 사설과 기사의 제목 몇가지만 보면 금방 이해가 될 듯 싶습니다.

'마은혁 판사, 사회주의 혁명조직 핵심멤버였다' (<동아>)
'법관의 판결에 이념 개입을 우려한다'
'이념 앞에 길 잃은 법원... 왜' (이상 <중앙>) 
"민노당 공소기각 판사, 인민노련 핵심멤버였다"
'편향적 돌출 판결이 사법 신뢰와 안정 흔든다' (이상 <조선>)

난데없이 법원을 두고 '이념개입' '편향'이란 말은 왜 나왔을까요.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법원 판결에 이념이 개입?

며칠 전 마은혁 판사는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점거한 혐의(공동퇴거불응)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마 판사는 판결에서 "국회본회의장 앞 점거농성을 주도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예 입건조차 되지 않은 점, 국회 사무총장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명을 했는데도 기소된 점, 퇴거불응행위가 4일이 넘었는데도 극히 일부분(2시간여)만을 기소 대상으로 삼은 점" 등을 들어 검사의 기소가 피고인들만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권을 남용하였으므로 기소절차가 무효"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검사가 항소하여 곧 항소심 재판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언론은 다른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 판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중동에서 이 판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조중동의 일부 기사에서는 마 판사가 "동일한 범죄행위를 하였지만 처벌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공소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거슬렀다는 것을 이 판결이 편향되었다는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 판사도 판결을 통해 이 판례를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마 판사는 그러나 "피의자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할 수 없는 사유에 근거하여 합리적 기준을 넘어서 자의적으로 행해진 것이며, 어떤 의도가 있는 경우라면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판결 비판 대신 판사 개인사 들춰내기 

대신 조중동은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의혹, 마 판사의 정치적 성향, 과거 경력 등 개인사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제기한 사안은 마 판사가, 친분 있는 정치인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의 후원행사에 참석한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조사 결과 마 판사가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언론으로서는 정치인과 판사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이런 행동이 적절했는지 충분히 따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언론의 비판 대상에 성역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색깔이 칠해진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은 이 사건을 판결과 연결시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 정치인이 전 '민주노동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마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 6일 전에 후원회에 참석한 것에 강한 의혹을 제기합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심리중인 상황에서 같은 당 출신의 정치인을 만나고, 이후 곧바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면 누구라도 의혹을 품지 않겠는가"(중앙 사설)라고 꼬집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노회찬씨는 민주노동당을 비판하고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압니다.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이 같은 정당이 아니듯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분명 다른 정당입니다. 그런데도 <중앙>은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그당이 그당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사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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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20년 전 경력이 이념 편향 근거?

그뿐이 아닙니다. 조중동은 마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 등을 거론하기 시작합니다. 12일 조중동은 약속이나 한듯이 마 판사가 20년 전 노동운동 단체(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들춰냅니다. 이것이 이념적 편향성의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80년대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어느 조직에나 상당수 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조선, 중앙, 동아 등 언론사에도 상당수 '포진'해있습니다. 20여 년이 흐른 2009년, 누가 그들의 과거를 문제 삼고 있습니까. 사법시험과 면접 등 검증과정을 거쳐 임명된 판사의 노동운동 경력만을 두고 "정치적, 이념적"이라는 비난을 가하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조선>은 사설에서 "다른 판사들과 정반대 판결을 내리는 이번 같은 돌출 판결이 쌓이면 사법 신뢰는 물론 법적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사법부를 향해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는 "재판을 통한 정치활동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합니다.

소수의 의견이 시대가 지나면 다수의 의견이 되고, 과거의 판결이 현재에 와서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상식을 조중동이라고 모를 리 없을 텐데, 단편적인 사실 몇가지를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 "한쪽 편에 선 독단적 선입관"(조선)이라는 표현을 쓰는 언론의 용기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하고 판사가 되어서는 진보정당의 재판에서는 단죄를 내리고, 노동운동가에게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윗사람에게 거슬르지 않는 튀지 않는 판결을 하는 판사. 조중동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판사는 이런 것일까요?

물론 조중동은 기사에서 결코 마은혁 판사를 좌파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중동의 관련 기사를 다 읽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좌파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 판사의 판결 자체를 보면 이념이 개입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판사의 개인적인 생활을 들춰내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아닌 판사의 과거 경력과 단편적인 사실을 근거로 판사를 비판하기, 정당한 방법일까요.

이런 색깔론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지난 여름 '촛불 재판' 논란을 불러 신영철 대법관의 결단을 촉구했던 판사들에게 일부 언론은 '색깔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좌파 판사들이 사법부를 바꾸기 위해 주도한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얼마전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도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촛불재판 개입 문제로 촉발된 신영철 대법관 사건을 "진보성향의 일부 판사들이 법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계획적으로 음모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형배 판사 "우리법연구회, 좌경판사 아니라고 입증하라니"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부끄러운 대학생활'이라는 글로 이런 답답한 상황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문 판사는 이 글에서 자신이 대학 초년생이었던 26년 전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그가 등교를 하려고 하는데 전경들이 정문에서 학생증 제시를 요구하였습니다. 그가 거부하자 경찰차에 실려 가까운 파출소로 연행되었습니다. 그는 결국 경찰에게 학생증을 보여주고나서야 등교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문 판사는 "학생증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죄가 될 턱이 없으니 임의동행을 거부하고, 파출소에 가서는 불법구금에 대해 따져야 했다"고 돌이키면서 "대학 다니는 내내 그것이 부끄러웠고, 26년이 지난 지금도 부끄럽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는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른바 운동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26년이 지난 지금 '등교하는 나에게 학생증 제시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법연구회가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라고 주장하고 입증하여도,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한 다음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하고 좌경판사 물러가라'며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먼발치에서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26년 전 그들에게 학생증을 제시하고 등교를 하여야 했듯이 또 다른 그들에게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함으로써 좌경판사가 아님'을 확인하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법원에 출근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요즘이 "정녕 부끄러움과 용기 사이에 고민하게 되는 나날"이라고 합니다.                

조중동이 판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좌파'라는 단어가 갖는 문제점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좌파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누구도 좌파의 정확한 뜻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않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할수록 좋습니다. '사회주의'건 '진보'건 '개혁'이건 '반정부' 건 어떻게 받아들이건 좋습니다. 다만 좌파는 부정적이고 위험하고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되기만 하면 됩니다. 

둘째, 좌파로 낙인 찍히면 일단 불리합니다. 사실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좌파로 규정된 당사자는 자신이 좌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좌파라는 주장에 침묵하면 긍정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양심과 어긋나더라도 좌파가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조중동의 '좌파 판사 낙인 찍기'는 결코 손해볼 수 없는 장사인 셈입니다. 일단 판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합니다. 판사들은 좌파로 찍히지 않기 위해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야 합니다. 이른바 '튀는 판결'을 하면 언제 좌파로 찍힐지 모르기 때문에 언론을 의식해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조중동의 최근 보도는 마은혁 판사 개인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법원 전체를 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중동은 판사들에게 이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도 좌파 판사로 찍힐 수 있다."

"판결 비판 아닌 법관 인신공격"
이옥형 판사, 최근 언론보도 행태 비판
이옥형 판사는 12일 법원내부통신망에 '판결 비판하기의 올바른 방법'이라는 글을 올려 마은혁 판사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 판사는 "법원은 판결에서 사실관계를 실체적 진실에 맞게 이해하여야 하고, 헌법과 법률 등 규범의 의미를 올바르게 해석하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애석하게도 법관이 신이 아닌 이상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따라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판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법원을 비난할 수 있"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올바르지 않은 판결 비판의 방식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최근 일부 언론은 판결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법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그의 과거 20년 전의 경력과 인간관계까지 들먹이면서 그의 의식세계를 헤집고 다니고 있고, 국민들에게 낙인찍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지금까지 필자의 짧은 법조경력으로는 논란이 있었던 수많은 판결과 결정이 있었지만 그 판단의 내용 때문에 언론에 의하여 이처럼 법관의 사생활과 과거의 경력이 해부되는 것을 보지 못하였고, 문명개화된 선진국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였다"면서 "그 정도의 정론지라면 헌법이 그러한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법도 한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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