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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입니다. 제가 일하는 YMCA에서는 매년 어린이 회원들과 수입밀을 주원료로 하여 각종 화학첨가물을 넣어 만드는 공장과자를 먹지 말자는 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올 해도 지난 5월에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을 하였는데, 11월이 되면 빼빼로-데이라는 복병을 만나 먹을거리 수칙을 잘 지켜오던 아이들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에 참여하고 5월 이후 약속을 잘 지키던 아이들이 친구들, 형제들이 모두 빼빼로를 사서 선물하는 이 날이 되면 여간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는 이 날 얼마나 많은 빼빼로 선물을 받느냐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답니다.

 

원조 빼빼로로 유명한 제과회사는 9월에서 11월 사이 매출이 연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고 합니다. 9~10월 두 달 사이에만 3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작년보다 20% 이상 매출이 늘었습니다.

 

빼빼로 출시 첫 해인 1983년에는 매출액이 40억 원에 불과하였지만, 2008년에는 560억 원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빼빼로데이가 유행이 되면서 원조 제과회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사 빼빼로 제품이 팔리기 때문에 실제 9-11월 사이 전체 빼빼로 매출액은 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합니다.

 

90년 대 중반 부산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빼빼로처럼 날씬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과자를 주고받은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작이라는군요.

 

그 이듬해부터 과자 회사가 시식회 행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일반인들에게 알려졌으며, 학생들을 중심으로 국경일 못지않은 기념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공장과자 빼빼로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빼빼로 성분표에는 다음과 같은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소맥분(밀, 수입산), 백설탕, 코코아프리퍼레이션(전지분유, 코코아매스), 식물성유지, 유당,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쇼트닝, 가당연유, 가공버터, 웨이퍼미에이트조제분말, 계란, 산도조절제, 물엿, 유화제, 정제소금, 액상과당, 합성착향료,(팜브래드향, 바닐라향), 비타민, 효모, 효소제제

 

빼빼로의 주재료는 밀입니다. 수입밀이기 때문에 제초제와 화학비료가 잔뜩 뿌려진 땅에서 농약을 마구 뿌려 농사를 지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까지 장거리 운송을 위하여 '수확후 농약처리'를 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백설탕과 물엿, 액상과당도 눈에 뜨입니다. 과자 속에 들어간 설탕은 이를 썩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만과 혈당조절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지요. 더군다나 물엿과 액상과당은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국내 제과업체에 재료를 공급하는 정제당업체들이 대부분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화제, 합성착향료, 산도조절제도 들어있네요. 산도조절제는 한 가지 화학물질이 아니라 무려 50여 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을 섞어서 만든 첨가물입니다. 합성착향료는 스펀지 2.0에서 합성착향료 원액이 휘발유처럼 불에 훨훨 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유화제는 태안반도에 원유 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바다에 뿌려서 기름을 제거하던 바로 그 화학물질입니다.

 

과자 전문가인 안병수 선생님은 식품재료명에 '가공'이란 말이 들어가면 '가짜'라고 해석해도 된다고 하셨지요. 빼빼로에는 가공버터, 가공초콜릿이 들어있습니다. 빼빼로의 성분표시를 읽어보니 날씬하게 생긴 빼빼로를 먹으면 결코 날씬해질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오늘은 가래떡 먹는 날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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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도 물리치는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

 

제가 일하는 YMCA에서 운영하는 아기스포츠단에서는 먹을거리 교육이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입니다. 매년 5-6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먹을거리 교육을 실시하고, 일주일 동안 온 가족이 공장과자와 가공식품 없이 살아가는 체험활동을 진행합니다.

 

일주일동안 진행되는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 기간에는 아이들과 과자의 유해성을 살펴보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먹을거리, 몸에 나쁜 먹을거리를 구분하는 공부도 함께 합니다. 또, 산, 들, 바다에서 나온 먹을거리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매년 1학기에 공장과자 안 먹기 운동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 청량음료,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 등의 정크푸드를 적게 먹거나 아예 먹지 않습니다. 적어도 YMCA에서 캠프, 견학, 야외학습을 떠날 때 아이들 간식은 모두 산, 들, 바다에서 나온 자연에서 얻은 먹을거리로 바뀝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장과자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질 만한 11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뜨들썩하게 아이들을 유혹하는 과자의 날이 있습니다. 달력에도 없는 전 국민의 기념일 바로 11월 11월 빼빼로-데이입니다.

 

올 해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빼빼로-데이에 공장과자를 먹지 말라고만 할 수 없어서 '가래떡 데이'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우리농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몸에 좋은 먹을거리인 쌀로 만든 가래떡을 먹는 날로 바꾸어 지내기로 한 것 입니다.

 

지난주부터 아이들과 빼빼로-데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과자 빼빼로는 먼 나라에서 밀가루를 수입해와서 몸에 좋이 않은 여러 가지 화학첨가물을 넣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 빼빼로 데이 NO, 가래떡 데이 YES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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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NO, 우리는 가래떡 데이 OK

 

아이들과 함께 빼빼로 대신에 우리농산물로 만든 '가래떡'을 먹자는 내용으로 노래도 만들고 동극도 만들었습니다. 어제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와 동극 공연이 있었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이 만든 노래와 동극을 보면서 몸에 나쁜 공장과자에 대하여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우리 농산물과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아이들 공연을 찍은 것입니다. 서툴지만 진지하게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교실에서 연습할 때는 곧 잘하던 아이들이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였더니 많이 긴장하더군요.

 

아이들은 "공장과자 안 먹기 캠페인' 풍선을 불어서 이웃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집 대문앞, 아파트 엘리베이트에는 직접 손으로 그린 포스터를 만들어서 붙였습니다. "빼빼로-데이에 몸에 나쁜 공장과자 사서 선물하지 말고, 우리농산물로 만든 가래떡을 나누어 먹자"고 말입니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오늘 아침 아이들은 단 한 명도 빼빼로를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유치원 과정의 아이들이라 선생님과 맺은 약속을 아주 잘 지키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빼빼로 대신에 가래떡을 구워 먹는 '가래떡-데이'를 지냈습니다.

 

가래떡을 만들어 먹기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집에서 쌀 한 봉지씩을 들고 와서 모았습니다. 그리고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뽑아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이들과 가래떡을 구워 설탕 대신 우리농산물로 만든 조청에 찍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농부들이 열심히 농사지은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으로 빼빼로보다 더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한 봉지씩 모은 쌀로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간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선생님들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빼빼로, #빼빼로데이, #공장과자, #과자, #가래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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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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