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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돋보인다." (박순성 희망과대안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이곳에서 열린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의 출판기념 토론회는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는 책 제목처럼 진보진영에 대한 성찰과 진로모색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병준 전 부총리, 조기숙 전 홍보수석, 김용익 전 사회정책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포함해 학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재정 전 장관은 축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는 이때, 김 전 처장의 새 책은 다시 진보를 생각할 기회와 열정을 줬다"며 "진보진영은 탁월한 예지로 버려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을 분명히 밝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김 전 처장이 최근 내놓은 신간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책 출간을 계기로 진보진영의 성찰을 위한 토론장을 열고 싶다"는 김 전 처장의 희망에 따라 2부 행사로 토론회가 열렸다.

 

김 전 처장은 기조발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권력지도와 보수언론의 지배력을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며 "나아가 진보진영은 경제성장, 개방, 양극화, 진보의 자유주의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참여정부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대권을 장악했지만, 이를 둘러싼 의회, 사법부, 경제, 언론 등 제도권력에 포위당함으로써 집권기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따라서 향후 진보진영은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데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보수화된 제도권력을 진보적으로 개편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 출판기념토론회 1부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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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보수언론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언론은 엄청난 의제장악력을 기반으로 사실상 역대 정권을 좌지우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보수언론의 아젠더를 추종하면, 정당성의 위기를 맞게 되고, 반대로 보수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면 정치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참여정부는 보수언론과 맞섬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프레스-프렌들리라는 명분으로 보수언론과 손잡음으로써 정당성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년간의 민주화는 정치체제의 민주화에서 경제체제의 민주화를 거쳐 생활세계의 민주화로 확장되는 과정이었다"며 "따라서 향후 진보진영은 보수언론과 제도권력에 포위된 생활세계에서 고립된 개인들을 깨우고, 조직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처장이 내놓은 대안은 '생활공동체 운동'이다. 김 처장에 따르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 전체 인구의 33% 가량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였다. 이들은 대형 편의점의 등장 등으로 경제적 양극화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도 끊임없이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욕망한다. 성장과 개발에 대한 이들 계층의 뿌리깊은 환상이 이명박 후보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만큼 이들을 연대와 복지 등과 같은 진보적 가치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점이 '생활공동체 운동'이라는 것이다.

 

김 전 처장은 "진보진영은 생활공동체 운동을 통해 보수화된 생활세계, 고립된 개인들을 진보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생활공동체 운동의 토대인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지방선거는 지역정치가 극단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인 만큼 진보진영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하방정치'를 대대적으로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 출판기념토론회 2부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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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선 박순성 희망과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은 "김 전 처장의 '시민공동체 운동'은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며 "이 운동이 기존의 시민운동과 접점을 찾을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정치적 국면에서는 갈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호 명지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오랫동안 지역차원의 공동체운동이 진행됐지만, 중앙정치와 괴리됨으로써 중앙정치의 보수화에 무기력했다"며 "김 전 처장이 주장하는 시민공동체운동이 중앙정치와 매개되는 고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지역에서의 진보정치는 공공성, 도덕성만 강조할 뿐 국가재정이 소요되는 다양한 지역 내 이익정치에 소홀했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중심이 돼 그렇지 않은 시민들의 이익정치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기존의 진보진영은 윤리적,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을 시민에게 강요하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며 "이런 접근 대신 작은 인센티브로 시민을 움직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방청석에서도 많은 질문이 나왔다. 방청석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정홍식 서울대 교수가 "김 전 처장이 왜 책 제목을 '다시 진보를 생각한다'라고 했을까 궁금했다"며 "새로운 진보라고 하지 않고,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가"라고 묻자, 김 전 처장은 "우리 시대 진보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거식으로는 안되는 만큼 근본적 성찰과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그런 제목을 붙였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안영배 기자는 전 국정홍보처 차장입니다.


태그:#김창호, #진보진영, #지방선거, #하방정치, #생활공동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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