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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 장편동화 <귀신 잡는 방구 탐정>은 새롭다. 우리나라의 동화로써는 만나기 힘든, 추리동화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간이 추리동화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화가 추리소설을 흉내 내기에 그쳐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 적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귀신 잡는 방구 탐정>은 세련된 솜씨를 보이고 있다. 제목은 우스꽝스럽지만, 추리동화로써의 면모는 물론이고 '동화'로써의 역할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5학년 강마루의 별명은 '방구 탐정'이다. 이런 별명이 생긴 건 두 가지 이유다. 문방구집 아들이라 별명에 '방구'가 들어간 것이고, 두 번째는 유괴사건을 해결했기에 '탐정'이 붙은 것이다. 5학년 학생이 유괴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이 의아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문방구를 지키고 있던 강마루는 2학년 아이가 납치되는 것을 보게 됐는데 겁먹기는커녕 재치를 발휘해 불상사가 일어나는 걸 막았다. 덕분에 강마루는 전교생 앞에서 '용감한 어린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부 잘하고 예쁘다고 소문난 은지나가 강마루를 찾아온다. 동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하게 아끼던 강아지 '포동이'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은지나는 나름대로 전단지를 만들고 경찰서에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지만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마루가 나섰다. 방구 탐정이 출동한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의 조사라고 해서 얕보면 안 된다. '모든 사건에는 동기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동기를 분석하고, '진술 속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며, '누구든 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여러 가지의 가능성으로 가설을 세워본다. 그리하여 강마루가 사건을 해결한다. 단지 강아지만 찾는가? 이웃 간의 분쟁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유'에 대한 의미까지 생각하게 한다. 제법 솜씨가 괜찮은 탐정인 셈이다.

 

누군가에게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협박편지 사건을 해결하는 건 어떤가. 고릴라라고 불리는, 덩치 큰 초등학교 6학년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한다. 아이는 강마루에게 도움을 청하고 방구 탐정은 이메일을 보낸 시간과 아이피 주소, 편지를 쓴 도구와 협박의 도구가 된 쓰레기봉투까지 조사하는 치밀한 수사 끝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아낸다. 이 사건도 단지 범인을 찾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해결하면서 아이들이 서로에게 상처주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남에게 상처 주는 것까지 생각하게 해주는 셈이다.

 

담벼락을 부순 뺑소니 사건과 느티나무 마을에 나타난 귀신소동과 농작물 절도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마찬가지. 방구 탐정은 우스꽝스러운 별명과 달리 용의주도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게다가 사건과 관련된,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도 한다. 탐정놀이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강마루, 그는 어리지만 제법 의젓한 탐정인 셈이다.

 

정통 추리소설에 비하면 <귀신 잡는 방구 탐정>의 '추리'는 추리라고 말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신 잡는 방구 탐정>은 초등학교 5학년이 할 수 있는 탐정적인 것들을 충실하게 묘사해 그만의 설득력을 만들어내면서 추리동화로써의 모습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는 모양새는 어떤가. 동화로써의 역할 또한 소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추리'가 있기에 재밌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할 것이 많기에 동화로써의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동화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추리동화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귀신 잡는 방구 탐정>,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귀신 잡는 방구 탐정

고재현 지음, 조경규 그림, 창비(2009)


태그:#고재현, #귀신 잡는 방구 탐정, #장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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