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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불꽃놀이^.^
 언니와 불꽃놀이^.^
ⓒ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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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에 정동진에 갔다. 정동진은 서울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바닷가이다. 속초 바닷가와 가까워서 따뜻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밤에 가서 그런지 쌀쌀했다. 하지만 점퍼 단추를 모두 끼우고 엄마 스카프로 머리까지 두르고 나니 안 추웠다.

바닷가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언니랑 나도 폭죽을 몇 개 샀다. 폭죽놀이를 보니 우리도 하고 싶었다. 막 폭죽놀이를 하려는데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의 정체는 옆에 있는 커플이었다. 스카프를 두른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나는 상관하지 않고 폭죽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폭죽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옆에서 터지는 폭죽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커플의 웃음이 거슬려 화가 나고 짜증도 났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리고 소원을 마저 빌었다.

소원을 빌고 나니 아빠께서 물으셨다. 무엇을 빌었느냐고.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비밀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물론 언니한테도, 엄마한테도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원래 소원은 알리지 않는 게 예의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입도 간질간질했다. 아빠한테만 살며시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언니는 "그러면 뭐하냐? 조금 있으면 다 이야기 할 거면서..."하고 비웃었다. 하지만 이번 소원만은 절대 말하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다짐했다.

엄마는 "나에게 유리 구두(?!)를 가져다 줄 왕자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느냐"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계속 말하면 비밀이 밝혀지기 십상이다. 소원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처음에 언니 뒤에 탄 나.
 처음에 언니 뒤에 탄 나.
ⓒ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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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뒤에 태우고^.^
 언니를 뒤에 태우고^.^
ⓒ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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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네 바퀴로 해변을 달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 했다. 언니가 나를 뒤에 태워준다고 했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언니와 나는 바퀴 네 개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정동진 모래사장을 쌩쌩 달렸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재미있었다. 추운 줄도 몰랐다.

언니가 타는 것을 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나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로 그냥 타고 꾹! 누르기만 하면 됐다. 자전거 타는 것보다 더 쉬워 보였다. 언니한테 "나도 한번만 타볼게"라고 했더니 언니가 허락했다.

내가 직접 타 보았다. 처음에 겁도 조금 나 아빠를 뒤에 태웠다. 아빠가 뒤에 앉아계시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울퉁불퉁 모래 위를 달리는 게 재미있었다.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아빠가 내리시고 진짜 혼자서 타보았다. 회전하는 것만 빼고는 혼자서 잘 할 수 있었다.

내가 계속해서 타니 언니가 심심해 했다. 언니도 한 대 따로 빌렸다. 그래서 언니와 나는 서로 한 대씩 타고 모래 위를 달렸다. 언니도 잘 탔지만, 내가 더 잘 타는 것처럼 보였다.

언니가 시합을 하자고 했다. 출발은 처음에 폭죽놀이를 했던 곳이고, 엄마와 아빠께서 서 있는 곳이 도착 지점이었다. 언니의 출발 신호에 맞춰 나는 최고 속력으로 모래 위를 달렸다. '왔다갔다', '이리저리', '울퉁불퉁' 좌우간 앞으로 쌩~ 날아갔다? 

한참 가다가 멈춰 서 뒤를 돌아보니 언니가 저 뒤에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토끼와 거북이 같았다. 내가 먼저 가서 뒤돌아보며 숨을 돌리는 토끼 같고, 언니는 엉금엉금 기어오는 거북이 같았다. 하지만 경기는 내가 이겼다.

승부는 몸무게에서 결정이 된 것 같았다. 언니가 탄 것은 모래 위를 빨리 달리지 못했다. 내가 탄 것은 모래 위를 날아 다녔다. 아무래도 나의 몸무게가 적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둘이서 같이 탔을 때는 혼자 탄 것보다 훨씬 더 느렸다.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겼다^.^
ⓒ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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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밤 11시가 됐다. 네 바퀴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도 다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그만 타고 신발과 양말 속에 들어온 모래를 털어내고 있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엄마께서는 "우리 예슬이 손이 차갑네. 볼도…"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 추운 것 같았다. 금방 감기 걸릴 것 같았다. 콧물도 나왔다. 얼른 차 안으로 들어가서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었다.

바닷가에서 놀다보니 강원도가 엄청 친하게 느껴졌다. 대관령 목장도, 통일 전망대도 좋았다. 백담사도 멋있었다. 또 강원도에 가고 싶다. 다음에 갈 때는 2박3일, 3박4일이 아니고 1주일 이상 있다가 왔으면 좋겠다.

정동진역 앞에서 엄마, 언니와 함께. 맨 왼쪽이 나^.^ 오른쪽 사진은 모래시계탑 앞에서 검정색 스카프를 둘러쓰고 서있는 나^.^
 정동진역 앞에서 엄마, 언니와 함께. 맨 왼쪽이 나^.^ 오른쪽 사진은 모래시계탑 앞에서 검정색 스카프를 둘러쓰고 서있는 나^.^
ⓒ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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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목장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나^.^
 대관령 목장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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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예슬 기자는 광주우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정동진, #네바퀴 오토바이, #대관령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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