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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제10차, 2008년 10월 28일~11월 4일)가 경남 창원에서 열린 지 1년을 맞았다.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개발 욕심 때문에 갯벌이나 강, 하천, 호수, 논 습지는 그 생명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람사르총회 1년을 맞아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과 박완수 창원시장,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를 만나 '창원선언문' 이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말>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는 "연안매립과 4대강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람사르정신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습지보전과 인식증진 활동을 위해 '람사르환경재단'을 설립했고, 올해 7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를 유치했다. 박진해 대표이사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 운영도 맡고 있다.

 

박 대표이사는 "지난해 람사르총회 때 논습지 결의문을 채택했다"면서 "논습지 결의문을 가장 잘 이행하고 있는 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고성 생태환경농업이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책입안자와 시민단체의 중간 지점에서 양쪽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고 의견을 반영하도록 할 것이며, 타협과 협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해 대표이사는 마산MBC 피디와 대표이사를 거쳐 지금은 환경 지킴이로 나섰다. 다음은 지난 19일 저녁 람사르환경재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지?

"경남도가 역대 가장 큰 국제 행사를 지난해 유치했었다.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어차피 환경문제가 주요한 인류 과제로 대두되는 만큼 람사르정신을 이어가고 경남을 거점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재단이다. 람사르정신을 이행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는 목적이다."

 

- 람사르환경재단이 왜 필요한지?

"어쨌든 행사는 치렀다. 람사르총회 추진단이 2년 동안 준비해 행사를 치렀다. 자원봉사자도 300여명이나 활동했다. 환경을 지키겠다는 나섰던 자원봉사자 조직도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된다. 자체적으로 람사르코리아를 조직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지역에도 보면 습지와 생태 안내활동하는 단체들이 생겨났는데, 이들 단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인 습지인식 증진과 보전활동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람사르환경재단은 국제적인 활동도 하는지?

"올해 5월이었다. 람사르협약 30차 상임위원회의가 스위스에서 열렸는데,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를 경남에 두기로 공식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이어 지난 7월 20일 창원 소재 경남발전연구원 안에 지역센터를 두고 공식 개원식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재단은 지역센터와 연계해 국제 습지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지속적인 습지조사연구 활동을 해나가고, 동아시아의 주요 습지를 람사르에 등록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지난해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의 성과라면 '창원선언문' 채택이었다. 한국과 일본 등 엔지오(NGO) 등도 관심을 보여 논 습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결의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이행해 나가는 게 중요한데, 재단과 지역센터가 그런 일을 해나갈 것이다."

 

- 창원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린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쉬웠던 점과 자랑스러웠던 일은?

"우선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것이 상당한 성과였다. 환경문제, 특히 습지라는 것이 그동안 피상적인 대상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생활 속의 중요한 화두로 지역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성과다. 지난해 람사르총회의 성과로 경남도는 2011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 회의를 유치하게 되었다. 경남도가 환경이라는 화두를 가장 중요하게 둔다는 의지 표명으로 람사르환경재단을 만든 것으로 성과다. 4대강사업이며 연안매립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그런데도 환경을 깡그리 무시하고 개발 일변도로 밀어붙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가급적 환경을 염두에 두어 가면서 시책을 펴자고 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본다. 아쉬운 부분은 람사르총회를 치렀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막혀 자연 그대로의 보존에만 머물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쉽다."

 

- 우리가 '람사르정신'을 제대로 이행․실천하고 있다고 보는지?

"한 마디로 이야기 하기는 힘들다. 4대강 사업은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 쪽에서는 4대강 사업을 제대로 해야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자연을 그대로 두어야 하고 4대강에 인위적인 손길을 가하면 습지가 훼손되고 물 문제가 악화된다고 한다.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는 속에 한 쪽만 취하기 힘들다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람사르정신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습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물 종들이 어떠한 훼손이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추진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면밀한 연구와 조사 끝에 진행해야 한다.

 

연안 매립도 문제다. 역시 가급적이면 람사르정신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정신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되고 면밀한 검토 끝에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논습지가 중요하다. 경남 고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명환경농업에 주목하고 있다. 고성 생명환경농업은 람사르총회의 논습지 결의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논습지 결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고 있다고 본다. 생명환경농업이 고성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경남 전역으로 확산해 나갔으면 한다. 궁극적으로 전국 확산의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성 생명환경농업은 람사르총회 뒤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성과다."

 

 

- 환경문제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창원 주남저수지에 람사르문화관이 만들어졌다. 습지를 단순히 자연과학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습지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생활하는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의미도 있다. 습지에서 우리 선조들의 생생한 문화유산이 나오고 있다. 그곳에서는 습지와 관련한 그림이나 사진을, 그것도 각국의 습지문화를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습지와 함께 해 왔다. 가령 '다호리 고분군'이 있는데, 거기서는 기원전 철기문화의 흔적이 나왔다. 그곳에서 붓도 나와 문자가 이미 존재했음을 추정하게 하고, 중국과 교류도 엿볼 수 있는 엽전도 나왔다. 창녕에서는 습지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통나무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 선조는 습지와 더불어 살아갔음을 알 수 있다. 습지에 대한 문화적 접근이 중요하다."

 

-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지역센터는 전 세계에 몇 개밖에 없다. 중서부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가 이란 람사르에 있고, 중남미아메리카를 관장하는 지역센터가 파나마에 있으며, 아프리카지역센터가 우간다에 있다. 경남에 있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습지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습지에 대한 인식이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지?

"총회가 열린 창원과 창녕에서는 피부에 느낄 정도로 습지의 중요성을 충분히 체감하고 있다. 환경부와 경남도가 총회를 열었는데, 아쉽게도 다른 지역은 창원이나 창녕에 비해 인식이 높지 않다. 람사르총회를 전후해서 정부도 저탄소녹색성장을 화두로 던졌는데, 람사르총회가 상승 작용을 한 측면이 있다. 4대강사업 때문에 저탄소녹색성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전 인류가 피해갈 수 없는 화두이자 위기이기에, 이 부분과 정면대결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나, 지구를 존속시켜 나갈 수 없다."

 

- 정부와 자치단체는 말로만 람사르정신이며 습지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대운하 논쟁도 있었다. 4대강 사업에 녹색성장이란 말을 왜 붙이느냐고 한다. 연안매립을 두고서도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권 출범과 동시에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전세계의 문제다. 환경 보전은 구호에 거쳐서는 안되고 생활이 되어야 한다. 어느 정치인이나 정권도 이 문제와 비켜갈 수 없다. 개별 정책에 있어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유혹에도 빠질 수 있다."

 

- 환경문제를 두고 시민단체와 정부․자치단체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형태는?

"재단의 설립 목적도 그런 갈등을 풀어나가자는 측면도 있다. 정책 입안자와 환경단체는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갈등에서 벗어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엔지오(NGO)는 환경파괴적 개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저항해야 하는 게 존재 이유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그런 측면을 부정하거나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그런 시각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갈등과 불신이 부각 되다 보면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추진하는 게 쉽지 않다. 환경재단이 그런 작업들을 해내야 한다. 정책입안자와 엔지오의 중간 지점에서 양쪽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고 의견을 반영하도록 할 것이며, 타협과 협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이 논습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중요한 작업이다. 논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습지다. 지금까지 논에 대한 인식은 농사 짓고 쌀을 생산하는 정도였다. 논습지 결의문은 논도 중요한 생물이 살아가는 습지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쌀 생산과 더불어 생물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 방향으로 경작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린 시절 메뚜기 잡이나 미꾸라지, 개구리를 잡던 체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다보니 그런 생물들이 사라졌다. 그것으로 인해 보리고개에서는 벗어났지만, 결국 다양한 생물 종들이 사라졌다. 결국에는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창녕 우포에 따오기 번식을 시작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따오기가 사는 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데 거기서 생산된 쌀의 질도 좋을 것이다.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은 람사르총회의 논습지 결의문 정신을 가장 잘 살린 시도라고 본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람사르환경재단은 오는 11월 2~4일 사이 고성과 창원 일원에서 '람사르총회 기념' 행사를 연다. '생명환경농업단지 탐방'과 '논습지 관리를 위한 심포지엄'을 2일 고성에서 열고, '제10차 람사르총회 기념행사'와 '람사르협약 이행 보고대회'를 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고,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한 국제 포럼'을 4일 주남저수지와 람사르환경재단에서 연다.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는 람사르사무국, 환경부, 경남도과 함께 오는 11월 18일~20일 사이 창원에서 "창원선언문 이행 네트워크 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는 창원선언문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이행과 관련한 앞으로의 전략을 논의한다.


태그:#람사르총회,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습지보전,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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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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