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무산에 한이 맺힌 정부는 여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번에는 4대강 사업 추진에 스스로의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우리의 4대강은 아직 죽어 있거나 죽어 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주장처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뉘앙스가 대단히 의도적이며 선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4대강 사업은 사업 추진과정 자체의 탈법 여부 및 절차상의 문제 이외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에,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프로젝트로 추진되었던 미국 플로리다 운하(The cross Florida barge canal)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제 대공황으로 엄청난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던 1930년대 미국에서 경제복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플로리다 운하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플로리다 남부지역에 광범위한 홍수가 반복되자 마치 우리의 4대강 사업 명분과도 같이 "녹색뉴딜을 통한 경제 살리기", "홍수피해 방지"를 명분으로 내걸고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많은 인력이 소요되기 마련이므로 그 당시 플로리다에는 상당한 규모의 고용창출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은 주로 중장비 작업이 될 것이므로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규모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지에는 심한 의문이 든다.

플로리다는 습지가 많은 지역으로 항공사진을 보면 수많은 호수 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운하 건설을 위해 이러한 습지들을 대규모로 헤치기 시작했으며, 우거진 숲을 베어내고 운하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인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원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환경문제를 지적한 반대여론으로 인해 사업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가, 케네디가 집권한 이후 중단되었던 운하 프로젝트가 재개되었다.

플로리다 주의 습지
▲ 플로리다의 습지 플로리다 주의 습지
ⓒ Jeff Greenberg/Peter Arno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운하건설이 재추진되던 시기에 플로리다 운하 지역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말았다. 환경보호론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자연하천을 직강화하고 4대강 사업에서 만들겠다는 보처럼 갑문으로 막고 강 바닥을 준설한 결과, 대규모 습지가 사라져 버렸으며 습지에 서식하던 생태계에 큰 교란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철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종도 변화가 되었다. 또한 지천에서 유입되는 농업 폐수 및 축산 폐수 등으로 인해 호수에 심각한 부영양화가 발생하였다. 하천 바닥을 준설한 결과 하천 주변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지표수 및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직강화 공사를 한 플로리다 운하
▲ The cross Florida canal 직강화 공사를 한 플로리다 운하
ⓒ Edyabe

관련사진보기


플로리다 운하에는 화물을 실은 바지선은 없고 유람선이나 요트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실패를 인정하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기 시작했다. 자연의 위대함에 도전한 인류의 오만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보라. 지금 우리가 한다는 4대강 사업이 플로리다 운하와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준설을 해서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녹색뉴딜 얘기도 그렇고,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시킨다고 하는 마인드도 그렇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홍수피해를 방지한다는 명분마저도 그럴듯하게 투영된다. 두 프로젝트는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은 아예 논하기도 전에 플로리다 운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만일 4대강 사업을 강행하여 플로리다 운하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서 복구해야 한다면 다음 정부는 다시 대규모 세금을 투입해서 복원사업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4대강 복구만이 자연친화적인 녹색성장으로 가는 길입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태그:#4대강, #플로리다 운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