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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자락 인수동 마을 안쪽에 자리잡은 유기농 마을찻집 '마주이야기'는 가정집을 편안한 쉼터로 바꿨다.
 북한산 자락 인수동 마을 안쪽에 자리잡은 유기농 마을찻집 '마주이야기'는 가정집을 편안한 쉼터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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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찻집이 생겼네!"

마을 골목을 지나는 아주머니들이 반가운 마음으로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문을 연다. 서울에서 집 옆에 찻집 하나 생긴 게 뭐 대수라고 놀라느냐고? 그래도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사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만하다.

친구를 만나 차 한 잔 마시려고 수유역이나 큰길까지 나가야 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이곳에서 파는 먹을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다. 말 많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받아오는 게 아니라 생활협동조합 제품이거나 현지에서 직접 받은 것들이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이건 어떠한가. 찻집을 운영하는 두 사람은 마을 사람이다. 혹시 약속한 것과 다르게 장사를 하면, 언제든지 따져 물을 수 있는 이웃이다. 문을 연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가을날 마주이야기를 찾았다.

마주이야기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다. 마을에 살더라도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이라면 알기 어려운 골목 안쪽이다. 국립재활원과 한국전력 강북지사를 지나 스무 걸음 정도 북한산 쪽으로 올라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주이야기가 보인다.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북적거리는 곳 놔두고 이런 곳을 택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집처럼 편안한 곳으로 찻집을 만들고 싶었다. 아는 사람 권유로 여기를 왔는데, 우거진 숲 속에 집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돈이나 사람을 찾아서 시내로 나갈 수 있지만, 편하고 재미나고 오고 싶게 만들 수 있는 곳 만들고 싶다."(민성희 사장)

[영업 비밀1] 마을 이웃에게 팔아요

 아이를 데리고 와도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마주이야기는 실내를 좌식으로 꾸몄다.
 아이를 데리고 와도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마주이야기는 실내를 좌식으로 꾸몄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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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씨의 말대로 마을찻집은 가정집을 세를 얻어 찻집으로 단장했다. 앞마당에는 제법 큰 밤나무와 작은 텃밭이 있고, 바로 옆으로 북한산에서 흘러나온 실개천이 지나간다. 주변으로도 단독주택들과 작은 빌라만 보인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마을 안에 찻집을 차린 것이다.

또 다른 사장 김진숙씨는 "수유역만 나가보아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는 드물다. 그런 곳은 늘 분주하고 시끄럽다.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오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돈 벌 생각을 하지 않네." 두 사람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한 마디씩 툭툭 던졌단다. 누가 봐도 안 될 것 같았나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믿는 구석은? "있다." 이들이 상대하는 손님이 '영업 비밀'이다.

마주이야기는 마을 찻집답게 마을 주민들을 주 고객으로 상대한다. 인수동에 사는 주민들이 쉬고 대화하고 책을 읽고 차를 즐기다가 갈 수 있는 쉼터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자리도 의자를 치우고 좌식 식탁을 놓았다. 어린아이를 데려와도 걱정이 없다. 가정집을 고친 덕에 공간도 네 곳으로 나뉘어 옆 자리 소음을 피할 수 있다. 반상회나 작은 모임을 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영업 비밀2] 모든 게 유기농

 마주이야기가 내놓는 먹을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다. 커피도 공정무역으로 들어오는 것들이고 각종 쥬스도 유기농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
 마주이야기가 내놓는 먹을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다. 커피도 공정무역으로 들어오는 것들이고 각종 쥬스도 유기농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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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비밀' 두 번째는 먹을거리에 있다. 마주이야기에서 내놓는 음식은 모두 유기농이다.

그럼 커피는? 물론 유기농이다. 유기농으로 생산한 커피를 공정무역으로 거래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받아온다. 커피는 세계인이 즐기는 음료인 만큼 거대한 기업들이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가 6~7천 원을 주고 마시는 커피 원가는 100원 언저리다. 나머지는 대기업 손으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는 대형기업 손을 빌리지 않는다. 그만큼 커피를 생산하는 가난한 농가에 더 많은 이윤을 준다. 대신 생산자는 농약을 쓰지 않는다.

커피에 타는 우유도 물론 국내 농가에서 생산하는 유기농이다. 흔히 커피 체인점은 멸균 우유를 사용한다. 우유가 영양소가 많아 권장 식품이지만, 커피에 들어가는 멸균 우유는 영양소를 모두 파괴한 것이다. 우유 맛을 느끼게 하는 식품첨가물 수준이다. 그나마 양심 있는 곳이 저온살균 우유를 쓴다.

김진숙씨는 바리스타(커피를 만드는 전문가) 과정을 지도하던 선생님에게 배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커피 파는 사람이 최소한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우유를 사용하는 문제다. 멸균 우유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저온살균 우유만 써도 양심을 지키는 셈이다. 그런데 마주이야기는 유기농우유를 쓴다. 유기농우유는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 우유보다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나 비싸다. 그러나 값보다 질을 더 신경 쓰는 찻집이다.

[영업비밀3] 직접 만들어요

 찻집지기 김진숙(오른쪽)씨와 민성희씨는 찻집이 터를 잡고 있는 인수동에 살고 있다. 가족과 이웃에게 내놓는 것들이라며 정성을 들인다.
 찻집지기 김진숙(오른쪽)씨와 민성희씨는 찻집이 터를 잡고 있는 인수동에 살고 있다. 가족과 이웃에게 내놓는 것들이라며 정성을 들인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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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 마주이야기는 기계를 써서 커피를 내리지 않고 핸드드립과 모카포트로 직접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만든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정성은 훨씬 많이 깃들었다.

마주이야기 특선 음료는 오디사과주스와 단호박고구마라떼다. 흔히 고구마가루를 우유에 타서 주거나 아예 분유와 고구마가루를 섞어놓은 분말을 물에 타서 주지만, 마주이야기는 다르다. 미리 단호박을 삶고 고구마를 쪄서 설탕에 절여놓는다.

오디도 미리 재워놓는다. 물론 설탕까지 유기농을 쓴다. 손이 많이 가는 덕에 가격이 세다. 제법 큰 잔에 듬뿍 담아서 무려 6000원이다. 그래 봐야 다른 곳 커피 한 잔 값이지만.

마주이야기에 들렀던 손님마저도 걱정이 되었나 보다. 한번은 빵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가 넌지시 물었다. "유기농으로 장사한다는 거 정말이유? 그런데도 장사가 된다는 말이오?"

장사를 해보았기에 잘 알 수 있다. 유기농이라는 말이 거짓말이거나, 장사를 포기했거나. 그렇지만 마주이야기 주인들은 이것이 정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단다. "사먹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운영을 해보니까 알겠다. 찻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걸."

어린잎쑥차와 뽕잎차, 오미자차 따위도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다원을 수소문해 구입했다. 기계를 써서 크게 농사하는 곳이 아니라 야생에서 자라는 잎을 따서 볶거나 찌는 차들이다. 그래서 구수하고 원래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적당한 때에 단골들과 함께 생산지를 탐방할 계획도 짜놓았다. 손님들에게 어떻게 재배했는지를 보여주고 생산자와도 더 깊은 인연을 맺어가기 위해서다.

차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쿠키도 직접 굽고,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샌드위치와 떡볶이도 곁들였다. 음료 하나, 주전부리 하나에도 손이 많이 가고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 투성이다. 그래서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다른 찻집보다 길다. "빨리 먹고 가는 것보다 천천히 먹고 마시면서 차분하게 지내다가 가는 곳이 되면 좋겠다"는 찻집 주인들의 바람을 공감한다면, 기다리는 시간도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어쩌면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있는 우리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첫 마음 변치 않도록 지켜주는 건 '이웃'

 '마주이야기'는 인수동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북한산을 사랑하는 이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마주이야기'는 인수동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북한산을 사랑하는 이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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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다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했다가 현실과 쉽게 타협하던데….' 자신 있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자신있다"고 했다. "왜냐면 같이 하니까."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아침부터 삼고, 재우고, 보관하고…. 분말가루를 물에 섞어주면 간단하지만, 처음부터 일일이 만들려니 분주하다. 조금 지나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런데 함께 운영하니까, 서로 나약하거나 나태해지지 않고 지켜주는 힘이 된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민성희)

"스치듯 만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마을에 함께 사는 이웃에게 내놓는 거니까 마음가짐이 다르다. 마을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맛이 변했다고 말하면 아주 크게 들릴 것이다. 나와 가족이 먹을 수 있는 것만 내놓는다."(김진숙)

[찻집지기 인터뷰] '생기' 김진숙과 '봄빛' 민성희

 김진숙씨(왼쪽)와 민성희씨는 마을에서는 언니 동생으로 지내다가 힘을 합쳐 찻집을 열게 되었다.
 김진숙씨(왼쪽)와 민성희씨는 마을에서는 언니 동생으로 지내다가 힘을 합쳐 찻집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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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김진숙 "충분히 행복하고 싶어 찻집 열었어요"

"공대 나와 휴대전화 개발하는 회사 들어갔다. 10년 정도는 그 일을 할 줄 알았다.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들더라. 그런데 건강하게 살기는 어려웠다. 새벽같이 나가서 늘 야근했다. 빨리 끝나면 저녁 10시다. 기계도 쉬게 하고 기름칠을 해야 오래 간다는데, 사람에게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에게 투자는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만 한다.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마찬가지다.

관련 회사 가운데 어느 대기업에서는 직원이 해외출장 갔다가 죽어서 돌아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나 주변 회사들에서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과로로 쓰러진다.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인생다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회사는 회사에 올인하기를 원한다. 직장 선배들도 힘들게 살다가 조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기거나, 우리나라보다 연구하는 조건이 좋은 외국으로 이민 갔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었다. 10명 중 한두 명이 살아남아 팀장을 한다. 내가 운이 좋아 팀장이 되더라도 내 몸과 가정은 포기할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할까 회의가 들었다. 몸도 마음도 점점 한계에 도달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때마침 우리 마을에 사는 친구들과 언니들이 '마을에 찻집이 없는데,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하면 잘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사람답게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면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끼면서. 그래서 돈을 적게 벌어야 한다면? 적게 쓰면 된다.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 함께 운영해서 다행이다."

'봄빛' 민성희 "꿈을 10년 일찍 이룬 만큼 더 정성껏"

"1년 동안 꼬박 마을에서 아이를 키웠다. 내 품에서만 자라는 것보다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만날 때, 더 잘 돌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마침 마을에는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다. 내가 직장에 다닌다면 저녁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그건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알맞은 일을 찾기란 참 어려웠다. 진숙 언니가 함께 찻집을 해보자고 했을 때 고마웠다.

찻집 운영은 내 꿈이었다. 40대가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꿈을 10년은 일찍 당겨온 것 같다. 어떤 찻집을 할까 고민할 때부터 즐거웠다. 마을에 찻집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에게 '인생 참 편하게 산다'는 핀잔 아닌 핀잔도 들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대하듯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수록 내 꿈이 뭔지 더 고민했다. 찻집을 하는 건지, 찻집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건지. 진숙 언니와 함께 꼭 성공할 거다. 마을 사람 누구나 쉴 수 있는 공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 '생기'와 '봄빛'은 김진숙·민성희 사장의 애칭이다. 찻집에 들르면 "사장님" "언니" "여기요" 대신 "생기님" "봄빛님"을 불러보자. 처음 부를 땐 어색할 수 있지만, 자꾸 부르면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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