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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진짜야?"
"믿을 수 없어."
"뭘 했다고 상을 줘?"
"아무런 가시적 결과가 없는데 상을?"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CNN이 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각 국의 반응이다. CNN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9일 이른 아침, 발 빠르게 런던과 베를린, 마드리드, 카이로, 북경 등지를 연결하여 각 국의 반응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특파원을 통해 전해진 내용은 "놀랍다" "충격적이다"가 지배적이다. 하긴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백악관 로즈 가든에 나타나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매우 놀랍고 아주 과분하다"고 했을 정도니까.

이런 놀란 반응 외에도 미국 언론이 전하는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대체로 뜬금없다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스페인의 정론지 <엘파이스>에 실린 검은 비둘기 만평.
 스페인의 정론지 <엘파이스>에 실린 검은 비둘기 만평.
ⓒ c. 엘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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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도한 CNN 방송에서 스페인 특파원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흰색 아닌 검은색으로 그려진 <엘파이스>지의 만평을 소개하면서 그곳 사람들도 많이 놀라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 특파원은 3년 반 째 감옥에 갇혀 있는 자국의 젊은 인권운동가 후지아가 평화상 후보에서 탈락한 데 대해 놀랍고 당혹스럽다는 현지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집트 특파원은 자신의 저널리스트 친구의 말을 인용하여 오바마 대통령에게 따끔한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오바마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He's done NOTHING)."

지난 6월 오바마가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많은 이집트 국민들은 대단히 열광했다고 한다. 아랍 냄새를 풍기는 그의 미들 네임 '후세인'도 그렇고 부시와는 달리 젊고 참신한 새 미국 대통령이 아랍의 평화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바마는 많은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때 했던 약속들이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오바마에게 웬 노벨 평화상이냐는 게 현지 국민들의 정서라고 한다.

노벨 평화상,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나?

이곳 미국 현지의 반응도 각 국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는 9일 새벽 5시 반 경,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을 통해 오바마의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TV를 켰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이를 전하지 않았다.

다만 이곳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매릴랜드 지역을 주 시청권으로 하는 지역 채널인 'WUSA9'에서 노르웨이 현지 노벨위원회 발표를 방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노벨위원회는 인류의 협력과 국제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크게 노력한 공로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오바마의 수상 소식을 전하는 TV 앵커도 다소 놀란 표정이었는데 그는 곧 이어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WUSA9. 닷컴에 들어와 클릭하십시오."

실제로 오슬로에서 수상 소식이 날아든 9일,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오바마 수상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momslikeme.com'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13%만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momslikeme.com'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13%만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 C. momslike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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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평화스럽지 못한 평화상 뒷얘기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 노벨상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힘의 논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근래 없던 일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9일 하루만 해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과 인터넷 사이트에는 누리꾼들의 뼈 있는 이야기가 많이 실렸다. 그들의 뜨거운 반응을 살펴보자.

"나는 지난 해 대선에서 오바마를 찍었다. 그를 위해 자원봉사도 했고 돈도 기부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하고 그가 내세우는 정책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재임한 게 고작 9개월인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더구나 그는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상을? 노벨상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오바마가 보다 구체적인 업적을 내놓을 때까지 노벨위원회가 기다리지 못한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랍 시멜)

"마더 테레사는 노벨 평화상을 받기 전에 30년 이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빈민가에서 봉사해왔다. 이처럼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온 사람들이다. 바로 이런 공적 때문에 훗날 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고작 1년도 안 된 사람에게 상을 줘? 정말 이상한 일이다."(카람다리아)

"오바마 수상 소식은 정말 실망스럽다. 그보다 훨씬 많은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이건 분명히 인종차별적인 시각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오바마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가 흑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현실적으로 봅시다)

"나는 오바마를 좋아하지만 이번 노벨상 수상 결정은 미숙한 행동이었다. 그들은 오바마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로 수상 발표를 미뤘어야 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선정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처럼 쉽게 드러난 인물 말고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채 묵묵히 일하고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상을 주어서 이들이 하고 있는 위대한 일이 드러나게 하고 인정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밝히고 싶은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두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으로 오바마를 거론하고 있는데, 사실 오바마는 이 두 전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는 처음부터 이 전쟁을 반대했던 사람이다."(샤른가)

"나는 오바마를 찍었지만 솔직히 그가 세계 평화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는가. 그의 업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말 뿐이었다. 그것도 종종 틀린 말을. 오바마가 이룬 구체적인 업적은 아무 것도 없었다."(래리 아브람슨)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감격스럽다. 좀 이른 감이 있다는 데는 나도 동의하지만 수상 위원회가 앞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인물에 대해 그 잠재력, 가능성을 보고 수상을 결정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마크 앤토니)

"와~ 우리 대통령에게 축하를! 그에게 '희망'을 보고 투표했는데 이젠 전 세계가 그의 '희망'을 알아본 것이다. 대통령을 위해 건배! 미국을 위해 건배! 세계 평화를 위해 건배!"(레아)

"노벨위원회는 훌륭한 일을 했다.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세계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열정'이었다. 오바마는 누구처럼 '악의 축'이라거나 '죽느냐 사느냐'와 같은 호전적인 수사를 구사하지 않고 이란과 북한, 이스라엘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

그는 어렵고 위험해 보이는 국제 문제도 이렇게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할 때 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비전, 상호 존중, 상호 협력. 바로 이런 덕목을 통해 오바마가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점을 노벨위원회가 인정한 것이다. 나는 우리 대통령이 이 상을 수상하게 되어 정말 자랑스럽다. 국민 모두 그의 수상을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마야2)

오바마, 행동하라는 요청으로 알고 상 수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놀랍고 대단히 과분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놀랍고 대단히 과분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 CN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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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낸 'call to action(행동하라는 요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솔직히 나 자신도 이 상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노벨평화상 역사를 볼 때 이 상은 특별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주어질 뿐 아니라 훌륭한 명분(세계 평화)을 위한 모멘텀(추진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주어지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이를 '행동하라는 요청'으로 알고 상을 받기로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상은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쟁해 온 전 세계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상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민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드러내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일부 진보 진영에서도 그의 수상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인기 있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로라 슐레진저 박사는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 상을 거절해야 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편, 수상 소식이 전해진 9일 저녁, ABC, CBS, NBC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첫 소식으로 내보냈다.

<이브닝뉴스>를 전하는 CBS 앵커 케이티 쿠릭은 대통령 비서실장인 엠마뉴엘이 오바마 수상 소식에 대해 "와우"라는 첫 반응을 보였다면서 '10월의 충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케이티는 노벨상 선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도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번 오바마 수상 소식에 대해 전임 노벨상 수상자들인 지미 카터, 엘 고어, 데스몬드 투투 주교 등이 축하를 보냈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이른 새벽 오바마의 단잠을 깨웠던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답게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이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에게 기쁨이 되어야 할 상이지만 금년의 노벨 평화상은 의혹의 눈길이 여전하고 사람들의 입방아도 좀처럼 그칠 줄 몰라 시끄럽기만 하다.


태그:#오바마,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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