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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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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6일 저녁 7시 10분]

원장실엔 875만 원짜리 에어컨, 회의실엔 3만 원짜리 선풍기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의 '반노동 발언', 외유성 일자리포럼 계획, 논문 자기표절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부적절한 예산 사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같은 총체적 의혹을 제기하며 박기성 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 원장은 오후에 다시 지적받은 '헌법 노동3권' 등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여전이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자기 말도 기억 못하시는 분이 국책연구 하시냐"는 질타를 받았다. 또한 기업 스폰서를 받은 제주도 일자리포럼 계획에 대해서도 "포럼 회장인 남성일 서강대 교수에 일임해 일정만 알았을 뿐 구체적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김세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박기성 원장의 사려깊지 못한 발언들에 대해 이사장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박 원장이 지쳤는지 실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장실에서 간담회 열고, 호텔에서 카드 긁었다?

이날 이성남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기성 원장이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서류상의 사용장소와 실제 법인카드 사용장소가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박 원장은 지난 5월 6일 '경제위기와 일자리 창출' 간담회를 열었는데, 서류상 회의 장소는 노동연구원 원장실이지만 실제 카드 사용장소는 S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이성남 의원실이 지난 1년간 박 원장이 사용한 69건의 사례 중 4건을 무작위로 뽑아 확인한 결과 3건이 이 같은 유형을 보였다.

박 원장은 이 같은 질의에 한참을 머뭇거린 뒤 "잘 기억을 못하고 있다"면서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간사로 사회를 맡고 있던 이사철 의원도 나서 "사실이라면 도덕성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인데 학자로서 그런 짓 하면 되냐"고 박 원장을 나무랐다.

또한 이날 유원일·홍영표 의원의 발언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박기성 원장은 지난 6월 875만 원을 들여 원장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문제는 연구원이 입주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은 구조상 에어컨 냉방이 어렵다는 것이다. 건물이 노후화돼 전력이 과부하되면 정전이 잦고, 설치 자체도 어렵다. 게다가 중앙 냉난방을 실시하는 건물이다.

이에 대해 박기성 원장은 "원장실은 개인 공간이 아니라 연구원을 대표하는 연구원의 얼굴"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원장실에 에어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님들이 계속 오는 상황에서 쾌적한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원들에 따르면, 정작 회의실에는 에어컨이 없어 외부 연구자들이 "더워서 회의가 어렵다"고 말하고, 연구자들은 2만~3만 원짜리 선풍기로 여름을 나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노조원들이 극렬히 저항... 지난 정부의 이면계약 정리해야"

경상비의 부적절한 사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노동연구원의 연간 경상비는 모두 18억 원인데, 이 중 건물임대료 15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경상비는 연간 3억 원이다. 유원일 의원은 "연구자들은 연구 인터뷰 응답자에게 지급되는 답례품도 구입하지 못하고, 연구수행에 필수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구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연구원은 이 같은 실질 경상비 중 660만 원을 C테니스장을 1년 사용하는 임대료(매달 55만 원)로 사용했다.

그러나 C테니스장은 한남동에 위치해 여의도에 있는 연구원과 인접성이 떨어지고, 사용시간도 토요일 오후 3시간밖에 안 된다. 또한 연구원내 동호회는 모두 15개인데, 이 중 테니스 동호회원은 7~8명에 불과하다. 박기성 원장이 바로 이 테니스 동호회 회원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에게 뉴라이트 계열 수의계약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에게 뉴라이트 계열 수의계약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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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의원은 "노동연구원은 2006년에는 여의도 테니스장을 사용했는데 1번 사용에 회비는 1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과다지출을 지적하면서 "C테니스장을 계약한 것은 박 원장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노무비 지출을 지적했다. 경상비 예산 중에서 노동연구원이 올해 P노무법인에 지출한 단체교섭 비용은 모두 4290만 원. 매달 자문료 55만 원과 단체교섭 컨설팅계약비 3300만 원(총 2회), 규정 재정비 위탁연구 용역착수금 550만 원이 소요됐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중 감사대상은 연구원이 아닌 연구원노조였다.

이날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가 계약종료가 된 H 연구위원 사례를 들어 "노무현정권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을 임용했냐, 이런 사람 재임용 안한 것을 놓고 '부당해고'라고 할 수 있냐"고 연구원노조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데도 단체협약 못 고치는 연구원장들은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노조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조직에서 연구기관에 있는 (관리직) 사람들이 학자풍이 되니까 느긋하게 대해서 이 지경까지 왔다, 지난 정부에서 했던 이면계약을 다 정리해야 명예가 다시 살아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세연 이사장은 "연구원들의 단체협약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직접 개입하지 않고 노사 협의에 따라 (합의)하도록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1신: 6일 오후 1시 40분]

소신 바꾼 박기성 "노동자들에 심려 끼쳤다"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이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번복했다. "굉장히 당황해서 잘못된 표현을 썼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잘못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쳤다"고 유감도 표시했다.

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기성 원장은 '노동3권' 발언의 진의를 따져묻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 질의에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표현을 썼다"고 답했다.

이어 신건 의원이 "소신을 바꿨다고 봐도 되냐, 헌법에 노동 3권이 있어야 하나, 빼야 하냐"고 묻자, 박 원장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석현 의원은 "국책연구기관 중 노동연구원만 파업을 하고 있다,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마찰 빚으면서 노동연구 하실 수 있냐, 전경련이나 경총이면 몰라도 소신과 안 맞으면 사퇴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기성 원장은 "질책을 감사히 받고 임기 중에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자리를 지킬 뜻을 밝혔다.

"소신 안 맞으면 사퇴하셔라" - "임기 중에 더 열심히 하겠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논문 17편을 짜깁기·쪼개기 등의 방법으로 이중게재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학자로서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논문 17편을 짜깁기·쪼개기 등의 방법으로 이중게재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학자로서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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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기성 원장은 논문 자기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2005년에 연구 기준이 바뀌는데, 그 전에는 기준이 없던 상황이었다"면서 의혹의 내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박 원장이 논문 17편을 짜깁기·쪼개기 등의 방법으로 이중게재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학자로서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계속 사고가 진화하기 때문에 (논문은) 중복되지만 전체를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연구윤리에 대한 과거 관행을 강조하면서 "심사자들의 심사를 통과하면 논문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자들과의 회의석상 등에서 "노조를 다 때려잡아야 한다" "억울하면 정권을 잡아라"(9월 25일 <오마이뉴스> 보도)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기억에 없다"고 부인했다.

기업 후원을 받는 제주도 일자리포럼 계획(9월 25일 <오마이뉴스> 보도 "기업 돈으로 골프 치면서 노동문제 연구?" )도 논란이 됐다.

신건 의원은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 스폰서를 받는 행사를 기획할 수 있냐, 골프장에서 노동 연구하는 것이 오늘날 이 정부의 연구원 실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 역시 "일자리포럼에 지원인력을 배정하지 않았냐, 연구원 직원이 포럼을 오거나이즈(조직)하고 관련 공문서를 발송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무소속 신 건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오는 9∼10일 '일자리 포럼'을 가장해 대기업 후원을 받아 부부동반 골프모임을 진행하려다 내부 관계자들에게 발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소속 신 건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오는 9∼10일 '일자리 포럼'을 가장해 대기업 후원을 받아 부부동반 골프모임을 진행하려다 내부 관계자들에게 발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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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기성 원장은 "일자리포럼에 위원으로 참여할 뿐"이라면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입장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포럼 일정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에게 가족 동반, 골프여행 선택 여부 등을 묻는 공문서 발송에 대해서도 "제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홍영표 의원은 박 원장의 수의계약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뉴라이트 인사 및 지인에게 수의계약 형식을 통해 2900만 원과 2950만 원 등의 연구용역 5건을 발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원장은 "20년 넘게 노동 연구를 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맡겨도 지인이라면 지인"이라고 해명했다.

박기성의 호소 "아무도 절 반기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기성 원장을 적극 감쌌다. 특히 연봉제 실시를 강조하면서 노동연구원 개혁을 주장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박 원장이 혁신을 하는데 연구위원들이 관행 때문에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 의원은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시책과 부합되는 연구를 내야 한다"면서 "지난 10년의 관행이 지금과 안 맞으면 (예전 관행을 지키는) 연구원을 폐지하거나 연구원장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 역시 "연구기관 중 연봉제를 실시하는 곳은 노동연구원밖에 없다"면서 "묵은 과제를 털고 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질의시간이 끝났는데도 박 원장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더 하셔라"고 발언 기회를 줬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해명하고 있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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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기성 원장은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꿔서 새롭게 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여당 의원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은 박 원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이 계속 이어졌다.

"제가 8월에 부임한 이후 받은 인상은 노동연구원에서 아무도 절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방향을 제시할 때 호응하는 연구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나 심각한 고민 속에서 지금의 개혁조치를 단행한 것입니다. 제가 '100% 완벽하게 도덕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고 하자도 있지만, 제 몸을 던져 (연구원을) 변화시키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야당 의원석에서는 야유가 이어졌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김영선 위원장에게 "이거 끝까지 들어야 하냐"고 항의했고, 김동철 민주당 의원 역시 "자진해서 사퇴하시지, 이명박 정부 욕먹는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 오전 일정은 낮 12시 40분께 모두 끝났다. 정무위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회의를 속개해 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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