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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동명동에는 적송숲이 있다. 인근은 영랑호를 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산림욕을 즐기며 산책을 하는 곳이다.

 

지난 윤5월(6월)의 일이다. 이곳에 그동안 볼 수 없던 묘 2기가 새로 생겼다. 묘 조성을 한다고 소나무 숲으로 중장비를 몰고 들어오더니, 급기야는 수령이 상당한 적송 몇 그루를 베어버렸다. 내가 나무를 그렇게 베도 되느냐고 물으니 대한민국 묘지법에는 어떤 나무를 베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죽은 사람이 산 나무를 생으로 잡고 있다고 당시 생각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오늘(3일). 황당한 제보를 받았다. 윤달에 묘역을 정리한다고 봉분도 없던 묘를 만든다고 몇 그루의 생나무를 잘라버리더니, 급기야는 주변 소나무의 밑둥을 껍질을 벗겨놓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소나무가 저절로 고사를 한다는 것이다.

 

조상을 위하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 조상을 위한다고 멀쩡한 나무들을 이렇게 만들어도 좋다는 것인가?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있는 나무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조상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을 욕 보이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조금 떨어진 곳에 올 윤5월에 조성된 또 다른 묘. 흙이 붕괴될까봐 방지를 해놓았다. 이곳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이때 봉분을 새로 조성하면서 잘라낸 소나무를 그대로 골짜기에 쓸어 넣었다. 수령이 꽤 됨직한 소나무 몇 그루가 이렇게 잘려나갔다.

 

기축년인 2009년 윤 5월 4일인 6월 26일에 봉분을 조성했음을 상석에 적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지나가면서 생나무를 잘라 봉분을 만든 것을 이야기하고 다닌다. 물론 예전에 이곳에 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변의 상황으로 보아 이렇게 나무를 잘라낼 만한 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세 그루의 묘 옆에 있는 소나무 밑을 까놓았다. 사람들은 지나다니면서 눈쌀을 찌푸린다. 이렇게까지 해야 조상님들이 좋아하시겠느냐고. 정말이다. 꼭 이런 방법을 써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죽여야했을까? 조상님들을 위하는 행위라고 생각한 것일까? 결국 상석에 쓰여진 문중과 조상님들을 한꺼번에 욕보이는 행위란 점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2009년 추석에 본 씁쓸한 모습이다.   


태그:#소나무, #훼손, #껍질, #묘, #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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