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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3년 만에 올 상반기 흑자를 냈다. 이제 수신료 현실화를 좌초시켰던 방만 경영, 만성 적자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공영방송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디지털 전환 자금 충당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

 

이병순 KBS 사장은 지난달 상반기 수지동향 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흑자경영을 대표적 성과로 꼽은 것이다. 실제 KBS는 지난 7월까지 세전 이익 399억 원의 흑자를 올렸다. 방송제작비 등 사업경비를 목표대비 44억 원을 절감하고 인건비도 11억 원을 줄이는 등 경영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의 흑자경영 속내를 들여다 보니 사업 활성화를 통한 흑자가 아니었다. 프로그램 제작비를 쥐어짜고, 인건비를 줄였으며, 어부지리로 얻은 캠페인과 협찬 광고, 부동산 판매대금 등이 흑자경영의 핵심이었던 게다.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을 벌여 돈도 벌고 조직도 살린 게 아니라, 들어온 돈 안 쓰고 버티기로 흑자를 이룬 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훈석(무소속) 의원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송 의원이 25일 지상파 방송3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지상파 방송사 캠페인.협찬 TV광고 현황'에 따르면, KBS의 캠페인.협찬광고 비중은 42.2%로 대폭 증가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친정부 편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의 캠페인·협찬광고 비중이 높아진 반면,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MBC의 캠페인·협찬광고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7년 KBS의 정부기관.공공기관 TV광고는 31.8%였다. MBC는 44.2%, SBS는 24%였다. 캠페인.협찬광고는 KBS 30.2%, MBC 28.4%, SBS 41.4%였다. 정부기관 광고와 캠페인 광고를 종합해 평가하면, KBS 30.6%, MBC 32.5%, SBS 36.9% 등 비교적 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올 상반기 분석 결과 캠페인·협찬 광고에서 KBS는 42.4%를 기록한 반면, MBC는 22.8%로 하락했으며 SBS는 35%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공공기관 광고도 마찬가지다. MBC는 2007년 정부·공공기관 광고를 44.2% 유치했지만, 올해는 36.3%밖에 유치하지 못했다. SBS는 정부·공공기관 광고 비중은 24%(2007)에서 30.4%(2009)로 올랐지만, 캠페인·협찬광고 비중은 41.4%(2007)에서 35%(2009)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 송훈석 의원은 "KBS에 대한 광고 쏠림현상이 본격화 되면서 MBC와 SBS는 올 상반기 현재 지난해 캠페인·협찬광고 매출의 절반도(43~45%) 달성하지 못했"지만, "KBS는 벌써 지난해 매출의 2/3를(66%)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지상파 방송3사 광고시장에서 KBS가 정부광고와 협찬·캠페인 광고를 사실상 독식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KBS가 올 상반기에 토지 9만5000㎡(2만9000평)와 건물 5900㎡(1800평)을 매각해 239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폭로했다. KBS가 2007년에 16억 원, 2008년에 18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2008년의 13.27배나 뻥튀기한 규모다.

 

만성적자와 방만경영을 이유로 정연주 사장을 내몰았지만 이병순 사장의 KBS 흑자경영도 열어놓고 분석하면 별개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구성원의 고혈을 짜서 이룩한 흑자경영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방송국이 은행이냐?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최근 한 사석에서 "방송국은 돈을 써서 질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국민적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조직이지 돈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은행 같은 곳이 아니다"라며 "제작비 절감으로 질 낮은 프로그램을 양산하게 되면 그 자체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게 뻔하다"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이병순 사장이 흑자경영 운운하며 시청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몰염치라는 비판도 있다. 신뢰도와 시청률이 동반 하락한 상황에서 무슨 낯으로 국민들에게 시청료를 올려달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KBS1TV의 경우 무려 11개의 뉴스프로그램 가운데 10개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하락했고, 심지어 <KBS 뉴스9>의 경우는 3.7%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여러 신뢰도 조사에서 KBS의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지만, 이병순 사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지난 23일 국회 문방위에 참석해 "취임 전과 비교해 신뢰도에 흠이 났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한 "한국언론재단에서 격년으로 신뢰도 조사를 하는데 2006년, 2008년에 이어 내년에 시행된다"며 "언론재단 조사 결과가 가장 객관적이며 공정한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 펼친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비판에 눈감는 대신 광고를 챙기고, 그것을 기반으로 흑자경영을 달성했으니, 시청료도 올리고 연임 가능성도 타진해보는 이병순 사장. 신뢰도와 시청률 동반하락이라는 불명예를 모르쇠 한다고 없는 일이 될 수 있을까.

 

공영방송 KBS에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는 일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태그:#이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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