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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무릇 애틋한 전남 영광의 불갑사에 가보셨나요? 지금 그곳의 숲속에 가면 꽃무릇의 애틋한 사랑이 붉디붉게 타올라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그리움과 아쉬움이 발길마저 얼어붙게 합니다.

 

"얼마나 좋아요.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서글픈 느낌이 들어요."

 

옛날에 한 번 와보았던 곳인데 이번에 또 찾아왔다는 목포에서 온 한 아주머니는 꽃무릇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차라리 서글프다고 합니다. 갓 피어난 꽃무릇은 그 색감이 어찌나 곱고 선명한지 모릅니다. 수줍은 새색시를 닮았습니다. 꽃무릇은 삐죽거리며 한없이 솟아오릅니다.

 

꽃무릇 동산에서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다

 

 

별천지입니다. 세상에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곳이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할 뻔 했습니다. 몇 해 전 고창의 선운사에 가보았는데 이곳은 그곳의 꽃무릇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느티나무도 꽃무릇의 유혹에 취해 누워있을 정도이니까요.

 

관광객들은 저마다 탄성을 내지르며 한 마디씩 합니다.

 

"예쁘지만 외로운 꽃이에요."

"쓸쓸한 여인이 보면 마음이 더 아픈 꽃이에요."

 

그리움의 물결입니다. 온 천지에 흩뿌려진 외로움과 아픔의 흔적은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아이고, 애기도 꽃 보러 왔네!"

 

 

어르신들은 아이를 보자 꽃보다 아이가 더 예쁘다며 반깁니다. 할머니 한분은 꽃과 얘기를 나눕니다.

 

"너는 어째서 이리도 이쁘게 태어났냐?"

 

노란나비 한 마리가 꽃무릇 붉은 꽃밭위에서 나풀댑니다. 불갑사로 향하는 길은 더디기만 합니다. 꽃무릇은 잎이 시들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돋아납니다. 기다란 초록의 꽃대에 매달린 꽃무릇을 상사화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불갑사 느티나무, 꽃무릇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 석산 또는 상사화라고도 부릅니다. 절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지어 자랍니다. 9월에 붉은 꽃이 피며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졸졸거리며 흘러내리는 개울가에는 고마리꽃이 흐드러졌습니다. 들이나 산에서 고마리 꽃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고마리꽃이 머지않은 곳에 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꽃무릇의 화려함에 하마터면 고마리꽃의 존재는 잊을 뻔했습니다.

 

 

불갑사 입구의 느티나무도 꽃무릇의 아름다움에 취했나봅니다. 울긋불긋 물들었습니다. 금강문으로 들어섭니다. 불갑사는 사천왕상 보수공사중입니다. 경내를 빠져나와 등산로로 향합니다. 흙길이 정겹습니다. 불갑저수지 둑에 꽃무릇 서너송이가 피었습니다. 등산로 주변에도 꽃이 흐드러졌습니다.

 

시원함이 밀려옵니다. 숲은 산새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쓰러진 고목사이에 핀 꽃무릇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불갑사 꽃무릇 붉은 물결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하루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꽃무릇, #상사화, #불갑사, #전남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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