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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 성매매 업소가 세든 건물 자체를 범죄수익으로 간주해 '국고'로 환수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려 무산됐다.

 

배OO(53)씨, 황OO(56)씨, 배OO(30)씨 등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서울 장안동에서 불법 성매매 안마시술소 두 곳을 운영하며 손님들로부터 10만 원을 받고 고용한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해 34억 5000만 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중 50대 배씨는 영업사장을 맡았고, 황씨는 안마시술소에 5억 3200만 원을 투자하며 지분권을 가진 자금제공 역할을 했으며, 30대 배씨는 자금을 관리하며 역할을 분담했다. 또한 이들은 업소 2곳에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했고, 단속에 걸리면 바지사장을 바꿔가며 계속 영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안마시술소를 임대해 준 건물주 고OO씨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관한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특히 불법 성매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성매매 안마시술소로 제공된 고씨의 건물 값 전체를 추징했다.

 

1심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정헌명 판사는 지난 2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영업사장 배씨에게 징역 1년2월, 황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 자금관리 배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건물주 고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배씨와 황씨 일당의 불법수익금 34억 5000만 원을 전부 추징하고, 고씨에게는 안마시술소 임대료 수익금 1억 7137만 원을 추징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이 성매매알선 등 불법 영업행위로 취득한 범죄수익은 모두 추징해야 하나, 피고인 고씨가 수령한 임차보증금은 성매매알선 범행으로 인해 얻은 수익이라고 볼 수 없어 직접적으로 취득한 수익인 임대료만 추징한다"고 밝혔다.

 

특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류에 따라 검사가 추징을 구형하는 임차보증금 및 건물가액 상당액은 임의적 몰수 또는 추징 규정이고, 고씨로부터 다액의 임대료를 추징하는 것에 대해 거액의 임차보증금 및 건물가액 상당액까지 추징할 경우 그 결과가 고씨가 저지른 불법의 내용과 비용형량하면 균형을 맞지 않아 지나치게 가혹해 이 부분은 추징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고, 검사는 "고씨가 성매매업소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성매매업주에게 임대해 줘 범죄수익인 만큼 임대료와 건물가액 상당액을 추징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은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천석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심 판결을 깨고, 영업사장 배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1억 6975만 원, 자금을 제공한 황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1억 1752만 원, 자금관리 배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건물주 고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억 3137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매매 여성에게 지급한 성매매대가는 피고인들이 취득한 이익으로 볼 수 없어 범죄수익에서 제외해야 하고, 여러 명이 공동으로 성매매알선 행위를 했을 경우 공범 각자가 실제로 얻은 이익의 개별적으로 추징해야 하고, 공범자 전원으로부터 이득액 전부를 연대해 추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화대의 절반을 성매매여성들에게 줬다.

 

이어 "영업사장 배씨가 바지시장 등의 계좌를 통해 황씨에게 이자 내지 수익 명목으로 1억 752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1심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배씨가 올린 매출 34억 5000만 원 전체를 피고인 3명에게 연대 추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주 고씨와 관련, 재판부는 먼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몰수 여부의 결정에 관해 법관의 합리적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비례의 원칙에 따라 이익형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씨가 건물 임대의 범위를 넘어 성매매영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수 없고, 임대수익 상당액의 추징으로 성매매범죄의 경제적 요인을 근절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건물가액 상당액을 추징하는 것은 너무 중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따라서 이를 추징하지 않은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성매매업소로 사용된 장소의 보증금에 대해 추징하지 않은 1심은 잘못"이라며 고씨에 대한 추징금으로 임대수익금 1억 7137만 원에 임대보증금 6000만 원을 더한 2억 3137만 원을 선고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성매매 안마시술소인 줄 알면서도 임대해 준 건물주 고씨에게 건물 값 전체를 추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임대료 2억 3137만 원만 추징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고씨가 수령한 임대차보증금 6000만 원이 결국 피고인들이 임대료를 연체해 임대인인 고씨에게 귀속됐음을 이유로 임대보증금과 임대수익금을 추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추징금, #환수, #범죄수익, #장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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