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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하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군이 8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미국 시애틀로 출국했다.
 한국 비하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군이 8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미국 시애틀로 출국했다.
ⓒ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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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에서 '마녀 사냥'이라 불리는 현상이 요새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마녀사냥은 한 명의 혹은 다수의 유저들이 유명한 사람에 대한 개인적이거나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캐내어 명사의 명예나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인터넷에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런 정보는 좀 더 타격이 크게 하기 위해 종종 뒤틀리고, 과장되거나 때로는 아예 날조되기도 합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인터넷 보급이 잘 된 나라인 덕에 이런 루머들은 빠르게 확산되며 다른 네티즌들은 그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보내거나 당장 '사냥'에 동참함으로 하여 그들의 영향력을 배가합니다.

그런 마녀 사냥의 좋은 예가 될 만한 일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가운데 관심을 받은 대표적 사건은 배우 최진실씨(자살)와 가수 박재범(2PM 재범)과 독일인 방송인이자 작가인 베라 호흐라이터(이미 이전에 여기 썼었던) 사건입니다.

한국 인터넷의 '마녀사냥', 그리고 2PM 재범

박재범씨와 호흐라이터씨가 마녀 사냥에서 살아남은 이유가(명성과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둘 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고 한국 언론의 영향력이 없는, 돌아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면 아마 너무 우울하게 들리겠지요. 그래도 이 의견이 조금이나마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두 명 외의 나머지 사람들에겐 숨을 곳이나 마지막 프라이버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가 너무 작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에 언급된 케이스들에 대해 일일히 의견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가장 최근 사건인 박재범씨에 대해서만 예외로 하겠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교포 한국인인 박씨는 기획사가 미래의 스타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왔을 때 그는 청소년이었고 한국어를 잘 하지도, 한국의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떤 그룹의 한국인이냐에 따라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에 대한 포용도가 현저하게 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그가 당시엔 외롭고, 고립되어 있었으며 문화 충격을 겪고 있었을거라 짐작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이것이 몇 년 전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는 자신의 개인 마이스페이스 페이지에서 친구에게 자신의 실망감을 표현하며 한국에 대한 개인 의견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 인터넷의 누군가에게 파헤쳐져 실망한 팬들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군중들이 마녀 사냥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영어사용자로서 재범에 대한 사람들의 흥분, 이해할 수 없어

미디어에서 반복되어 나온 표현은 "Korea is gay" 와 "I hate Korea" 그리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어 사용자로서 이 글들을 원래 표현으로 읽고는, 왜 사람들이 그렇게 흥분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각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보통 현재의 심정에 대해선 과장하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내용에 대해서도 놀랄 만한 점은 없습니다. 삶에서 새로 접한 상황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그 때문에 느끼는 실망이었지요.

다른 나라로 이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이를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해도, 최소한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을 때나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기억할 수 있을겁니다. 어떤 시점에서 "모든 게 다 별로고 그냥 집에 갔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는 거, 굉장히 인간적으로 들리지 않는지요.

그가 결국엔 이런 어려운 시기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남아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지요? 하지만 그가 결국 탈퇴하고 나라를 떠날 때까지 계속된 그 많은 악성 코멘트와 반대글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사람들이 부패한 정치인들은 그렇게 쉽게 용서하면서 한 청소년이 화가 나고 괴로워서 쓴 몇 문장의 바보같은 말들을 용서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대체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요??

부패한 정치인들은 그렇게 쉽게 용서하면서...

위의 일을 참고로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큰 의문을 여기 써본다면, 이런 마녀 사냥을 어떻게 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는 겁니다. 불행히도 대답은 제가 원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아마도 쉽게 고치는 방법은 없을 테니까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이 이상 제한되는 것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말이라도 여전히 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는 가령 온라인에서 댓글을 남길 때 신원을 밝히도록 강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근래에 논의된 것처럼). 그 대신 이 경우 요구되는 것은 "홈페이지 세팅"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므로 변화는 느리지만 순차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에서의 MBA 학생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종종 그 프로그램과 예를 들어 미국의 세계적인 코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개의 학생들이 클래스에서의 열린 토론에 잘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MBA 프로그램에서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쩌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젊은이들에게 서로 토론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주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의견이나 비판을 받아들이는데 큰 문제가 있는듯 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재범, #마녀, #문화, #루머,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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