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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정책이 쏟아집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제대로 잘 닦아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서울환경연합, 커뮤니티 '자전거로출퇴근하는사람들'(자출사)과 함께 최근 자전거정책 중 자전거등록제에 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출사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독자 대상으로 의견을 들어보고 관련 기사를 내보냅니다. 9월 15일에는 관련토론회를 마련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자전거 동호인이라면 한두 번쯤은 자전거 도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전거 도난은 왜 많을까? 훔치기도 쉽고 처분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해도 대부분 범인을 잡지 못한다. 자전거 도둑에게 거리의 자전거는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지급기'이다. 자전거 도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008년 청주 지검장이 관사에 세워둔 자전거를 도둑맞아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에 비상이 걸려 자전거 전문 절도 전과자들을 상대로 수사 중이라는 기사가 났다. 그런데 그 자전거 도둑이 잡혔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한 개 도 범죄 수사 최고 지휘자의 자전거도 도난당하는 세상이니, 자전거 도둑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자전거 도난 방지를 위한 유럽국가의 대안들

 

자전거 도난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고민거리이다. 유럽은 우리보다 훨씬 심하다. 자전거가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이다. 1993년 영국 캠브리지에서 시행됐던 공공 대여 자전거가 시행 첫날에 300대를 모두 도난당해 서비스 자체가 중단되어 버리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악의 자전거 도난 도시로 명성이 높다.

 

우리는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자전거 선진국들을 부러워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대부분 자전거 도난이 더 심하다. 자전거 도난이 워낙 심각하여 사회문제가 되었기에 불편한 자전거 등록제를 채택한 것이다. 우리보다 자전거 도난이 더 심각한 유럽국가들은 자전거 도난에 어떻게 대처할까?

 

[네덜란드] 시민단체, 자전거 훔치는 법 교육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70만 대 이상 자전거가 도난당한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단체인 '피처스본드(Fietserbond, 시민자전거 이용협회)'는 전국을 돌면서 암스테르담 같은 도시로 이주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도난 예방 교육을 하는데, 교육내용이 정말 신기하다. "신입생이 자전거를 갖고 도시로 이주한다면, 자전거 도둑들에게 파티거리가 된다"며 도난예방 교육으로 자전거를 훔치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실습하게 한다. 이런 교육을 받으면 자전거 안전 보관에 더 신경 쓰게 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그렇지만 교육받은 학생 중 일부가 도난 전문가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기우일까?

 

네덜란드 정부는 수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침내 '국가 자전거 등록부'를 만들고, 2008년 1월부터 온라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자전거 딜러들도 인터넷을 통해 자전거 등록 현황을 찾아봄으로써 도난된 자전거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 자전거 등록부'에는 네덜란드에서 새롭게 팔리는 모든 자전거 데이터가 들어 있고, 도난된 경우에는 그 정보도 등록부에 표시되어 있다. 이 등록부에는 신규자전거 뿐만 아니라 2007년 1월 1일 이전에 도난 신고된 자전거 정보도 들어 있으며, 경찰은 시민들로부터 도난 자전거 정보를 입수해서 계속 업데이트한다. 게다가 앞으로 새 자전거에는 도난방지 칩(RFID)을 장착하여 경찰이 자전거 도난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도난 자전거 회수에 경찰이 적극 관여하는 것이다.

 

자전거 등록제 시행 외에도 자전거 도난 방지를 위한 범국가적 캠페인을 정부 주도하에 적극 시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 옥외광고나 기타 매체 광고 이외에도, 트럭에 회수된 자전거를 싣고 원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대규모 로드쇼도 했다. 게다가 내무부장관 산하에 별도 조직을 두어 도난 자전거를 경찰에 적극 신고해 달라고 홍보하는 별도 캠페인도 병행한다. 자전거 도난과의 전쟁에 국가가 총동원된 셈이다.

 

[프랑스] 자전거 혁명 '벨리브', 18개월만에 절반 도난

 

프랑스 파리는 2007년 7월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가까운 대여소에 반납하는 무인자전거 대여 서비스 '벨리브(Velib)'를 도입했다. 파리 시민들의 적극 호응에 힘입어 자전거 교통 분담률이 1.5%에서 5%로 늘어나자 세계 각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벨리브 시스템 도입 18개월 만에 자전거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상당수 훼손돼 사업 철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IT기술과 카드로 누가 자전거를 타고 갔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등 자전거 도난 방지 기술에 막대한 비용를 들였다고 자랑하였지만 결국 자전거 도난은 피하지 못하였다.

 

프랑스의 한 자전거 이용자 단체의 자전거 도난 피해자의 유형 조사에서, 자전거 도난 피해자의 10~20%는 아예 시건장치를 안 했고, 90%는 매우 취약한 자물쇠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또 도난자전거의 50%가 실내(자전거주차장을 포함한 차고, 지하실, 현관 등)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 단체는 먼저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홍보교육부터 실시하였는데, 그 내용은 첫째, 강력한 자물쇠를 구입할 것, 둘째, 항상 언제 어디서나 자물쇠를 채울 것, 셋째, 자전거 주차 시 자전거 부품 중에서도 반드시 프레임을 고정시키라는 것이다. 이러한 홍보와 더불어 단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유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고 이를 지역판매점을 통해 음각기계로 프레임에 새겨 넣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전거 등록 방식은 음각기계의 비싼 구입비, 프레임에 음각하는 과정에서 고급 자전거의 손상, 음각의 번거로움 등등 이유로 현재 60개 도시에서 시행중이지만, 고유번호가 음각되고 '자전거등록증'이 부여된 자전거는 전국적으로 2만 5000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유번호가 음각된 도난 자전거의 도난율은 2%로 간접효과가 있다고 보여지며, 회수율은 점차 늘어 현재 9%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국] 자전거 프레임 내부 RFID 넣어서 판매

 

덴마크의 경우는 제조사나 판매점에서 자전거 코딩(부호화)을 의무화하고, 경찰에 의해 통합 DB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 도난자전거의 약 40%가 소유주에게 회수된다고 한다.

 

2007년 영국의 한 보험사의 연구에 의하면, 영국에서 매일 1200대의 자전거가 도난당한다. 조사 담당자들이 10개 도시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운 채 놓아두었는데, 대부분이 하루 만에 도난당했다고 한다. 한 영국회사는 RFID와 CCTV를 연결하는 경보시스템을 개발했다. RFID태그가 부착된 자전거가 자전거 소유자 아닌 자에 의해 움직임이 발생하면 CCTV의 카메라가 줌인하여 경찰이 CCTV 카메라를 모니터하여 도둑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회사측은 이 시스템이 최소한의 투자로 자전거 도난을 예방하고, 자전거 절도죄로 기소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다른 영국회사는 자전거 프레임 내부에 삽입하는 RFID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RFID를 이용한 자전거 도난 방지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자전거 도난에 대해 뾰족한 해결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자전거 등록제가 성공하려면

 

우리나라도 자전거등록제 시행이 눈앞에 와 있다. 지난 11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도 단위에서 자전거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률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까지 등록제를 광역단체 단위로 확대하고 2011년까지 통합 전산망을 만들어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고, 인천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안에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고, 또 자전거 도시 건설에 나선 대전시도 내년 1월부터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1995년 제정)에 자전거등록은 자전거소유자의 권리적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어 자전거소유자가 해당 동사무소를 방문하여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현재 몇 개 시를 제외하고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권리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며 그로 인해 국민들이 재산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민원 해결에 적극적인 인천시와 대전시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정말 부럽다.

 

네이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카페에서 자전거등록제 시행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86%가 찬성이었다. 즉, 자전거 이용자 대부분이 자전거등록제를 원한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시행을 미루지 말고 효율 높은 자전거등록제 방안을 찾아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서울 양천구, 경기도 과천시, 경남 김해시, 진해시, 제주시 등 일부 시·군·구에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했던 적이 있거나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사후관리 체계가 전혀 부재하여, 도난 방지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달랑 자전거 등록 홈페이지 하나 만들고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한다고 생색내는 시도 있다. 

 

인천시와 대전시가 시행하려는 자전거등록제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등록제를 통해 기본적으로 도난자전거 거래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도난신고를 간단하게 할 수 있고, 거래 현장에서 구매자가 도난자전거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자전거도둑이 자전거를 팔 수 없게 된다. 도난 자전거 판매만 차단해도 자전거 도난은 크게 줄어든다.

 

등록절차가 간편해야 한다. 자전거등록제의 성공 여부는 등록률에 달려 있다. 자전거 등록제의 행정업무에는 신규등록, 이전등록, 변경등록, 말소 등의 업무가 있다. 매번 관청에 방문해서 처리해야 한다면 귀차니즘으로 인해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해봤자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 주차공간을 잠식하고 있는 방치자전거 처리도 자전거등록 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전거등록제 토론회

■ 일시 : 2009년 9월 15일(화) 오후 2-4시

■ 장소 : 서울시의원회관(시의회별관) 2층 대회의실(시청역 3번 출구)

■ 순서

1. 인사말 : 하지원(서울기후행동 위원장, 서울시의원)

* 좌장 김정수(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2. 주제발표

① 발제1 : 자전거등록제의 필요성 및 전국적 도입방안 제안(이원영, 오마이자전거 운영자)

② 발제2 : 국내외 자전거등록제 도입사례와 시사점(오수보, 자전거21 사무총장)

3. 지정토론

* 이재영(대전발전연구원 박사)

* 이구창(모바이크 이사)

* 이주수(서울시의원)

* 오종렬(자전거로출퇴근하는사람들 운영자)

4. 종합토론

 

※ 이번 토론회는 오마이TV가 생중계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독자 여러분은 '자전거 등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래 댓글에서 '찬성'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반대'를 눌러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구창 기자는 자전거 도난 방지 시스템 제작업체 (주)모바이크 이사입니다. 


태그:#자전거, #자전거등록, #자전거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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