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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에서 최근 경제 및 복지 대안으로 떠오르는 '기본소득(Basic Income)'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기본소득네트워크(http://cafe.daum.net/basicincome) 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는 '한국사회 이중 위기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사회에 기본소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강하게 동의하면서도, 세부적인 면에서 각각 차이를 보였다.


민주주의 위기와 신자유주의는 불가분의 관계

 

첫 번째 발제자인 금민 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은 한국사회가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기본소득이 이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상태의 민주주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필연적 귀결이라며, 한국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극복방향은 신자유주의 극복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했다.


"비록 선거 절차와 같은 민주주의의 형식적 요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시민권의 성격과 질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요소인 공공 서비스는 상업화되어 있습니다. 사회국가와 공공적 복지체계가 잔여화된 상태, 복지가 국민이라는보편적 자격과 지위 때문에 주어지는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가난, 질병, 장애 등과 같은 특수한 처지를 고려한 '국가의 시혜'가 되고 그마저 노동연계성의 강화와 시장화를 통해 축소되는 상태를 결코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원리이며, 정치적 국민주권의 전제조건은 국민이라는 보편적 자격에 입각한 제반 권리들이고, 사회적 권리 역시 그러한 의미에서의 보편적인 권리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민 운영위원장은 복지와 민주주의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하는 생각 속에는 복지에 관한 낡은 관념,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복지관이 은폐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급자의 '특수한 처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처럼 같은 공화국의 국민이라는 '보편적인 자격'에 근거한 복지가 되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민주권 원칙을 지키고 민주공화국의 형해화를 막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는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 없는 성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기본소득은 감세나 재래의 국가재정확대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효수요의 지속적 확대를 통하여 '국민 모두에게 좋은 성장'을 만들어냅니다. 감세 또는 공공사업이나 현물 서비스형 복지의 공급과 같은 재래식 재정확대와는 달리 지급된 기본소득은 거의 모두 민간소비로 전환되므로,민간소비의 유지와 확대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최신기계가 나왔는데 왜 낡은 기계를 고집하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의 양의모 연구원은 "처음 기본소득에 대해 알게 되었을때, '바로 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의 충격을 "내가 지금까지 연구해온 건 다 뭐였나"라는 회의가 들 정도였다면서,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흔히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경제가 산다고들 하지만, 여러분이 부자라면 경제가 어렵건 아니건 지갑을 여는데 영향을 받겠습니까? 문제는 중산층의 수입 불안정화와 전반적 소비위축입니다."

 

그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한국의 사회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은 보편복지사회의 건설이라면서, 기본소득이야말로 뒤떨어진 한국의 보편복지를 한 번에 최고의 수준에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논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뒤떨어진 복지현실에 비추어 기본소득이 너무 앞선이야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유럽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최고의 수단으로 극복해야 될 구시대적인 복지를 다경험해야 기본소득이라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최신의 기계가 나왔는데 낡은 방식의 기계를 사용해야 새 기계를쓸 자격이 생긴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본복지의 확대와 함께 해야"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기본소득이 복지의 주체를 확립하고 복지정책의 공론화에 기여할 수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물급여 중심 사회보장,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서비스 확충과 함께 구상하지 않으면 기본소득이 제대로 기능하지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본소득제가 유지되는 사회구조로 재편하려면 자영업자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면서, 최소한 현재규모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는 기본소득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함으로써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일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생산적 기여도가 높은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대폭적 재정지출과 기본소득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면경제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제적 측면을 논의할 때 지나치게 소비를 강조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논의의 핵심에 두기보다는 노동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노완 시립대 교수는 금민/양의모 두 발제자의 글에 '어떤 기본소득인가'라는 논점이 충분하지 않다며아쉬움을 표한 뒤, 기본소득을 통한 대안사회의 실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금민은 "알고 있는 진실을다 말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사회당 최광은 대표의 트위터를 통해 이 토론회를 알게 되었다는 한 청중은, "다른곳에서는 이 행사에 대한 홍보를 볼 수 없었다. 행사에 대한 홍보가 너무 부족했던 것 아닌가"라고 질타한 뒤, "기본소득이라는것이 너무 급진적인 제안이 아닌가, 우리 실정에서는 사회임금 확대 정도가 맞는 제안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중은"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소득을 나누어주는 것인데, 그 수혜자인 국민들에게서 반대의견들이 많을 것을 걱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없다" 고 주장해 대조를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프로메테우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기본소득, #기본소득네트워크, #한국사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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