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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거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23일)과 삼우제(25일)도 끝났다. 가족들은 49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추모정국에서 슬퍼하던 국민들도 평상심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정치권은 고인의 유지인 '화합과 통합'을 놓고 제각각 해석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삼우제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TV연설을 통해 고 김 전 대통령을 극찬하면서 유지인 '화합과 통합'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또 청와대는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를 넘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고인이 밝힌 화합과 통합은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의 국회 등원이라고 말하고 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사과가 전제된 이후, 화합과 통합을 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화합과 통합을 외친다고 화합이 되는 것이 아니다. 화합과 통합의 전제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떻게 화합과 통합을 해 갈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미디어법 부정 처리, 용산참사, 비정규직문제, 4대강 개발, 광우병 등 촛불시위 탄압, 고 노무현 전대통령 분향소 철거 등 수많은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정책은 거두어야 한다. 특히 미디어법이나 4대강 개발 등은 원천무효 시키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어떻게 국민 화합과 통합을 이룰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고민해 나온 정책이라도 공청회,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졸속 정책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올바른 콘텐츠(정책)가 국민에게 검증되면 실천에 옮길 행동이 중요하다. 바로 김 전 대통령이 평소 밝힌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 김 전 대통령의 유지는 추상적인 '화합과 통합'이라기보다는 화합과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콘텐츠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악의 편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여야, 정치권 등 이곳 저곳에서 화합과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은 오리무중이다. 화합과 통합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화합과 통합에 맞는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실천이 중요하다.

 

용산 철거민 참사 유족들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인 용산참사 관련 검찰 수사기록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 기초생활보장, 도로와 철도, 지방하천 등 서민 예산을 대폭 삭감해 4대강 정비에 올인을 하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한나라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 70%가 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법 처리를 반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법안을 부정 날치기 처리했다. 그것도 모자라 문화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업법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시행령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정책의 재검토 없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라면서 '화합과 통합'을 외치고 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모습이 볼썽사납다.

 

이쯤해서 조문기간에 공개된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일기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라는 제목의 일기는 최근 6개월간의 심경을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에 풍기는 것처럼 일기를 읽어보면 인생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참담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오래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얼마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가느냐가 문제다. 그것도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 - 2009년 1월 14 일 -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정책들이 국민 모두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정책인지,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인의 마지막 일기(2009년 1월~6월) '독재자는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 '용산철거민 쫒겨 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 ' 네티즌들의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새겨 볼일이다.

 

고인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탄압 받고 있는 국민들을 보고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이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도 고 김전대통령의 유지인 '화합과 통합'을 받들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진짜 구호성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나서길 간절히 바라본다.




태그:#고 김대중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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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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