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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대표 페스티벌 '반스 워프드투어'에 YB <윤도현 밴드>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 밴드로서는 처음이다. 워프드 투어는 록음악과 익스트림 스포츠가 결합된 형태로 1995년 시작됐고, 북미의 대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한다. 현재 미국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YB밴드가 필자에게 '투어 일기'를 보내와 싣는다. 이 글은 YB의 베이시스트 박태희씨가 쓴 글이다. <필자주>

8월 13일 

국내 최초 워프드투어중인 YB
 국내 최초 워프드투어중인 YB
ⓒ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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웝투어를 떠나기 전날. 공연 준비를 끝내고 집으로 일찍 귀가를 서둘렀다. 1주일을 앞둔 8살 딸 아이의 생일축하를 저녁 식사 때에 조촐하게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과점에 들러 딸이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를 샀다. 집에 일찍 돌아오자 딸아이가 품에 안긴다. 몸은 잠시 힘들어도 품 안에 안기는 딸아이의 체온은 일상의 피곤함을 씻기어 준다.

약 2주간의 업투어 일정. 남편이 없으면 잠을 깊이 못드는 아내가 걱정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침대에서 나누는 수다는 내일의 무게감을 가볍게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가족의 일상의 작은 나눔은 구성원 모두에게 꿈을 이루어가는 거름인 것을 결혼 8년차에 접어들면서 더욱 실감해본다.

가족을 뒤로하고 인천 공항에 도착한 YB는 표정이 진지하다. 배웅 나온 김제동, YBF, 다음기획 식구들이 YB를 격려한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떠나가는 이들과 함께 해줌으로써 마음 속의 무게감을 줄여주고 그 안에 작은 용기를 담아준다. 가족이다. 또 다른 가족이다.

익숙한 곳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곳을 찾다 보면 지난 날 내게 주어져있던 소중한 것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게다가 음악인으로서 말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무대와 관객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할 것이다.

YB는 지난 2년간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발인 SXSW에 연속 참가하며 많은 음악 경험을 쌓았는데 2009 워프드투어(Warped Tour)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며 공연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음악적인 방향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찾아가게 될 것이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하는 2009 워프드투어의 시작하는 연도는 우연하게도 YB의 음악적인 시작과 같다. YB는 총 46회의 8개 스테이지 공연 중 종반부인 2009년 8월15~23일에 워프드투어를 만든 케빈 라이먼의 이름을 딴 무대로 그가 직접 고르고 추천한 신예밴드의 등용문인 케빈  세스 스테이지(Kevin Says Stage)서게 되었다.

Rev. Peyton's Big Dam Band, You Me At Six, This Providence, Echo Movement, Alana Grace, Single File 등과 함께 사전 리허설 없이 부여받은 10여 분의 짧은 리허설 후 진행되는 25분여의 박진감 넘치는 케빈 세스 스테이지 공연과 무대 뒤에서 나누는 서로의 교류는 앞으로 YB의 음악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여전히 8월 13일

긴 시간의 비행 후에 맞이 한 시애틀. 도착하자마자 미국에서 유일하게 한인의 자체 주파수를 가진 <라디오 한국>으로 가서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후 한인 분들과의 저녁 식사. 방송과 저녁식사를 통해 나누었던 교제 시간. 한인으로서 미국 사회에서의 자리매김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분들의 모습이 따뜻했다. 우리의 미래상일 것이다. YB는 부족하지만 록 음악의 본고장 미국에서 한인1세와 2세, 3세와의 관계, 한인과 현지인들과의 관계에 작은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시애틀에서 2시간여 떨어진 엘렌스버그(Ellensburg)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쉼을 갖는다. 공연 전 날이라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미리 준비해 온 공연의 곡 순서와 멘트를 함께 점검하고 모두가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전화기 소리로 들리는 딸아이와의 통화. 록밴드 아빠들의 모습이 사뭇 귀엽다.

8월15일 첫 공연장

국내 최초로 워프드투어중인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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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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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스버그(Ellensburg)에서 차로 40여 분 떨어져 있는 곳. 도착하자마자 멤버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광할한 자연의 무대를 마음껏 살린 공연장은 꼭 할리우드의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켰다. 얼마 전 콜드 플레이(Cold Play)가 공연을 했고 그전에 U2와 같은 전설 적인 밴드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가졌다고 한다.

1969년 우드스탁의 느낌이 이런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일까. 음악의 미학적인 부분이나 삶의 철학은 웝투어와 우드스탁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하늘이 열려있는 곳에서, 인간의 인위적인 부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자연속에서 펼쳐지는 자신만의 사랑과 꿈들을 찾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닮지 않았을까. 록음악을 사랑했던 앞선 세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오전 11시30분부터 진행된 케빈  세스 스테이지 공연. 앞의 11팀의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YB가 무대에 올랐다. 신인밴드로 다시 시작하는 YB의 모습이다. 내 안에, 멤버들의 모습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무대 앞에는 미국의 젊은 친구들이 몇 사람만이 서있고 몇 명은 어디론가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모른다. 그들도 우리를 모른다. 라디오 한국에서 취재 온 두 분을 빼고는 한인은 없다. 10분내에 리허설을 끝내고 준비해온 대로 최선을 다했던 공연.

공연이 끝난 후 4시간여를 달려 다음 공연지인 포틀랜드 숙소에 도착했다. 포클랜드 공연을 위해 자체 평가를 해본다. 웝투어의 관객층은 주로 미국 현지인의 10대와 20대 초의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YB를 아는 사람은 없다. 여러 스테이지에서 공연되는 음악들은 펑크(Punk), Emo, 포스트 하드코어(Post hardcore),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등이다.

간간히 컨트리 록과 블루스 록도 보인다. YB에게는 정규앨범 8장과 2005년 유럽투어를 시작으로 준비된 여러 곡의 영어 노래 중에서 미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미디어를 통해 전혀 접해보지 않은 생소한 우리의 노래를 가지고 공연 레퍼토리를 짠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공연 레퍼토리와 멘트를 수정하기로 했다.

8월 16일

다음날 포틀랜드의 워싱턴 카운티 패어그라운드(Washington County Fairgrounds)에 준비된 업투어 공연장. 전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공연장 전체가 마치 서커스 유랑단 움직임같다. 도심의 어느 넓은 광장에 무대만 그대로 옮겨 놓았다. 업투어가 진행되는 도시는 그날이 젊은이들에게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다. 친구들과 머리와 의상등을 마음껏 뽐내고 나와 음악과 함께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것을 보면 보기가 좋다. 15년째 이런 공연이 진행되다니 부럽다.

밴드에게 주어지는 공연시간은 그 날마다 다르다. 그것도 당일 아침에 결정된다. YB에게 주어진 공연시간은 오후 3시30분.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데다 자동차로 연일 움직이는 스케줄에 심신이 지쳐있었다. 서늘했던 날씨가 오후가 되자 뜨거워졌다. 무대에 올라 내리쬐는 햇살과 더불어 불타오른다. 어제보다는 공연진행이 매끄럽다. 많은 관객은 아니었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만큼은 아주 반응이 좋다. 여러 개의 스테이지마다 공연하는 밴드들의 개성있는 머칭다이징 상품들과 음반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공연 결과는 YB의 로고가 담긴 머칭다이징상품과 웝투어를 위해 준비한 앨범 판매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한번 공연을 점검한다. 레퍼토리 수정. 공연 중에 관객에게 전하는 멘트에 대한 고민으로 노래하는 윤도현은 밤마다 고민이다. 영어로 순간의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하는 일은 심적으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멘트를 하는 것은 솔직한 도현이가 좋아하지 않는다.                 

8월 17일

국내 최초 워프드투어중인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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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연이 없는 날이다. 오전에는 푹 자고 오후에는 다음공연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했다. 새로운 곡 선정으로 인해 건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크고 작은 도시마다 위치한 기타센타는 악기와 엠프, 공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들이 기본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 미국의 음악 시장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공연 포스터도 급하게 제작했다. 공연포스터를 멤버들이 공연장 주위를 돌며 붙이고 홍보를 해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일은 프레즈노 공연을 위해 자동차로 14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 오전 8시에 출발이다. 풀어 놓은 짐들을 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YB의 마음은 한국에서 음악여정의 초심으로 돌아가 있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고속도로에서의 시간도 YB에게는 앞으로 펼쳐질 꿈을 키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연속으로 이어지는 남은 5개의 공연. 프레즈노, 마운팀뷰, 세크라멘토, 새디에고, LA의 공연이 기대된다. 록 음악 안에서 꿈꾸며 살아가는 자. YB는 날마다 순간마다 꿈꾸기를 소망한다.
    
미국 위싱턴 포틀랜드에서   2009.8.17


태그:#YB, #WARPED TOUR, #윤도현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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