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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따낸  과일채소가 싱싱합니다.
 아침에 따낸 과일채소가 싱싱합니다.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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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이 갑자기 적막하고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철새들이 짐을 싸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따뜻한 먼 남쪽나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농사일이 힘들고 버거울 때마다 기름기 넘치는 목소리로 숲을 일으켜 세우고 아침참을 깨워 주며 에너지를 충전해주던 뻐꾸기, 휘파람새, 쏙독새, 꾀꼬리 등….

온다간다 한 마디 없이 훌쩍 숲속을 떠나버린 철새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가지는 매끈매끈
 가지는 매끈매끈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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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 8.23)가 낼 입니다.  오는 계절은 속일 수 없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 불어와 손발이 선뜻선뜻 저려옵니다.

철새들이 떠난 자리엔 귀뚜라미 매미 여치 풀벌레들이 몰려와 가을합창이 한창입니다. 철새들이 떠나고 매미들이 아우성을 부리기 시작하면, 여름내 일궈낸 텃밭을 정리해야 합니다.

 순호박, 아침에만 꽃이 핍니다.
 순호박, 아침에만 꽃이 핍니다.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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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엔 참 많은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가지, 호박, 수박, 토란, 오이, 참외, 토마토, 파프리카....지렁이, 응애, 청개구리, 굼벵이, 달팽이.

그 이름을 다 불러주자면 한참이나 걸릴 듯 싶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잡념으로 머릿속이 무거워오거나 심신이 괴로워 마음이 뒤흔들릴 때면,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갑니다.

잡초를 뽑아내 밭이랑을 가로세로 반듯하게 간격을 잡아주거나, 텃밭 식구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작하노라면 씻은 듯 머리가 맑아오고 온 몸이 분해 작용을 하며 한결 가벼워 옴을 느끼곤 합니다. 텃밭에다 온갖 채소와 참살이 식품들을 심어놓고 여름을 함께 했는데 뽑아내 뒷정리를 하자니 마음이 짠하게 저려옵니다.

 수박꽃은 무슨 색일까요.
 수박꽃은 무슨 색일까요.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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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엄과 거름을 퍼내 땅을 기름지게 북돋워 김장 무를 뿌리고 배추를 심습니다. 무는 서리가 오면 뽑아 서둘러 갈무리를 해야 되므로 배추보다 일찍 씨를 뿌려줍니다. 이를 직파(直播)라 합니다.

배추는 벌레들 등쌀에 직파를 하지 않고 포토에다 어린 모종을 길러냅니다.

포토작업은 물을 잘못 주면 씨가 붙지 않고 씨가 붙어도 조금만 한눈을 팔면 벌레들이 어린 싹들을 싹둑싹둑 잘라 먹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토란잎에 청개구리, 친환경농법의 가늠자
 토란잎에 청개구리, 친환경농법의 가늠자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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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과일채소들을 거두며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을 새삼 되뇌어봅니다. 팽팽하게 속이 찬 오이나 참외 토마토 파프리카를 따낼 때의 풍만감과 뿌듯함, 저릿저릿 저려오는 깊은 손맛을 어디가 맛볼까 싶습니다.

 찬외
 찬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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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만큼 키우니 마음이 편하고 행복합니다.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판다고 생각하면 많은 욕심이 생겨납니다.  때깔이 곱고 싱싱하게 키워내자면 농약 제초제를 뿌려야 합니다. 참살이 식품이란 적당히 거름을 주고 풀을 매주면 먹을 만큼은 넉넉하게 되돌려줍니다.

 못난이 토마토
 못난이 토마토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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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을 치지 않으면 과일채소들이 오그라들고 벌레가 파먹어 볼품이 없습니다. 검은 점이 가뭇가뭇 박히고 "못생겨서 미안합니다"라고 말을 할 때면 "난 못난이가 더 좋아" 하고 웃어줍니다.

조물주께서는 흘린 땀방울에 보답이나 하려는 듯 참 많이도 주십니다. '이를 다 어쩐담.' 우체부, 환경미화원, 고물장수, 이웃 사람들. 보이는 대로 담아줘도 아직 철철 넘쳐납니다. 나머지는 모두 들새, 산 까치, 어치, 들쥐들 몫으로 남겨 놓습니다. 때때로 모여 참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밀려옵니다.

 피망, 매운맛이 나고 육질이 질기면 피망, 단맛이 나고 아삭아삭하면 파프리카라고 부른다. 순 우리말은 '단고추'
 피망, 매운맛이 나고 육질이 질기면 피망, 단맛이 나고 아삭아삭하면 파프리카라고 부른다. 순 우리말은 '단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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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채소와 과일들이야 값으로 따지자면 얼마 안 되지만 '나눔은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와 '나눔은 돈을 많이 번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연의 이치를 텃밭에서 터득하고 배우곤 합니다.

 오이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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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일궈내는 땀방울 하나, 나눔을 통한 성숙으로의 긴장된 떨림은 텃밭이 가르쳐 주는 나의 작은 행복의 시작입니다. 오늘따라 매미풀벌레 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리고 고추잠자리들이 세상을 만난 듯 자꾸만 하늘을 맴돌고 있습니다.

 고추 잠자리
 고추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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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윤희경 기자는 지난 4월 포토에세이 산촌일기 <그리운 것들은 산 밑에 있다>를 펴낸 바 있습니다. 쪽빛강물이 흐르는 북한강 상류를 방문하면 농촌과 고향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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