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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19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진 임시 빈소는 조문객들의 행렬로 끊임없이 분주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가운데서도 빈소 분위기는 차분했다. 가슴에 '자원봉사자' 표찰을 달고 곳곳에 선 사람들은 그 차분함을 위해 땀 흘리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의 자원봉사자, 그들은 어떤 사연을 품고 그 자리에 서있는 걸까? 자원봉사자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얘기를 나누던 40대 남성 최씨를 만났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의 임무와 시간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안내자였다.

 

"노삼모(노무현 대통령과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는 모임), 대장부엉이, 쌍코, 소울드레서 등의 카페 연합이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카페에 글을 올려 자발적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찾아온 자원봉사자는 18일 30여 명, 19일 40여 명이라고 한다. 그들은 프레스전용 접객실 안내, 조문객에게 식사 제공, 빈소 앞에서 국화꽃 제공, 조문객 안내 등의 일을 맡고 있었다. 그들은 유족과 장례위원회에 문의한 후 "스스로 할 일을 찾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휴가를 내고 온 사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온 자영업자, 방학 중인 학생, 퇴근하고 오는 직장인 등 일반시민들 스스로 애통한 마음에 달려나온 겁니다. 돈 주면서 하라 그러면 오히려 못할 겁니다"라며 자원봉사자들의 '행동하는 진심'을 강조했다.

 

빈소에서 밤을 꼬박 새운 최씨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가장 큰 공헌을 하신 분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또 하나의 아버지가 석 달 만에 돌아가신 겁니다."

 

그는 "집에 있으면 몸은 편해도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라면서도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진 마십시오.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라며 허허 웃음을 지었다.

 

빈소 앞에서 조문객에게 국화꽃을 나눠주던 20대 여성 '종려나무'(대장부엉이 카페 별명) 또한 "투사적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보진 마세요.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셨고, 작은 일손이라도 필요할 것 같아 온 겁니다"라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 즉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날라다주고, 빈 그릇을 치우고, 가만히 서서 말없이 국화꽃을 나눠주는 일은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게다가 빈소이니만큼 진심이 담기면 금상첨화다.

 

20일부터 행정안전부 주도로 국장이 진행되면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한층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에도 행안부가 주도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최씨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필요한 일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계속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에 함께하겠습니다. 시청광장에 나가 청소를 할 수도 있겠고, 곳곳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라도 가야지요"라며 카페 연합의 자원봉사가 계속될 것임을 다짐했다. 




태그:#김대중?대통령?서거, #빈소 자원봉사자, #노삼모, #대장부엉이, #소울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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