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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대중 전 대통령님.... 당신의 민주화 동지가 초라하게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숱한 죽을 고비를 넘겨오신 분이라 이번에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고인도 이겨내기 어려운 거였군요..... 그 많은 권력의 위협도 극복하셨는데, 당신의 민주화 동지가 허망하게 가실 때의 심정을 추스르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오늘 저는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한가하게 잠에서 깨어 당신이 고인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누가 망치로 뒷통수를 때린 것처럼 한동안 멍하니 서 있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이제는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머릿속에는 허탈감이 맴돌았습니다.

 

왜 이렇게 정의를 위해 불의의 권력과 맞선 분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꿈꿔왔던 세상을 맛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 걸까? 자신이 그토록 죽을 고비도 넘겨가며 투쟁해왔고 지키려고 했던, 그 진정한 가치가 실현된 사회를 보기는커녕 권력의 보복만 받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법칙은 우리나라에서 정말로 통하지 않는 말일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며, 몇 년 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난 2006년 또 한 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나라가 뜨거워졌을 때 전국적으로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그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 전남대를 방문해,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돈을 퍼준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그 돈으로 핵이나 미사일을 만드는 거지"라는 의견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지금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국면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경색된 탓이라고 하셨다.

 

사실 나도 '햇볕정책'이라는 대북지원책이 지금도 포함되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특수한 상황과 동시에 아주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배려하고 먼저 손을 내민 다음에 '상호작용' 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무조건 북한이 이 정도의 조건은 실천으로 만족해야.... 경제 원조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북한의 행동을 먼저 요구하며, 조건을 제시한다면 북한의 움직임을 바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가 경색될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셨던 햇볕정책처럼 북한에게 먼저 원조하며 실천했던 '배려' 덕택에, 남북정상회담도 이뤄졌고, 남북에 화해분위기가 돌았다. 그렇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고 있었다. 비록 전에 자신이 했던 정책을 국민이 맹렬히 비판해도, 확신을 가지고 오랬동안 추구했던 정책이기 때문에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매번 이렇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나아갔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을 얻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김대중 대통령 역시 죽음이 다가와도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런 그 두분이 모두 하늘나라로 가신것에 큰 실망감과 허망함을 느낀다.

 

김대중 대통령님!! 왜 학살을 자행한 독재자 전두환을 용서 하셨습니까? 비록 본인이 원수도 용서하라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하신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는 무고한 광주시민의 목숨을 무참히 짓밟은 범죄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만행에 책임을 지고, 진정 회개를 하며 용서를 빌수 있을 때야... 바로 그때 그를 용서해도 충분했습니다. 지금 어떻습니까? 일해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전사모'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그 회원수는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최후의 격전지인 옛 전남도청은 한낱 경제적 논리로 인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왜 '과거사 청산'과, '사학법 개정'을 실행하지 못했습니까? 그 당시는 입법부도 당신의 지지 기반이 과반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아무리 권력이 하나같이 목소리를 모아 강하게 반대해도 그것은 꼭 실행에 옮겼어야 했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두 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안타까워 이렇게라도 하소연하는 겁니다. 권력과 결탁하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신 두 분이 꼭 변화된 사회를, 그렇게도 보고자 했던 두 분의 가치가 실현된 세상을 꼭 보고 가셨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오히려 살기 안 좋아졌습니다. 민주주의는 쇠퇴했고, 경찰이 국민을 때리고, 정부여당은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을 자신들의 장기집권을 위해 날치기 상정했습니다.

 

두분이 불의와 권력과 힘에 반항하며 끊임없이 투쟁한 행위에 대해서 존경합니다. 그러나 두분은 우리나라의 불의와 부당권력세력을 물리치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더라도 진정한 두분의 가치가 실현된 한국사회는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나라 배신한 사람들이 '광복절'을 '건국절'이라며 떵떵거립니다. 반독재와 친일비판, 북한과의 통일지향의 논조가 들어가기만 하면, 좌편향이라며 교과서를 뜯어 고치려 합니다.

지금 이런 부당한 세력들은 오히려 더 몸집이 커져, 우리를 '빨갱이'라며, 매도합니다.

 

저는 이런 말도 안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더욱더 견고하게 되는것이 지금의 '미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과 함께 우리나라의 부당한 권력구조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자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럴려면 두분처럼 거대한 권력과 투쟁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때론 목숨을 조여올 때도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오늘 김대중 대통령이 끝내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을 때, 저는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저의 앞길 또한 막막하기만 합니다. '진정한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저널리스트가 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회의가 듭니다.

 

두분 또한 숱한 죽음의 위기를 이겨가며 싸워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분 다 그 가치가 실현된 세상을 끝내 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많은 절망감과 회의감을 느낍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정의를 위해 싸우면 끝내 이렇게 되고 마는건가...

 

'민주주의' 그 가치를 목숨과도 바꾸면서 투쟁했는데, 결국 그 가치가 진정 실현된 한국사회를 두분은 보지 못하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저널리스트가 된다고 해서 뭐 바꿀 수나 있을까.... 그러나 저는 두 분들과는 다르게 살아갈 것입니다. 꼭 생전에 진정으로 변화된 한국사회를 보고 말 겁니다.

 

두 분의 가치를 공부하고 잘 이어받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쟁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처럼 노력하고 투쟁만 하지는 않겠습니다. 꼭 현실적으로 실현해내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양심'이 허망하게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 저도 이 목숨 바쳐 노력하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어떤 방법으로라도 꼭 이루어내고야 말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정말로 다시는 다시는 이런 죽음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부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태그:#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저널리스트, #정의, #민주주의,진정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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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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