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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생명사랑 의료 취약 계층이 만힝 사는 서울 강북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료NGO 아름다운생명사랑은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건강을 챙겨준다.

"의사들끼리 모여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의논하면, 대개는 해외 봉사를 하겠다거나 국가‧국제적인 주제를 다루겠다는 말이 무성합니다. 의사라면 스케일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네로 왔습니다."

 

아름다운생명사랑은 의료 취약 계층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사는 강북구에서 활동하는 의료봉사단체다. 이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들이나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아프지 않는지 진료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인근 의료기관에 연결하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지난해부터는 이 지역 공부방을 돌며 검진하고 있다.

 

같은 봉사라도 세상이 알아주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알려지는 게 흠이 될 일은 아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세상이 주목할 만한 큰일에 참여하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아름다운생명사랑은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서울 강북의 가난한 동네로 발길을 돌렸다.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의사들

 

의사들은 대개 앉아서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를 기다리지만, 아름다운생명사랑 의사들은 찾아 나섰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과 함께 사는 이웃, 자원봉사자들, 공무원 등에게 의료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이 누구인지 자문을 구했다. 대부분 독거노인이거나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 등 아파도 병원 가기를 주저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사는 집을 방문해서 진료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5주년을 맞은 아름다운생명사랑은 70여 가정을 정기 방문하며 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70여 가정은 집중형과 일반형, 위기상황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간호사인 최영숙 지역보건팀장이 한 주에 두세 차례씩 이들 가정을 방문한다. 집중형은 한 주에 한 번씩 의사가 방문하는 가정으로 언제든지 위급한 상황을 맞을 수 있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20여 가정이 있다고 한다. 일반형은 만성질환자들이라 수시로 상태를 점검한다. 이들에게 병이 확인되면 가까운 병원에 연계해서 치료를 돕고 있다. 최 팀장은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에 직접 모시고 가서 치료하는 과정을 지켜봐주는 '보호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주말에는 6~7명의 의료인들이 네 모둠으로 나뉘어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한 가정을 방문한다. 정서 지원이 필요한 네 가정을 선정해서 꾸준히 만나고 있다. 밥도 같이 먹고 산책도 함께 나간다. 처음에는 젊은 의사들이 우르르 찾아와 당황했고, 이후에는 감사하다가, 지금은 헤어지기 아쉬워 손을 놓지 못하고 눈물을 훔친다고 한다. 몸이 아프고 외로움에 맘까지 다친 어른들이라 젊은 의사들이 와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나면 한동안은 '후유증'을 앓는다고 했다.

 

병 생기는 원인까지 치료해요

 

아름다운생명사랑 활동가들. 왼쪽부터 진혜료 사무국장, 최영숙 지역보건팀장, 홍두호 사무총장.

보통 의사는 어떤 병이 드러나면 그것만 치료하는 것으로 진료를 끝낸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가정을 방문하면 쉽게 알게 된다. 지금 당장 약을 먹고 병을 낫더라도 병을 얻은 환경이 변하지 않았기에 재발하기 일쑤다. 의사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처방전을 써주고 병에서 회복했다고 판단하면 돌려보내는 것까지가 의사 역할이라면 깔끔하고 '쿨'하다. 그 다음 환자의 삶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게다가 돈도 안 받고 봉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아름다운생명사랑은 굳이 이들의 삶에 '참견'한다. 어떤 집에서 사는지, 무엇을 먹는지 신경 쓴다. 집이 허물어졌으면 고칠 수 있도록 이쪽저쪽으로 알아보고, 먹는 것이 부실하면 밑반찬이라도 챙겨드린다.

 

그렇지만 무엇을 갖다드리는 것으로 실적을 쌓으려하지는 않는다. 사실 작고 가난한 시민단체라서 그럴 형편도 못된다. 그래서 홀로 살면서 외롭고 가난하고 아플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어 걱정이 많은 사람들 곁에서 함께 걱정해주는 이웃으로 살려고 애쓰는 것을 장점으로 택했다.

 

"처음엔 의사가 방문하니까 어르신들도 긴장해요. 의사라면서 왜 이런 곳까지 오나 싶은 거죠. 꾸준히 찾아가니까 이제는 손자 손녀처럼 대하세요. 의사 중에 군대 간 총각은 잘 있는지, 누구는 이번 의사시험을 잘 보았는지 꼭 자식 걱정하듯이 우리 생활을 기억했다가 물어보세요. 잠깐 와서 봉사하는 느낌이 아니에요. 집안 청소하고 냉장고라도 열어서 무얼 드시는지 알아보고 이사할 때 짐 싸드리면서 이웃으로 그냥 사는 거죠."

 

돈 대신 정으로 승부해요

 

아름다운생명사랑 실무자들은 "무료진료를 하는 곳도 있고 지역 복지관들도 봉사를 많이 하지만, 우리처럼 어르신들에게 사랑 받는 곳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어르신들이 평소에도 잘 지내냐고 전화를 걸어주시기도 하고, 지나는 길에 사무실에 들르기도 하신단다.

 

'어르신'들과 좋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돈'이나 의사라는 '전문성'을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내부에서는 평가한다. 아름다운생명사랑은 회원 260여 명이 내는 회비로 운영한다. 회원 2/3가 의료인이다. 이 가운데 70명은 봉사활동을 펼치는 일에도 참여한다. 그렇지만 활동에 들어가는 경비와 치료비 등을 마련하기는 늘 빠듯하다. 굵직한 후원사가 없으니 어르신들이 아플 때마다 활동가들은 '이번에는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다. 그래서 서로 더 진한 정을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활동 반경을 넓혔다. 강북구 지역 공부방 22곳을 차례로 돌면서 어린이들을 무료 진료하고 있다.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는 부모가 돈을 적게 벌거나 할머니‧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라거나 부모 가운데 한 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진혜료 사무국장은 "상당수 아이들이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우울‧학습장애․과잉행동장애를 겪고 있어 세심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데, 지금은 실태조사를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비만과 빈혈, 영양결핍, 충치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공부방마다 30~40%에 달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부모들이 일하느라 바쁘고 삶이 빠듯해 아이들 먹는 것까지 신경 쓰지 못해, 아이들이 손쉽게 구하고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검사를 해서 이상을 발견하면 병원에 동행한다. 치료할 형편이 되는 부모라면 직접 나서게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는 않다. 지역 복지단체들과 손을 잡고 아이들 학습을 지도하고 의료비를 지원하는 일도 곁들여 하고 있다.

 

지역에 의료기관 개설하는 게 꿈

 

아름다운생명사랑은 우리 지역에 의료기관 개설하는 게 꿈이다. 가난한 이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서다. 아픈 사람이나 병이 쉽게 날 수 있는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병원에서 진료 받아야 할 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수소문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다.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홍두호 사무총장이 교수직을 접고 참여했다.

 

편한 의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시민단체 활동가로 사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다고 하자, 홍 사무총장은 "별일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봉사 활동하다보면 정말 이웃처럼 살아가는 동료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이웃이라지만 난 우리 지역에서 철거민 몰아내고 지은 아파트에 살아요. 그들과 같은 처지의 이웃일 수는 없죠. 어느 때는 애끊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옳은 것 같아서 하는 거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하니까 그들을 믿고 참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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