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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태가 다행이도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측은 15일 김 전 대통령을 중환자실로 옮겼고 16일 새벽 호흡곤란이 일자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습니다. 이후 차도가 있어 19일 오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22일 김 전 대통령을 일반 병실로 옮겼으나 지난 23일 갑자기 폐색전증이 발병해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습니다.

 

적지 않은 고령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러 가지로 심적 괴로움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통령은 오랜 침묵을 깨고 특별강연 등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해 왔습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이 입원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폐렴 치료 후 찾아온 폐색전증

 

김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한 후 집중적인 폐렴 치료로 병세가 호전되었지만, 폐색전증이라는 새로운 병에 부딪쳤습니다. 폐색전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폐에 색전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혈관 내에서 떠돌던 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색전을 일으켜서 갑자기 호흡곤란이 발생하는데, 약 1/4에서는 급성 사망을 초래하는 무서운 질환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히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약 40% 정도는 3년 내에 사망하게 될 정도로 위험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호중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에서만 일년에 50만 명 이상이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증상이 애매해서 의심하지 않으면 진단이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폐색전증에 대해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면 잘 치료가 되는 질병이다"고 설명합니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비교적 일찍 폐색전증을 발견해 치료를 조기에 시작했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폐색전증, 빠른 진단이 관건

 

폐색전증은 애매한 증상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갑자기 호흡 곤란이 발생하거나 가슴이 아픈 증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폐색전증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색전증과 가장 구분하기 힘든 증상이 심근 경색과 같은 심장이상 질환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천식, 폐렴, 기흉 등 많은 질병들에게 있어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지어는 1/3의 환자의 경우 전형적인 증상도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폐색전증을 의심하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폐색전증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노인 환자들의 경우 모호한 흉통을 호소한다면 심근 경색과 함께 폐색전증도 의심을 해야 합니다. 일단 의심을 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폐색전증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관건은 의료진이 '폐색전증'을 얼마나 빨리 '의심'하느냐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의 고정 자세, 폐색전증 원인돼

 

폐색전증의 원인은 혈전입니다. 그러나 이 혈전은 대부분 심부정맥에서 발생합니다. 심부정맥 혈전은 주로 하지나 골반 등에서 생깁니다. 주로 혈관 내의 혈액이 움직이지 않고 정체가 될 경우 혈전이 잘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폐의 동맥을 막게 되면 폐색전증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오랜 기간 수술을 한다거나 침대에 누워있는 경우에 심부정맥 혈전증이 잘 생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마치고 나서 심부정맥 혈전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오랜 기간 움직이지 않아서 폐색전증이 발병하는 경우 중 하나입니다.

 

한편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몸을 잘 움직이지 않고 혈액이 잘 굳어지는 특성상 심부정맥 혈전이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심부정맥 혈전증과 함께 폐색전증을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치료보다 중요한 예방

 

폐색전증의 치료는 폐동맥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치료가 우선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괜찮다면 항응고제를 투여하여 추가 혈전 발생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다면 혈전을 용해하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색전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호중 교수는 "폐색전증은 진단이 어렵고 그 성공률도 변이가 많기 때문에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몸을 자주 움직여 주고 규칙적으로 다리 운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요, 압박스타킹 등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한편 폐색전증이나 심부정맥 혈전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복용시키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 중 하나입니다.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우려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우리 앞에서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태그:#김대중 전 대통령, #폐색전증, #혈전, #심부정맥 혈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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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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