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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일까. 민주주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치이다.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 이 민주주의란 단어 아닌가 한다. 손이 있을 때는 있는 줄 모르고 무심히 사용하다가 손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할 때는 손에 이상이 왔을 때다. 그 무엇인가 사람의 입에, 의식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이처럼 민중에게 회자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리라.

오래 전에 미국에서 8년을 살다 나온 남동생 말이 미국의 민주주의는 총이 지켜준다고 했다. 그가 그 나라에 살아보고서 한 말이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법적으로 총을 소지할 수 있으니 대의에 어긋나거나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다간 총에 맞으니 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땐 그 말이 그럴 듯하게 느껴져 나도 공감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간이 주어지면 자주 보곤 한다. 영화를 보면 이슈가 있는 현장에는 시위대가 늘 등장했다. 그들은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당국도 그걸 강제로 막지 않았다. 선진국에선 이렇게 시민활동이 활발하다. 우리나라처럼 시위대가 보이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전투경찰이 보이지 않는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을 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하나 이상 시민단체를 가입하고 시간을 내서 활동하는데, 시간 여유가 안 되는 사람은 후원금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수많은 단체들이 여기저기서 감시의 눈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활동하고 있으니 민주주의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는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임을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그들의 행동방식에서 처절하게 배웠다.

우리 국민들은 독재정권 이후, 민주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뽑아놓고 민주주의 10년을 누리면서 이제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 것이라 착각하고 경제만 살리면 되리라 믿은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최고 권력자 한 사람의 노력 또는 능력으로 경제가 살아나리라 믿지 않았다. 세계는 지구촌 시대라 기계의 부품처럼 모두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경제문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민주주의를 10년 동안 가꾸어왔으니 적어도 뒤로 가지는 않으리라 믿었다. 착각이고 환상이었다.

우리가 좋은 세상을 바란다면, 아니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안일하게 앉아서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시민운동에 눈을 떠야 한다. 시민운동은 의식 있는 몇몇 사람들만이 하는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참여해야 한다. 몸으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시민단체에 후원금으로라도 참여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시민단체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자금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활동을 할 수가 없다. 정부의 후원금은 관변 내지 보수단체에만 집중되고 있어 자발적인 시민단체에는 지원금이 거의 없다. 여기에 시민들이 할 몫이 남아 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모든 것을 민주적으로 통치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족들의 작은 허물로 벼랑 끝까지 내몰려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것을 보고 500만 명의 시민들이 그분의 영정 앞에서 눈물의 헌화를 하며 추모했다. 나처럼 깊은 투병중이라 참여하지 못한 다중의 시민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엄청날 것이다.

고인의 봉분 아래 아주 작은 비석 어록은 신영복 교수의 명필로 이렇게 쓰여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그 많은 추모객들이 단순한 추모에서 그치지 않고 그분의 마지막 어록으로 남은 말처럼 깨어 있는 시민정신으로 조직화된다면 그 힘은 엄청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부도덕한 사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인 내가 지켜내는 것이다.

오늘 따라 이제는 가고 안 계신 고인이 남긴 이 말이 천둥처럼 크게 다가와 울린다. 그분이 마치 예언자처럼 미래를 내다보며 하신 모든 말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한 마디만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 나라에서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태그:#시민정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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