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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3일 오후 6시 15분]

 

미디어 관련법 본회의 통과를 막아내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누차 밝혀온 최문순 민주당 의원(비례대표)가 23일 오후 사퇴를 표명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이 부여한 헌법기관으로서의 권능을 국민 여러분께 반납하겠다"며 "지켜내야 할 것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사퇴의 변을 남겼다.

 

"언론을 지켜내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했다.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해 죄송하다. 그동안 격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다."

 

최 의원은 이날 중으로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퇴서 제출) 절차가 어떻든 더 이상 (국회의원을)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언론운동은 평생해온 것이니만큼 계속할 것인데, 시민단체와 함께 할지 어떤 형식으로 할지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날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도 했다. 정치권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남아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어서 최 의원의 민주당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최문순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해 죄송하다" 의원직 사퇴 MBC 사장 출신으로 활발한 '언론악법' 저지 활동을 해온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23일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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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18대국회 입성때 MBC사장 이력 문제 되기도

 

최 의원은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10번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하기 직전 MBC 사장으로 있었던 이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보수와 중도 성향의 언론들뿐 아니라 진보 매체들에서도 공영방송 사장 퇴임 직후 정치권으로 직행한 것에 대해 언론 독립성에 대한 타격을 우려했다.

 

일부 언론시민단체들과 MBC 본부를 포함한 전국언론노조에서도 초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언론 민주화 투쟁을 이끈 최 의원의 정치권 입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정치권 입성을 강행한 최 의원의 출마의 변은 '국회에서 언론 독립성 유지를 위한 방어막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국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

 

최 의원은 지난 1년 3개월여 동안 국정감사 등을 통해 YTN 낙하산 사장 임명 사태,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 과정 등 언론 관련 문제에 기자 출신다운 송곳 질문으로 답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물대포를 맞는 일이 자주 목격됐고 정부와 여당의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대여투쟁에 임했다.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최 의원이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사퇴를 결행한 것은, 최 의원의 '불 같은 성격'으로는 더 이상 국회에 머물 수 없었던 것 때문으로 보여진다.

 

최 의원과 가까운 한 지인은 "최문순 의원은 워낙 자신에 대해 엄격한 분이라 사퇴를 번복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고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을 것"이라며 "미디어법을 그렇게 밀어붙여 통과시킨 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 것도 사퇴 결심을 굳히게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투쟁력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나 원내에서 언론 독립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았을 텐데 이렇게 사퇴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태그:#최문순, #사퇴,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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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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