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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부는 고맙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부여도 고맙고, 억지기부여도 고맙다. 부디 300억이라는 막대한 재산이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자. 이제 할 말 좀 하자. 자화자찬에 숭배일색이다. 보도를 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뜻은 '조용히 하자'였다는데, 대통령의 뜻을 거스려 기부쇼로 만들고 있는 청와대 아부맨들을 몽땅 해고해야 하려나 보다. 아니, 여기까지도 원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니 좀 봐주자. 모처럼 기분좋은 기부소식이 아닌가?

 

하지만 이 기부를 '친서민정책 강화와 노블레스 오블리제'라고 인쇄된 포장지로 만들어, 반서민 정책과 부유층독식을 포장하려는 시도는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겠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 자기재산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강도인가? 개인재산을 내놔라마라하게.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민이 내는 세금을 국민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께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길 바라는 것이다.

 

명백하게 부동산재벌에게 향하는 수십조의 세금감면, 재벌들이 싹쓸어가는 또 수십조의 법인세 감면에 내놓은 정책마다 더 많은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빈곤으로 몰아가는 정책일색이면서, 국민은 상관도 않을 개인재산 300억과 무슨 지원금 몇천억으로 '친서민정책'이라는 타이틀을 살수는 없다.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니. 지금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관용과 미덕이 아니다. 마땅히 져야할 자신의 책임을 지라는 것 뿐이다. 2년을 상시해고의 자유를 누린 끝에 져야할 정규직 전환의 책임마져도 회피하는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필요한 것은 '법치'일 뿐이다. 버는만큼의 세금, 버는만큼의 고용만 해주면 된다. 관용과 미덕은 알아서 하라.

 

마땅히 제 할일을 하고 나서, 그보다 더한 책임과 희생을 떠안는 것이 기부며, 이런 기부가 찬양받아야할 기부다. 제  할일은 무책임하게 외면하며, 마땅히 해야할 것의 일부를 내어놓으며 '기부'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기부는 참으로 고맙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대통령의 기부를 빛내는 것은 비서관과 조중동의 금칠이 아니라, 이대통령이 대통령의 자기할일을 하는 것이다.   


태그:#이명박, #재산기부, #재산헌납, #장학재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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