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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0 특별상' 수상자로 월간 <노동세상>과 정연주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특별상'은 한 해 동안 좋은 기사와 기획 등을 통해 활약한 시민기자들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1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0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1 2월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명예의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 말>

월간 노동세상
 월간 노동세상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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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가 바뀌면서 평가절하된 단어들이 있다. 어떤 것들은 시대와 기술의 발전으로 그 가치와 함께 평가가 낮아졌고, 어떤 것들은 그 가치는 여전한데 그를 대하는 사회의 환경이 변해 평가가 낮아졌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노동' 아닐까? 신자유주의 시대에 여전히 노동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데도, 투기보다 '비효율적'이라 매도당하고, 기업가의 성취를 막는 '전봇대'로 평가절하됐다. 80∼90년대 진보적이고 혁명적이던 이미지로 노동을 보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노동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낮아진 시대에 노동을 묵묵히 다루는 잡지가 있다. 2007년 창간한 월간 <노동세상>이다. 이춘자 발행인을 포함 4명의 기자가 만드는 작은 규모의 잡지지만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전해주는 다수의 필자를 보유한 '뒷심'있는 잡지이기도 하다. 일반잡지들이 시장 상황을 이유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면서도 충성도 높은 독자들의 힘으로 광고 없이 구독료로만 운영된다.

2010년 한 해 동안 현실적 노동현장 묘사로 가슴 먹먹해지는 기사들을 <오마이뉴스>에 소개했던 <노동세상>이 2010년 오마이뉴스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참 신년호 기사마감 때문에 바쁜 노동세상 사무실을 찾아 소회를 물었다. 인터뷰는 <노동세상>의 신정임·이호준·윤성희 기자와 진행했고, 답변들을 모아 하나의 기사로 재편집했다.

"끝내 눈물 보이던 재능교육 노조위원장이 기억에 남아"

사진 왼쪽부터 월간 <노동세상>의 신정임기자, 윤성희기자, 이호준기자
 사진 왼쪽부터 월간 <노동세상>의 신정임기자, 윤성희기자, 이호준기자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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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소감을 말해달라.
"노동 집회현장에 가면 취재온 주요 언론기자들이 '이슈가 없다' 혹은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노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많이 멀어졌다. 하지만 기업 중심의 사회, 자유시장 등이 부각되면서 반대급부로 노동 의제는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과거처럼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생활인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오마이뉴스>를 통해 노동이슈를 전한 게 뜻깊고, 이번 수상을 통해 좀 더 노동뉴스에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노동세상>은 노동전문지다. 오프라인 잡지 시장도, 전문지도 힘든데 거기다 주제가 노동이면 더 힘든 점이 있을 거 같다.
"노동잡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노동조합 기관지라는 선입견을 갖고 읽거나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도 많다. 일단 노동잡지라고 하면 시대에 뒤처지고 재미없을 거라고들 생각한다. 일전에 사학재단 문제로 한 연구소에 취재갔더니 '노동잡지가 왜 사학재단 문제를 취재하느냐'라고 하더라. 노동운동이 다른 의제들과 연계되지 못하고 고립되다 보니 생기는 오해들이다.

노동자들은 모두 생활인이고 노동의 문제는 생활의 문제다. 대학의 문제, 문화의 문제가 다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를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 보고자 하는 게 <노동세상>의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의 기획을 싣고, 노동 문제도 요구 중심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식을 다루려고 노력한다. 월간지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삶에 끼어들어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 올해 쓴 기사 중 기억에 남는 뉴스들이 있나?
"사람들이 많이 본 기사에는 기억에 남는 반응들이 있었다.  '2010 시다 잔혹 보고서'(회식갈 때 나는? 제외해도 되는 애, "집에 가 이 새끼야" 가장이라 참는다)라는 기사에 소개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싶다는 기업의 채용관련 문의도 있었다. 주로 어려운 처지의 기사들이다 보니 도움 주겠다는 연락도 몇 번 있었다. 최저임금 기사는 다른 블로그 서비스 업체로 옮아가 식사비 '820원 드립'이라는 논쟁을 만들기도 했다.

반면에 가슴 아픈 기억들도 있다. 재능교육 노조에 대한 회사의 탄압을 다뤘던 기사다. 보통 취재요청 문자는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는 게 일반적인데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문자는 '사정이 절박하니 많이 와서 재능교육 노조를 지켜달라'는 내용이었다. 본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 가정집을 노조사무실로 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취재를 가보니 사람도 많지 않고 언론에서도 거의 취재를 안 왔더라. 이렇게 관심이 적으니 기업들이 손배가압류 같은 못된 방법으로 노동자를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던 위원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힘이 나는 기억은 기사의 진정성을 인정받았을 때다. 허세욱 열사 관련한 인터뷰 ("<무소유> 선물한 거 두고두고 후회했지요")를 썼는데 허세욱 열사 전기작가로부터 '오랜만에 보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사'라는 메일을 받았다. 역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

-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아서 서운했던 기사도 있었을 텐데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기사가 있나?
"작년에 썼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기사를 소개하고 싶다. SSM이 들어오면서 동네 상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쳐 싸우던 사람들 이야기다. 후에 이 기사를 SSM 교양 교재로 쓰겠다는 대책위의 전화도 받았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한참 후에 <오마이뉴스> 쪽지를 통해서 결국 취재했던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네에 산다는 독자가 보내준 쪽지였다. SSM 관련 법규는 아직도 미비하고 동네 가게들은 오늘도 문을 닫고 있다. 계속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창간 3주년 기획으로 제조업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취재하면서 구조조정과 자본의 공세 속에서도 일터를 지키는 노동자들을 많이 만났다. 산업구조가 바뀌어도 상품을 제조하는 업종과 노동자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싶다."

"특별상 상금으로 취재용 카메라를 구입할 예정"

- 오프라인 매체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도 올린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 있나?
"아무래도 <노동세상>은 월간지다 보니 속보성이나 시의성이 아쉽다. 그래서 빨리 사정을 전해야 하는 기사들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소개하기도 한다. 기륭 여성노동자가 성추행 당했다는 기사는 속보의 효과를 봤고 당일 동작서의 해명 메일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요 취재 대상이 힘든 투쟁현장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데 아직 <노동세상>이 파급력이 큰 매체는 아니다. 월간지다 보니 이야기를 전해줘야 하는 시기를 놓칠 때도 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서 이런 미안함을 덜 수 있었다."

- 이제 곧 신년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2008년 1월 신년 특집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가다'를 기획했다. 추운 겨울날 새벽 7시 출근선전전부터 연대집회 참가를 마친 저녁 9시가 다 되는 시간까지 기륭전자분회 해고자들의 하루를 함께 했다. 당시 3년을 넘긴 투쟁을 했던 그들이 올해야 복직에 합의했다. 그들 투쟁에 매번 참여하진 못했지만 내 일처럼 기뻤다. 하지만 신년 특집호에 함께 소개됐던 코오롱정리해고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투쟁 중이다.

많은 매체들이 노동자의 투쟁을 과격하게만 그린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집에 돌아가면 자상한 엄마아빠고 멋진 아들딸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내가 만났던 일하는 이들의 거칠고 투박한 손을 보여주는 기사, 그들의 노동 가치와 순박한 눈빛에 얼핏 어렸던 눈물을 보여주는 기사, <노동세상>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이런 기사를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의 속사정을 세상에 알리는 <노동세상>이 되겠다. 잡지의 성격을 좀더 확장하고 싶다. 가령 월간지인데 몇 달에 한 번은 계간지처럼 심층적인 내용으로 파격적 편집도 해보고 싶다. 이를 위해서 1달을 주기로 하는 기사가 아니라 몇 달을 취재하고 추적하는 기획을 시도하고 싶다."

인터뷰 마지막에 던진 질문은 특별상의 상금을 어떻게 쓸 거냐는 질문이었다. 지난 11월 투기자본 피해 노동자들이 산업은행을 규탄하는 집회에 취재갔다가 손상된 카메라를 새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동세상>의 카메라에는 쌍용 노동자들이 금융자본과 투기자본에 던진 붉은 페인트가 아직 묻어 있었다. 해고라는 절박한 상황에 맞서 싸우면서도 페인트에 맞은 기자를 걱정했다던 노동자들의 따뜻한 마음과 그들을 대하는 기자의 애정이 함께 묻어 있었다.


태그:#올해의뉴스게릴라, #시민기자,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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