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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자살이 증가했고, 수감자에 대한 모진 고문과 구타 등 미국 병사들의 기혹 행위가 잇달았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인 인권이 무시된 악명 높은 곳이 됐다.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자살이 증가했고, 수감자에 대한 모진 고문과 구타 등 미국 병사들의 기혹 행위가 잇달았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인 인권이 무시된 악명 높은 곳이 됐다.
ⓒ 바오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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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MBC < 시사매거진 2580 >에서 '지금 관타나모에서는...'가 다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직후 1년 이내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구체적으로 실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5일 저녁 우연히 MBC 뉴스데스크를 시청한 뒤 곧바로 이어진 '2580'을 보게 됐다. 몇 꼭지로 나눠 진행된 < 시사매거진 2580 >은 먼저 '비정규직법 약인가 독인가'라는 제목으로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술 막걸리'에 이은 '지금 관타나모에서는...'는 알카에다 소속의 테러리스트라는 혐의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인권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수감자 대부분은 정식재판도 없이 가혹한 행위와 고문 등에 시달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의회가 또 다른 테러를 우려하면서 관타나모 폐쇄를 둘러싸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며칠 전 읽었던 마비쉬 룩사나 칸의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2009년 6월, 도서출판 바오밥>가 기억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MBC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협조를 얻어 관타나모를 조명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는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에 등장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 경험이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직접 보게 됐다.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글로 읽었던 인물들이 영상물에 나온 탓에 만나 본 것처럼 반갑기도 했다.

이 책은 미국 미시간 주에서 태어난 아프가니스탄 이민 2세, 마비쉬 룩사나 칸이 마이애미대학 로스쿨에 다닐 때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일들 전해 듣고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을 위한 통역봉사활동을 지원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려운 심사를 통과해 지난 2006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로 가 수감자를 위한 통역뿐만 아니라 제한적인 변호업무까지 맡게 됐고, 증거 수집을 위해 홀로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을 온 여장부이다.

마비쉬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십 차례 출입하면서 수감자 개인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끔찍한 테러리스트들을 만나게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그곳에는 아버지를 닮은 소아과 의사, 여든 살의 중풍노인, 사촌과 싸우다 잡혀온 염소치기 소년, 알자지라방송의 카메라맨,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이 기폭장치로 애용했던 카시오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이유로 잡혀온 과학교사 등을 접견하면서 미국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인권 유린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미국이 내건 현상금에 현혹돼 신고를 받고 끌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당시 부시정부는 관타나모는 연방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서 정식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했다. 이 때문에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자살이 증가했고, 수감자에 대한 모진 고문과 구타 등 미국 병사들의 기혹 행위가 잇달았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인 인권이 무시된 악명 높은 곳이 됐다.

"관타나모에 있는 이구아나조차 멸종위기동식물법이라는 미국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는 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타나모 기지를 벗어나 쿠바 땅으로 넘어간 이구아나는 사람들에게 곧장 잡아먹혔지만 관타나모에 있는 이구아나는 법률의 보호를 받았다. 연방 공무원을 비롯해 이구아나를 해치는 그 누구도 처벌받을 수 있다. 결국 관타나모에 있는 수감자들은 이구아나만큼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본문 '관타나모로 가는 길' 중에서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다음날 처음으로 서명한 공식문서가 관타나모 수용소를 1년 내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이었다. 그만큼 관타나모 수용소는 오바마 정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베네수엘라 미스 유니버스 다야나 멘도사가 관타나모를 방문한 후 미스 유니버스 홈페이지에 올린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었고 그곳을 떠나기 싫었다'는 글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1세기의 홀로코스트라고 불린 악명 높은 수용소를 그렇게 표현했으니 당연한 비판이었다.

관타나모 수용소가 있는 해군기지는 미국 해외기지 가운데 가장 오랜된 곳이다. 쿠바 섬 남동해안(카리브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160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에 미군과 군속, 가족 3000여 명이 살고 있다. 한 마디로 쿠바 속의 미국이다. 미국은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중 이 땅을 차지했다. 1093년 매년 금화 2000개(당시 가치 약 4000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기지를 빌리기로 쿠바 정부와 합의했다.

카스트로 집권 후 미국과 쿠바 사이의 국교가 단절된 후에도 관타나모 기지는 계속 유지됐다. 관타나모 기지에 최고의 긴장감은 1962년 10월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때였다. 미국은 즉시 관타나모 기지에 해병 2사단을 증파했고, 1964년 쿠바측 기지에 대한 물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후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관타나모 중요성이 떨어져 한 때 500명 정도의 군인이 주둔하는 사격훈련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2001년 9.11사태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로잡은 사람들을 이곳에 설치한 수용소에 억류하면서 세인의 시선이 집중됐다.

저자 마비쉬 룩사나 칸은 아프가니스탄계 인민 2세이다. 미시간대학을 졸업하고 마이애미대학 로스쿨에 다닐 때, 관타나모 수용소를 지원해 보고 겪은 일들을 책 속에 담았다. 관타나모와 관련해 기고한 글들이 <워싱턴포스트 >지 커버스토리로 게재됐고, 이후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현재 로스쿨을 졸업하고, < 뉴욕타임스 > < 워싱턴포스트 > < 월스트리트 저널 > 등 유력 신문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이원은 고려대 철학과를 다녔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번역 및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바오밥(2009)


태그:#관타나모, #마비쉬 룩사나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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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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