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 7일 오후 4시 15분]

이병률.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평소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몇 차례 우연한 기회로 만나봤으면서도 정작 정식 인터뷰는 해보지 못했다. 만날 때마다 이병률은 조금은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런 그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하는 것이 수줍고 해서 지난 봄 메일을 통해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만난 이병률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이병률, 그는 41살이라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서글서글한 눈매와 젊은 얼굴을 가졌다. 작가라기보다는 이웃집의 대학생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끌림> 겉그림.
 <끌림> 겉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관련사진보기

그는 10년 정도 60여 개국, 200개가 넘는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자신의 글을 합쳐 2005년 <끌림>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병률의 책은 제목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2009년 현재까지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책의 겉표지에는 산문집이라고 쓰여 있지만, 이 책은 일반 산문집이나 일반 여행기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도 여행기 중 하나라고 보는 편이 나아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기도 해요. 실제로 3분의 1가량의 원고들은 라디오 방송을 위해 쓰인 글이었어요. 여태껏 세상에 없었던 책 한 권내고 싶다는 기분으로 만들었지요."

<끌림>이 다른 책들과 다른 구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이유는 이병률 스스로 책의 디자인 컨셉트를 잡았기 때문.

"사실 책을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금 망설이고 있었는데 편집자의 '디자인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준다'는 말에 책을 내게 됐어요. 난 책을 좋아하지만 그동안 많은 책들의 디자인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또한 <끌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은 전부 이병률 스스로 찍은 사진이다. 그는 따로 사진에 대하여 배운 적은 없지만 대학시절부터 카메라를 좋아해 사진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 그 덕분에 <끌림>은 책의 글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떠돌이 프리랜서'였다가 출판 공부를 시작한 이병률

그는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등단한 뒤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을 내기도 하였지만 이병률의 직업을 시인이라고 한정 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 최근까지도 그는 '떠돌이 프리랜서'로 살면서 많은 분야의 일을 해왔다.

"프랑스 파리에서 2년간 살았어요.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버렸죠. 하지만 넉넉하진 않았어요. 돌아오면 프리랜서 일을 하며 열심히 일하고 떠나고, 여행을 떠나서도 일을 하는 생활을 몇 년을 했어요."

그는 여행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며 그것은 자신이 여행을 통해서 얻은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내 자신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마다 배우는 것이 있었어요. 사람도 풍경도 늘 여행을 떠난 사람에게 감동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요."

자신의 인생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자리가 제일 크다고 하는 이병률. 그의 글에서는 오랜 여행과 깊은 사색에서 나오는 독특한 감성이 배어있다. 하지만 그는 글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다르게 사회생활까지 포기하며 여행을 다니는 낭만주의자는 아니다.

이병률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소라의 음악도시'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의 방송작가로서 일하는 등 방송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라디오를 들으며 자랐던 이병률은 문학만으로 돈을 벌 수 없으니 라디오 방송 쪽의 일을 하고 싶었다고.

"좋은 일이죠. 멋진 일이기도 하고요. 돈보다는 여행이 더 좋긴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이 없으면 여행을 할 수 없잖아요. 난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고 그때마다 기회를 준 누군가에게 답변을 해주기 위해 일했어요. 한 마디로 고마운 일이었으니까요. 그것에 죽을 때까지 감사할거에요."

그가 여행을 다니면서도 방송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병률이라는 작가를 믿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 난 그런 게 좋아요. 언제든지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해주는 사람들과 일했고 그래서 여행을 떠나서도 구속받지 않는 기분으로 일할 수 있었죠."

그의 이러한 자유로운 성격은 자신의 책을 디자인 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반드시 글과 사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글하고 딱 맞아 떨어지는 사진도 있지만, A라는 이야기를 할 때 꼭 A라는 사진과 맞추는 것은 자유롭지 못한 감각이라고 생각했어요."

혼자여야만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즐긴다

그는 혼자여야만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유독 즐긴다. 한국 사회의 결혼적령기를 놓친 지는 오래이지만 당장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난 이상하게 외로움을 타지 않아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남들에 비해 많은데도 그 시간을 누구와 같이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특히 결혼은 개인의 선택인데 모두들 다 해야 한다는 게 이상하죠."

현재는 책 만드는 공부에 빠져 있다는 그는 얼마 전 출판사 <달>을 설립했고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당신의 조각들> <종이인형> <연인> 등의 책들을 펴냈다.

그는 '약간의 결핍과 고집스러운 성격, 그리고 떠남에 대한 동경'이라는 지극히 이병률다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다시 떠나야죠. 나는 어딘가에 머무르면 불행해지는 불안한 인간형이니까요. 지금은 잠시 머무르며 충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여행지는 어디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브라질'이라고 답한다. 브라질에서 이병률은 과연 어떠한 글을 쓰게 될지, 그 글은 우리를 또다시 강하게 끌어당길지.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떠돌이 별' 이병률의 행로는 앞으로도 기대해 볼 만하다.


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달(2010)


태그:#이병률, #끌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