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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천여억 원이 집행되는 정부광고가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에 편중 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 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재단(이하 언론재단) 자료에 따르면, 업계(인터넷신문) 기준 50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언론사가 3천만 원 상당의 광고를 수주하고, 업계 2위인 언론사는 단 한 건도 광고를 수주하지 못하는 등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BC(발행부수공사기구)를 통해 발행부수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효율적으로 배정하겠다던 정부가 언론사 성향에 맞춰 광고를 배정한 것이 드러남으로써 ABC 제도 개선과 관련해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 편중지원을 위한 술책"이라는 야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57위 <아우어뉴스>, 창간 5개월 만에 3천만 원 넘게 광고 수주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2일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집행 현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광고는 <아우어뉴스><프런티어타임스><뉴데일리> 등 보수성향의 인터넷 매체에 집중됐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월부터 2009년 현재까지 <아우어뉴스>는 창간 5개월여 만에 3530여만 원의 정부광고를 수주했다. <아우어뉴스>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대표이사직을 맡아 창간했다. <아우어뉴스>는 2일 웹사이트 분석 업체인 랭키닷컴 기준으로 업계 57위에 불과하다. 

 

<아우어뉴스>외에도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 중 <뉴데일리>는 7550만 원, <데일리안>은 6400만 원, <프런티어타임스>는 4370만 원을 수주했다.

 

반면, 랭키닷컴 기준으로 업계 2위인 <프레시안>은 단 한 건의 광고도 수주하지 못했다. 3위인 <미디어오늘>도 2008년 220만 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미디어법 개악'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PD저널><미디어스><기자협회보> 등 미디어전문지들의 정부광고 배정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이들 매체는 올해 상반기 동안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광고를 전혀 수주하지 못했다.

 

정부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재단이 매체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의도적으로 매체를 선정해 광고를 배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진정 신문산업 전반에 대한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다면 '신문시장 투명성 제고를 통한 국민 신뢰회복과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책 마련'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하고, 일체의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신문법 개정 및 ABC 부수공사제도 개선 등을 꼬집었다.

 

최 의원은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비정규법 논란을 보면서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더욱 싸늘해진 느낌"이라며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특정매체만을 위한 정책, 신문시장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이와 관련해 "ABC 부수공사제도를 누가 지금 신뢰하고 있냐"며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제도를 기준으로 광고를 배정하겠다는 것은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매체를 취사선택해 언론사를 길들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성향 언론관련단체 지원금도 차단됐다"...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한편, 최 의원은 정부의 보수성향 언론매체 편중 광고 지적과 함께 "진보성향 언론관련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이 차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언론재단의 언론관련 단체 지원 현황표를 살펴보면 보수성향 언론단체 지원금은 새로 편성되거나 늘어난 반면, 진보성향 언론단체 지원금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보수성향의 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신문협회는 올 상반기에만 각각 2169만 원, 5144만 원을 지원받았고, 2008년 지원금이 없었던 대한언론인회는 올해 상반기 5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진보성향의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올해 단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언론관련 단체들의 학술세미나 및 토론회 등에 대해 지원금을 집행해온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의 이동우 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은 언론관련 직능단체이지, 보수냐 진보냐 성향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성향 언론관련 단체들에 지원이 편중됐다는 것은 확대해석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세미나 등에 대한 지원금을 단체들이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지원금을 발주한다"며 "대한언론인회의 경우, 올해 세미나 지원을 신청한 반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올해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태그:#정부 광고, #ABC 부수공사제도, #편중 광고,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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