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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상인 살린다고 수백억 원 나랏돈 쓰더니 오히려 죽이고 있어요."

울산 북구 화봉동의 재래시장에 있는 잡화상 주인은 최근 인근에 개장한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손님을 다 뺏어간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비와 시비 등 모두 745억1700만 원이 투입돼 부지 8만6100㎡, 연면적 3만548㎡ 규모로 지난 2007년 6월 21일 착공, 2009년 5월 29일 개장한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간판만 바꿔 농협 하나로마트가 되면서 인근 영세상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지난 5월 29일 개장한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취지와는 달리 각종 제품이 소매 판매되면서 인근 중소상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개장한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취지와는 달리 각종 제품이 소매 판매되면서 인근 중소상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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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울산시가 농수산물 유통을 생산자→유통센터→소비자 등 3단계로 축소해 소비자들에게 헤택을 주고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며 농협에 위탁 운영했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되레 영세상인은 물론 인근 대형마트의 매출까지 격감시키면서 유통구조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이곳에서는 농수산물유통센터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가전제품을 비롯해 각종 생필품을 모두 취급하면서 "세금으로 대형마트를 지어줬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소속 시의원들은 30일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는 745억 원을 들인 대형마트"라면서 전면 시정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센터가 개장한 5월 29일부터 6월 10일까지 약 보름간 이곳의 매출액은 51억 7천여만 원이며 이중 소매 판매액의 비율이 81%인 42억 원에 달했다.

또한 울산시의원들이 조사한 결과 인근 재래시장 상가의 매출과 대형마트 매출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까지 격감했다.

농수산물유통센터에서 의류와 그릇까지 팔다니...

"농수산물 유통센터에 들어서고는 깜짝 놀랐다."

울산시의회 윤종오(민주노동당 울산 북구) 의원은 농수산물유통센터를 둘러 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농수산물만 취급하는 줄 알았는 데, 가전제품, 그릇, 의류 등 온갖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대형마트에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는 것.

울산에는 시내 중심지인 삼산동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어 매일 아침이면 각지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싼 값에 구매하려는 중소상인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이곳은 건물이 낡고 협소해 수년 전부터 이전 여론이 높았고, 이번 종합유통센터도 이런 취지를 일부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설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포함시키지 않고 농협이 하나로마트식으로 각종 소매상품까지 운영하면서 세금으로 지은 대형마트라는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것.

민주노동당 울산시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울산시가 당초 건립 신청 때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협소로 인한 수급 극복과 유통단계 축소 등 지역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하지만 이에 걸맞지 않게 인금 대형마트와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대를 안고 방문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농수산물 유통기능보다 전자제품, 의류, 주류,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어 대형마트와 전혀 차별성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면서 "이런 시설을 국, 시비 745억 원을 투입해 짓는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같은 운영은 정부의 유통센터 운영지침에도 위배된다"며 "지역 농수산물의 매입이 전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하고, 농민들이 직접 유통센터에서 판매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체계를 개선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맹우 울산시장이 지난 29일 개장에서 그토록 자랑삼아 이야기 하던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개장 한 달을 지켜보며 많은 중소상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박 시장은 전면 수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울산시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농협이 매출액의 0.5%를 관리비로 내고 특히 전체 이익금 중 2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기로 약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이야기로 해석된다.

울산시 농수산물 담당자는 "이곳에서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일부 예상은 했다"면서 " 현재 소비자들은 원-스톱 쇼핑을 원하므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에서 쇼핑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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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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