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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과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노란 티셔츠를 입고 방송을 한 프랑스 앵커가 있었다. 그는 이 티셔츠를 입고 카우보이들과 스텝을 밟기도 하고, 한 여성과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1분 41초 분량의 동영상에 담긴 이런 내용은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어떻게 프랑스 앵커가 노무현 티셔츠를 입고 방송을 한 걸까. 노무현 티셔츠는 어디에서 구입했을까 등등.

 

그래서, 이 앵커를 찾아봤다. 방송 뒷면에 'Grande Place'라고 적혀있는 것과 방송 내용 등으로 보아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 북부 릴의 지역방송인 듯했다.

 

먼저 프랑스 국영방송인 FR3의 'Nord Pas de Calais'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방송의 이름도 모르고 앵커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티셔츠의 주인공을 찾기란 마치 밀 짚단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 머리가 벗겨진 30대 정도의 앵커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일에 불친절한 걸로 유명하다. "우리 방송국에는 머리 벗겨진 앵커가 없다"는 딱딱한 말만 되돌아왔다.

 

다음날, 기죽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여성이 받았는데 어제 내가 전화했던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사정을 설명했더니 (불쌍해 보였는지) 아마도 자기네의 경쟁사인 WEO TV 인 것 같으니 그쪽에 알아보라고 짤막하게 알려줬다. 그러면서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원래는 이것도 알려주지 말아야 할 사항이란다.

 

친절한 그 여성의 도움으로 나는 결국 그 앵커를 찾아냈다. 이 앵커가 일하는 WEO TV는 지역 사립 TV로, 올 4월에 개설한 신규 TV 방송이었다.

 

 

'노무현 티셔츠' 입고 방송한 프랑스 앵커를 찾았다

 

노무현 티셔츠의 주인공은 로랑 드뢰 (Laurent Dereux). 로랑 드뢰 앵커와 29일(현지시간) 12시 20분경에 전화로 짧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방송을 하는 장면을 봤다.

"나는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대광장'(La Grande Place)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방송은 뉴스를 포함해 문화, 사회현상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외부인사들도 초청한다. 이 방송을 위해 나는 매일 새로운 티셔츠를 입는데, 우리 방송을 담당하는 그래피스트들이 내게 티셔츠를 제공한다. 이 그래피스트 팀 중에 한국인이 한 명 있는데, 이 분이 어느 날 내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뜻으로 '노무현 티셔츠를 입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이뤄졌다."

 

- 노무현 티셔츠는 6월 22일에 입은 걸로 아는데.

"내가 처음 노무현 티셔츠를 입은 건 6월 4일이었다. 이후 한국인들 사이에서 노무현 서거에 대한 반향이 엄청나다고 해서 동참하는 의미로 6월 22일에 한 번 더 입었다."

 

- 그럼, 노무현 티셔츠를 입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도 함께 전한 건가.

"그렇다.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우리 시청자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다."

 

- 프랑스 언론에서, 특히 TV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뜻밖이다.

"맞다. 프랑스 TV나 라디오에선 거의 방송이 없었다. 나도 엑스프레스에서 서거 소식을 전해들은 것 같은데 앙드레(한국인 그래피스트)가 내게 한국인들이 받은 엄청난 충격에 대해 설명해줬다."

 

"한국인 그래피스트가 추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소식도 방송"

 

- 티셔츠를 매일 갈아입는다고 했는데, 티셔츠는 주로 인물그림이 새겨진 것인가.

"아니다. 인물이 그려진 것은 드물고 보통은 로고 같은 게 새겨져있다."

 

- 방송에서 노무현 티셔츠를 입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한 뒤 프랑스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었나.

"우리 지역 시청자들에게는 없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반응은 많았다. 대게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들이 내게 문의를 해왔다."

 

- 그 분들에게 다 답변을 해줬나.

"프랑스어로 물어온 사람들에게는 다 답을 해줬는데, 영어로 물어온 사람들에게는 아직 답을 못 했다."

 

- '노무현 티셔츠'를 입은 드뢰씨를 본 한국 시청자들이 많다. 한국에서 유명인 된 기분이 어떤가.

"하하하. 아주 좋다. 베트남에서도 내 방송을 본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한국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한국을 한 번 방문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 그러기를 바란다. 그런데 방송에서 입었던 티셔츠를 다시 입기도 하나?

"물론이다. 방송에서 입었던 티셔츠는 따로 두었다가 개인적으로 다시 입기도 한다."

 

- 노무현 티셔츠를 방송에 두 번 입었다고 하셨는데 다른 티셔츠도 여러 번 입는 경우가 있나.

"그렇다. 몇 번 입기도 하는 티셔츠도 있다."

 

- 혹시 노무현 티셔츠를 또 다시 입을 계획도 있나.

"이미 두 번 입어서 글쎄.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는데... 나중에 다시 입을지 그건 모르겠다. 언제 앙드레를 내 방송에 초청해서 한국에 대해 설명을 듣는 기회를 갖고 싶은데 그 때 다시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태그:#노무현 티셔츠, #프랑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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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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